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바이러스와 투기꾼, 건강한 폐(肺)순환과 건전한 폐(幣)순환으로 박멸

2020.08.22 07:26:10

 

(조세금융신문=구기동 신구대 교수) 건강한 몸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침입에 면역체계를 동원하여 방어한다. 사람의 호흡과 심장의 박동에 의한 혈액순환과정에서 항상성을 유지한다. 건전한 금융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른 화폐순환에서 신용을 창조하여 지속한다.

 

그렇지만 바이러스 같은 투기꾼이 공격대상을 찾아서 신용창조를 방해할 때 금융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다양한 금융조치가 시장을 빠르게 안정화시키지만 유사한 유형의 투기에 자기방어적인 면역체계를 형성하지는 못한다.

 

인간의 탐욕 때문에 투기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기 어렵다. 생물학적인 면역체계는 반복되는 혼란을 줄일 수 있는 구조적인 해결방안일지 모른다.

 

혈액과 화폐의 순환 구조는 유사한 과정을 가지고 있다. 다만 외부의 침입에 대등하는 방법은 서로 다르며 인간의 대응은 실수를 반복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혈액과 화폐의 순환구조

 

혈액은 몸의 기능과 생명의 유지에 필요한 산소와 면역물질 등을 운반한다. 뼈에서 만들어진 혈액은 심장을 통하여 폐로 가서 혈액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호흡으로 들어온 신선한 산소와 결합하고, 다시 심장을 통하여 온몸에 깨끗한 혈액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혈액은 다양한 인체의 물질을 혈관을 통하여 운반한다. 만일 혈류가 느려지거나 혈액이 원활하게 만들어지지 못하면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없다.

 

혈액에 이상이 생기면 면역력의 저하로 다른 사람보다 더 병에 잘 옮는다.

화폐순환도도 생물학적인 순환과정과 유사하다. 한국은행이 화폐발행을 결정하고 한국조폐공사에 의뢰하여 신권을 공급받고, 한국은행은 구권의 교환이나 금융기관 공급을 통하여 화폐를 유통시킨다. 국민경제는 소비와 저축의 화폐 순환을 중심으로 활성화된다.

 

순환과정에서 화폐가 유통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이 투자와 배당을 하지 않거나 가계가 소비를 하지 않으면 나타난다. 투자와 소비가 발생하지 않으면 기업으로 자금이 모이고, 가계는 화폐를 공급받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는다. 이 때 정부가 유동성 공급의 책임을 지게 된다.

 

바이러스와 투기꾼의 침입에 따른 항상성의 유지

 

혈액순환은 폐순환을 통하여 인체에 산소를 공급하고 체순환을 통하여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혈액내 포식세포와 림프구가 즉각 반응한다.

 

포식세포인 백혈구는 포식작용으로 바이러스를 소멸시킨다. 림프구는 자연살해세포(NK cell), T 림프구(T lymphocyte), B 림프구(B lymphocyte)로 자연면역과 적응면역에 관여한다.

 

바이러스(항원)가 침입하면 B세포의 항체가 항원과 결합하여 항원-항체복합체를 만들어서 세포를 응집(agglutination)시킨다. 그러면 포식세포가 한 번에 많은 수의 항원-항체 복합제를 섭취하여 빠르게 파괴한다. 이 과정에서 B림프구에서 면역기억세포가 만들어져서 림프절에 저장된다. 면역기억세포는 필요할 때 언제라도 항체를 생산하여 바이러스의 공격할 준비를 한다.

 

화폐순환에 투기꾼이 침입할 경우 전체 시장에 비정상적인 침체(depression)나 버블(bubble)을 일으키면서 신용을 경색시킨다. 신용불안으로 뱅크런(bank run)이 발생한 영국의 노던록은행(Northern Rock Bank)은 예금의 대규모 인출(bank run)로 파산하였다. 투기에 의한 금융시스템의 혼란이 2008년 글로벌 신용위기 상황에서 발생하였다.

 

각국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신용공급을 확대하여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금융위기에 대응하였다. 화폐순환이 신속하게 정상화될 수 있도록 양적완화 정책을 사용하였다. 국가가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발행한 국공채와 민간 부문의 자산을 매입하여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면역력을 기르는 건강한 폐순환과 건전한 폐순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깨끗하고 위생적인 곳에 서식하지 못하고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 자생한다. 우리 인체는 면역체계를 동원하여 외부의 침입을 막고 면역기억세포를 통하여 또 다른 상황에 대비한다.

 

투기도 투명하고 리스크관리가 잘 관리되는 곳보다 정보가 불투명하고 관리의 헛점이 나타날 때 발생한다. 투기꾼은 정상적인 시장에 바이러스나 숙주처럼 전체 생태계나 기존질서에서 이익을 취하면서 혼란만 야기하고 책임지지 않는다.

 

경제의 혈액인 금융이 면역력을 강화(효율적 시장)하기 위하여 장기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금융에서 투기세력의 출현을 방지해야 한다. 금융은 일반이 접근하기 어려운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어서 전문적인 투기꾼들을 박멸하거나 면역체계를 만들기 어렵다. 항상 건전한 금융이 유지될 수 있도록 깨어있는 시민들의 감시의식과 정부의 통제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신용경색이 일어나면 국민경제의 부담으로 많은 희생과 비용을 지불해야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좋은 투자자를 육성하여 좋은 기업에 투자하고 평생의 동반자로 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장기투자의 문화가 정착된다면 투기세력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다. 건강한 혈액순환은 우리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선천면역과 적응면역을 통하여 대응한다.

 

그리고 건전한 화폐순환은 금융의 신뢰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척도이다. 투기꾼들도 신용사회의 구축과 장기투자 문화를 통하여 얼마든지 제어할 수 있다.

 

[프로필] 구기동 신구대 보건의료행정과 교수

•경희대 경영학과, 고려대 통계학석사, University of Liverpool MBA,

서강대 경영과학박사, 경희대 의과학박사과정

•국민투자신탁 애널리스트, 동부증권 본부장, ING자산운용 이사,

한국과학사학회 회원, 한국경영사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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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기동 신구대 교수 eservic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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