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질서의 부여

2024.08.08 11:01:25

추상적인 관념에서 시작하여 구체적인 형태로 세상을 표현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시자(尸子)는 태(太)라는 원초적인 혼돈 상태에서 하늘과 땅 사이 공간을 ‘우(宇)’라 하고, 새롭게 오는 것을 ‘주(宙)’라 하여 추상적인 관념에서 우주(宇宙)가 탄생했다.

 

우주는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구체적인 형태로 변화되었고, 여기에 음양오행과 방위가 규칙을 부여하면서 사물에 대한 인식이나 해석을 가능하게 했다. 동아시인들은 만물의 질서를 천원지방과 오행방위로 측정하고 사물을 인식하고 있다.

 

시간과 공간의 탄생, 우주와 천원지방

 

우주는 시간의 변화량을 측정할 때 근원적인 단위이며 물리적인 법칙이 존재하는 원자를 기본단위로 한다. 원자는 연속적이고 지수함수적인 비트(bit) 단위의 전자(electron)와 불연속적이고 다항함수적인 큐비트(cubit) 단위의 양자(quantum)를 포함하고 있다. 가장 가벼운 원자인 수소에서 헬륨, 헬륨에서 탄소로 변하는 핵융합에서 다양한 물질이 생성된다.

 


별은 수소 원자에서 시작하여 자체 핵융합으로 점점 커져서 적색 거성이 되고, 내부의 핵연료를 소모하면서 응축되어 성운(planetary nebula)으로 변한다. 성운의 원자핵이 서로 부딪치고 외곽이 전자로 덮이면서 백색왜성(white dwarf)으로 변한다.

 

백색왜성은 자체 중력으로 더 큰 별을 흡수하면서 커지다가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지면서 최후에 중성자(neutron star)만 남는다. 이러한 현상들이 무수히 반복되는 대폭발의 빅뱅(Big Bang) 과정이 무수히 반복되면서 별과 우주가 탄생한다.

 

 

세상은 우주 속의 작은 단위이며 스스로 존재하는 오행과 사계절의 순환이 순환하는 시간과 공간을 갖는다. 주역(周易)은 이러한 자연의 운행과 만물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헛된 탐욕과 불필요한 노력을 줄이는 정도를 제시하고 있다.

 

모든 만물은 움직임이 큰 양기(陽氣)와 작은 음기(陰氣)로 구분하고, 음기가 극에 달하면 양기로 변하고 양기가 극에 달하면 음기로 변하는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지면서 시간과 공간에 질서가 생성된다.

 

주역(周易)은 이러한 시간의 질서를 팔괘로 표현하고 만물의 주체인 인간이 세상 만물의 공생에 동참할 것을 강조하였다. 또한, 음양의 원리를 따라서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사람이 삼각형의 인각(人角)이라는 천지인(天地人)으로 공간을 표현했다.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는 시간과 공간의 중심인 하늘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동심원을 그리고, 그 아래 땅은 동서남북의 네 방향으로 이어진다.

 

시간과 공간의 존재, 음양오행설

 

음양오행설(陰陽五行說)은 살아 있는 하늘과 땅, 사람의 음양과 오행이 만나서 평화적인 상생(相生)과 경쟁적인 상극(相克)의 관계 속에서 생명이 탄생하고 번성한다는 것이다. 하늘에 음양(달과 해)과 오행(수성, 목성, 화성, 토성, 금성)이 있고, 땅에 음양(강과 산)과 오행(물, 불, 나무, 금속, 흙)이 있다. 오행은 방위를 가지고 동방 나무, 서방 금, 남방 불, 북방 물, 중앙 흙으로 표현된다.

 

방위신(方位神)은 동방 청룡(靑龍, 청색), 서방 백호(白虎, 흰색), 남방 주작(朱雀, 붉은색), 북방 현무(玄武, 검은색)다. 사신도의 청룡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영물로 도깨비 모양이다. 백호는 넓은 혀와 호피무늬의 형상으로 나쁜 기운을 물리친다.

 

주작은 닭, 학, 꿩, 공작 등을 융합하여 바람과 역법을 주관한다. 현무는 한 쌍의 암거북과 숫뱀이 서로 엉켜서 나타냈다. 사신이 정립되면서 동물들이 신령스런 모습을 띠고, 쌍을 이뤄서 음양의 조화를 표현하였다.

 

 

불교에서도 사천왕(四天王)은 수미산(須彌山) 중턱에 살면서 사방위를 지키며 불법을 수호하고 대중을 보호한다. 고대 인도에서 귀신들의 왕으로 동의 지국천왕(持國天王), 남의 증장천왕(增長天王), 서의 광목천왕(廣目天王), 북의 다문천왕(多聞天王)이었다.

 

그러다가 불교에 귀의하여 부처와 불법을 지키는 수호신이 되었다. 사천왕상은 갑옷 입은 무장의 모습으로 사후적인 의미보다 불교 시설의 장엄을 위하여 제작되었다.

 

 

시간과 공간의 혼합, 십이지신

 

십이지(十二支)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지상의 변화를 나타내는 문자 부호였다. 십이지는 자(子, 쥐), 축(丑, 소), 인(寅, 범), 묘(卯, 토끼), 진(辰, 용), 사(巳, 뱀), 오(午, 말), 미(未, 양), 신(申, 원숭이), 유(酉, 닭), 술(戌, 개), 해(亥, 돼지)로 상징되었다.

 

베트남의 고양이, 인도의 사자와 공작새, 이집트의 산양‧당나귀‧고양이‧악어‧홍학‧매 등은 약간씩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어떤 특정 동물이 아니라 지역에 분포하는 종(種)의 차이나 각 민족의 동물에 대한 태도, 관념, 선호도 등을 반영하고 있다.

 

사신도의 동물은 방위를 나타내는 수호신이지만 십이지 동물은 시간과 방향을 동시에 나타내는 수호신이었다. 십이지신은 모두 짐승의 얼굴에 사람 모습으로 주로 무사복을 입고 왕릉을 지키고 있다. 한나라 이후 무덤에 토용, 토우 등을 부장하면서 12지신을 배치하였고, 신라의 왕릉은 둘레석으로 십이지신상을 배치하여 권위를 나타냈다.

 

 

시간과 공간의 존재에 대하여 우리 조상들은 삼국시대부터 음양오행을 이해하고 의약, 복서, 점상에 이용했다.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들이 정립되면서 이것을 표현하기 위한 인간의 사고는 팔괘, 응양오행설, 방위신으로 구체화되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이러한 사고는 현대에도 사물과 인간의 인식에 깊이 자리하고 있으며, 추상적인 현상도 구체적인 실체로 표현되는 사고의 바탕이 되고 있다.

 

 

[프로필] 구기동 신구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전)동부증권 자산관리본부장, ING자산운용 이사
•(전)(주)선우 결혼문화연구소장
•덕수상고, 경희대 경영학사 및 석사, 고려대 통계학석사,

리버풀대 MBA, 경희대 의과학박사수료, 서강대 경영과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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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 신구대 교수 eservi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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