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위 전세사기를 당하는 경우나 그렇지 않더라도 집값이 떨어져 자연히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줄만한 자력이 부족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당장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없기 때문에 그 집에 계속 눌러앉을 수도 있지만, 만약 어쩔 수 없이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경우는 어떨까. 그 이후에 가령 10년이 지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소멸시효 기간 10년이 지나버려서 더 이상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게 된다면 참으로 억울할 듯 하다.
임차권 등기란
임대기간이 종료되었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가야하는 경우에는 주민등록을 이전하면 종전 집에 있었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상실하게 된다. 주민등록은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존속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 등기가 있다. 법원의 결정을 받아, 등기부에 임차권이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시할 수 있는 것이다. 주택임대차, 상가임대차 모두 임차권 등기제도가 있다.
그런데 임차권 등기를 해놓고, 10년이 지난 경우에는 어떻게 될까. 소멸시효 기간 10년이 완성했을까? 아니면 임차권등기가 되어 있으니, 계속적인 권리행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소멸시효가 중단되었을까.
소멸시효 중단사유로서 임차권 등기(?)
안타깝지만 우리 대법원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른 임차권등기에는 민법 제168조 제2호에서 정하는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9. 5. 16. 2017다226629 판결)”는 것이다. 아니 기껏 절차를 밟아서 등기까지 마쳤는데 시효중단이 안된다니, 그 이유를 모른다면 억울할 일이다.
대법원은 그 이유에 관하여, “임차권등기는 특정 목적물에 대한 구체적 집행행위나 보전처분의 실행을 내용으로 하는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과 달리 어디까지나 주택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취득하거나 이미 취득한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담보적 기능을 주목적으로 한다(위 판결)”고 판시한다.
실은 법리상 당연(?)한 것인데, 돈을 못받아서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등기를 설정하는 경우가 민법상 또 있다. 바로 수급인의 저당권설정청구권(민법 제666조)이다. 이는 시공사가 건축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경우, 해당 건물에 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런데 이에 따라 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더라도, 공사대금청구권에 시효중단이 되지는 않는다. 담보권의 설정과, 피담보채권의 권리행사는 엄연히 다른 법률행위인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위와 같은 결론은 매우 부당하게 여겨질 수 있다. 공사대금 또는 임대차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서 이를 받기 위해 저당권 또는 임차권등기를 해놓는 것이니까, 공사대금청구권 또는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도 부당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그러나, 권리행사를 위한 담보설정은 권리 자체의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위 판례의 결론이다.
보증금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중단 방법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피보전채권으로 하여 가압류를 신청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방법 등이 있다.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민법상 ‘최고’로서의 효력만 있을 뿐이므로, 그로부터 6개월 내에 다른 시효중단(재판상 청구, 압류, 가압류 등) 행위가 있어야 유효하다.
판결을 받아 놓아도 판결 확정 이후로 10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다시 완성되므로, 10년이 임박할 무렵 시효중단을 위한 소송을 다시 한번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사실 10년이 지나도록 받지 못한 결국 돈은 못 받을 확률이 높지만, 위와 같은 최소한의 보전조치는 필요하다 할 것이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