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임다훈 변호사)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이 계약갱신을 요구하는 경우, 임대인은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갱신 거절할 수 있고, 만약 그렇게 갱신을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에게 임대한 경우에는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2020년 도입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의 갱신요구권에 관한 내용으로, ‘실제 거주’의 의미, ‘정당한 사유’의 해석 등에 관하여 법 시행 후 현재까지 크고 작은 다툼들이 생겨 이제는 하급심에서 속속 판결들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확정된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여러가지 하급심 판결들을 종합하여 보면 그 의미가 어렴풋하게 추측된다. 오늘은 최근 선고되고 있는 판결들을 관찰하며 그 동향을 알아본다.
'실제 거주'의 의미
‘실제 거주’의 의미에 관하여, 다른 계약갱신요구 거절 사유인 차임 미지급, 주택 재건축 계획 등과 같이 과거의 사실 또는 향후의 구체적인 계획을 비교적 용이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경우와는 달리, ‘임대인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임대인의 주관적인 사정에 기초한 것으로서 적극적인 입증이 쉽지 않고 임차인이 이를 용이하게 확인하기도 어려우며, 향후에 임대인의 실거주 의사 또는 실거주 계획이 변경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다른 계약갱신요구의 거절 사유와 동일한 정도의 판단 기준 내지는 입증이 요구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하급심 판시가 있어 참고할만하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0가합596477 판결).
위 판결에서는 그 논거로, 대안 반영으로 폐기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00285)에는 ‘임대인이 임차주택에 실거주하여야 할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대안으로 채택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102500)에서는 위와 같은 갱신거절 사유의 요건을 완화하여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로 수정‧반영되었던 점 등을 들기도 한다.
그에 비추어 볼 때, 임대인이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당시 또는 그 무렵에 임대인이 임대차목적물에 실제 거주할 의사가 없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임대인으로서는 같은 조 제1항 제8호의 사유로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또 다른 판결에서는, 마찬가지로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사유가 존재한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대인으로서는 실거주 예정임을 소명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도 계약갱신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보면서, 이와 같은 실거주 목적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는 점에 대하여는 임차인이 이를 주장‧입증할 책임을 부담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임대인측 손을 들어주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013199 판결).
‘정당한 사유’의 해석
가령 병원 치료를 위해 병원 근처의 아파트에 실거주하겠다고 갱신 거절하였다가, 추후에 병원 치료가 불필요해진 사정이 생긴 경우에는 어떨까. 이때에는 실거주하지 않고 제3자에게 임대해도 무방할까. 이렇듯 지극히 개인적, 주관적인 사유가 변동된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에 관하여 참고할 만한 하급심 판례를 소개한다.
먼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1가단236745 판결은, ‘정당한 사유란 임대차 갱신거절 당시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으로 말미암아 임대인이 제3자에게 임대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유’라고 해석하면서, 해당 아파트 근처로 인사발령이 예정되어 있어 갱신을 거절하였는데,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인사발령이 무산됨에 따라 제3자와 새로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된 경우이다. 이를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면서 임차인의 손해배상청구를 기각하였다.
다만 소송에 있어서 위와 같은 사유가 존재하였음을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도 보인다. 발령신청을 한 사실, 인사발령이 무산된 경위 등을 구체적으로 증명하여야 하는데, 관련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사실상 그와 같은 증명은 어려울 것이며, 또한 위와 같은 사정들이 임차인에게 전부 고지되었어야 하므로 실제 소송에서 어떻게 판단될지는 당사자와 소송 수행자의 충실한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같은 취지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나4846 판결에서는 부친의 병원치료, 자녀 고등학교 진학 등의 사유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할 수는 있다는 전제에서 판단하지만, 결국 증거 부족으로 임대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증명의 문제로
‘실제 거주’도, ‘정당한 사유’도 주관적인 사정일 수밖에 없고, 갱신 거절시(현재)에 예측하는 미래의 일이라 필연적으로 변동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 하급심에서 공통적으로 판시하는 내용은 타당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시 소송에서는 위와 같은 해석의 문제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증명의 문제이므로, 분쟁의 조짐이 있는 경우(혹은 사전에) 관련 자료를 잘 준비해놓아야 하겠다.
[프로필] 임다훈 변호사 법무법인 청현 변호사
• 사법연수원 제45기 수료
• 사법시험 제55회 합격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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