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배달음식을 주문하는 고객과 음식점, 배달회사 또는 음식배달 종사자들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어주는(On-line to Off-line, O2O) 사업자가 국세청으로부터 부가가치세를 수백억원 추징당할 뻔 했다가 세무전문 변호사의 도움으로 자초지종을 잘 설명하고 해당 세금을 내지 않게 됐다.
국세청은 이 O2O 사업자가 최종소비자로부터 주문을 받아 음식점에 수수료를 받고 매출로 연결해주는 중개서비스와 별도의 음식배달자에게 배달을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배달서비스 전체를 주도한다고 보고 세금 추징을 시도한 것인데, 사업자의 법률대리인이 서비스 개념과 거래흐름을 잘 설명해 과세 방침을 거둔 사례다.
만나플래닛(대표이사 조양현) 관계자는 8일 “지난해 2월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약 200억 원 부가가치세 과세예고통지를 받았는데, 과세전 적부심사 단계에서 추징금 전액이 취소됐다”면서 본지에 이 같이 밝혔다.
만나플래닛은 O2O 개념의 국내 배달대행업계 상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하나인 플랫폼회사 만나플러스의 온라인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유지・관리하는 회사로, 또 다른 계열사로 배달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나코퍼레이션의 자회사다.
서울국세청 “가맹점으로부터 배달수수료 부가세 안 받아”
만나플래닛에 대한 법인통합 세무조사를 벌인 서울지방국세청은 이 회사가 2018~2021년 과세기간 동안 가맹점과의 현금영수증 발급에 문제가 있어 부가가치세 처리를 잘못했다고 봤다. 만나플래닛이 만나플러스의 가맹 음식점에게 배달서비스 용역을 제공하면서도 가맹점으로부터 배달수수료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제대로 징수,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배달업계에서는 지역 배달대행업체와 가맹(음식)점 사이에 배달대행 대가를 현금으로 수수하고 세금계산서나 영수증 등 증빙을 누락하는 무자료 거래관행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만나플래닛은 서비스 종류를 둘로 구분, 각각 적법 세무증빙을 발급했다. 단순히 배달원을 가맹점에 중개해주는 ‘중개서비스’의 경우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되 봉사료 항목에 배달원이 수령하는 대가를 따로 기재했다. 다만 만나플래닛이 만나플러스를 통해 직접 가맹점에 배달책임을 부담하는 ‘배달서비스’의 경우에는 세금계산서를 발행했다.
서울국세청은 이 중 만나플래닛의 ‘중개서비스’ 세무처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음식배달을 원하는 음식점과 배달원을 단순 연결해주는 ‘중개서비스’와 직접 계열 배달대행업체(만나플러스)를 통해 수행하는 ‘배달서비스’가 본질적으로 같다는 논리였다.
서울국세청은 중개서비스일 경우 부가가치세 과세표준에서 배달원의 용역대가가 제외되고 배달서비스에서는 포함된다며 부당한 세무처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두 서비스에 대한 부가가치세 과세표준과 세무처리가 동일해야 한다고 보고, 200억원이 넘는 부가가치세 추징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배달대행 가맹점 유치 위해 고객 주문 플랫폼 제공한다면?
만나플래닛 입장에서는 기가막힐 노릇이었다. 기껏 최선책으로 여겨 합리적인 세무처리를 했는데, 국세청이 ‘본질적으로 같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세금 추징에 나섰기 때문.
만나플래닛은 국세청에 공식적으로 과세사실 판단자문을 신청했다. 국세청은 그러나 만나플래닛측 의견을 수용하지 않았다. 서울국세청 세무조사반은 만나플래닛이 2018~2021년 과세기간 동안 부가가치세 약 200억 원의 신고납부를 누락한 것으로 보고 그에 대한 과세예고통지를 했다.
만나플래닛은 조세불복 절차를 밟기로 했다. 조세전문 로펌으로 이름 난 법무법인 가온(대표 변호사 강남규)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 지난 2023년 7월 국세청에 ‘과세전 적부심사’를 정식 청구했다. 과세전 적부심사청구제도는 납세자가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과세처분의 예고를 받은 후 납세고지를 받기 전에 과세관청에 과세가 적법한지 심사를 청구, 과세관청의 자체 시정을 구하는 제도다.
만나플래닛은 과세전적부심사에서 플랫폼 사업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다른 배달대행 플랫폼과 비교를 통해 자사가 영세업체에게 중개서비스를 제공할 수밖에 없었던 정황을 설명했다. 단순히 배달대행을 해주는 게 아니라, 자사 가맹점이 되면 배달이 가능한 범위 내 불특정 소비자의 주문을 대신 받아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나플래닛이 사실상 주문을 받아주는 역할을 하니 음식점은 새로운 매출 기회를 발견하는 점에서, 만나플래닛에 가맹점으로 등록하게 된다.
세금 측면에서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구분, 공급된 용역이 누구의 계산과 책임 아래 공급됐는지, 용역대가는 누구에게 귀속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국세청에 자세히 설명했다.
가온 소속 변호사 “중개와 배달대행 병존에도 중개수수료는 직접 수수”
만나플래닛을 대리한 가온 소속 박승재 변호사는 “배달서비스를 공급한다는 것은 배달용역이 만나플래닛의 계산과 책임 아래 이루어진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세관청이 문제삼은 용역인 중개서비스의 경우 법률상 만나플래닛의 계산과 책임 아래 공급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가의 귀속 또한 가맹점으로부터 만나플래닛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배달원에게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이런 설명을 듣고 국세청도 거래 개념과 방식, 이해관계를 좀 더 확실히 이해하게 됐다. 국세청은 결국 용역내용과 대가귀속에 있어 차이가 존재하고, 쟁점 용역의 공급과정에서 만나플래닛이 책임을 부담한다는 독립적·직접적 입증이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사업발전 과도기에 배달서비스와 중개서비스가 병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를 두고 법률관계를 부인할 정도의 조세회피 목적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다.
과세요건을 법으로 정해야 하며, 과세요건은 명확해야 한다는 ‘조세법률주의(principle of no taxation without law) 원칙에 비춰 만나플래닛의 사례와 과세 의견을 함부로 부인해선 안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나코퍼레이션 관계자는 “불복 과정에서 만나플래닛의 세무처리 시스템이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과세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던 배달원의 소득과 가맹업체의 실제 비용을 세무상 양성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또 “부가가치세를 미납했다는 오해나 총판 대여금이나 적립금을 유용했다는 등 왜곡된 인식이 바로잡혀 매우 기쁘다”면서 “올해 투자유치와 올인원 스마트 포스 솔루션 ‘MOM포스’ 등 신사업 성공을 통한 흑자 달성을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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