(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법대 교수) 지난 10월 7일부터 26일까지 약 3주간의 2020년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재정정책과 관련하여 재정준칙의 도입 필요성 등이, 조세정책 분야에서는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되는 대주주기준의 강화 등이 문제되었다.
우리의 경우 헌법상 예산 비법률주의를 도입하게 되었고, 행정부우위의 정치형태와 결부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재정부문에서 행정부의 예산편성권 등을 통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기획재정부가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한 것이다.
재정준칙은 일반적으로 재정수입, 재정지출, 재정수지, 국가채무의 형태로 구분되는데, 지금까지는 법적 구속력없는 지출준칙만을 운용하여 온 데 반해, 이번에 국가채무 비율 60%, 통합재정수지 3%를 기준으로 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재정준칙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문제는 이를 위반할 경우 어떻게 강제하느냐 하는 것인데, 독일의 경우 헌법에 재정수지준칙에 관한 근거를 두고 있어 우리의 입법모델로 삼을 만 하다.
아무튼 현행 헌법상 예산안 심의·의결권은 국회에 부여하면서도 예산편성권은 정부에 부여하고 있는데, 기획재정부가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한 것을 보면 오히려 사실상 예산편성권마저 국회가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 부과대상이 되는 대주주기준에 관한 공방이 지난 10월 22일 열린 기획재정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종합감사에서도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기존 수정안, 즉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되, 종전에 특수관계인의 보유분을 합산하던 것을 인별 계산으로 수정하는 안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피력한 바 있다. 첫째, 2017년 법령 개정을 통해 이미 대주주 기준을 낮추기로 결정했다.
둘째, 대주주의 기준을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더라도 주식 한 종목당 3억원 이상을 보유하는 비율은 전체 투자자의 1.5%에 불과하다.
셋째, 대주주 기준을 강화하더라도 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발표한 2020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현재 0.25%인 증권거래세는 0.23%로 낮추고, 2023년에는 0.15%로 추가 인하하고, 2023년부터는 금융투자소득 과세체계를 소득세법에 도입함으로써 국내 상장주식의 양도에 대해서도 과세하기로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거래세 세수감소분을 충분히 메꿀 수 있지 않는 한 정부가 선뜻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해 달라는 납세자들의 요구를 받아 들이기는 쉽지 않으리라 보인다. 그러나 공매도가 중지된 상태에서의 주가를 과연 적정한 주가로 볼 수 있을런지 의문이므로 대주주 기준 강화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인지는 지켜보아야 할 일이다.
보도에 의하면 지역화폐를 두고 부정적으로 서술했다고 알려진 국책연구원의 보고서가 문제가 되어 국책연구원장이 급기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의 참고인으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최종보고서가 출간되기 전 Brief 형태로 나온 연구결과 요약을 보고 한 언론사에서 보도를 하고, 이를 본 유력한 대선주자인 지방자치단체장이 비난하고, 이에 대해 국책연구원장이 반박하는 인터뷰를 하다 보니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국책연구원의 개별 연구위원들이 논리적 일관성에 따라 내놓은 연구결과가 부정적이라고 해서 그것이 국정감사의 대상으로 삼을 만한 사안인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국책연구기관의 연구위원들이 스스로 최종 결과를 내기 전 문제가 될만한 소지는 없는 것인지 자기검열을 하지 않을 수 없고, 나아가 연구주제의 선정이나 연구 결과 등에서 창의성을 더 이상 기대하기는 어렵다.
[프로필] 안경봉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 사단법인 한국국제조세협회 부회장
• 사단법인 금융조세포럼 수석부회장
• (前)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 (前) 사단법인 한국세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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