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LG전자가 HBM(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제조과정에서 투입되는 핵심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 반도체장비 업체 중 HBM 전용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개발을 완료한 곳이 없기에 먼저 해당 기술 개발을 완료할 경우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LG전자 및 업계 등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PRI)은 최근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개발 연구를 본격화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조세금융신문’과의 통화에서 “당사 내 PRI의 경우 이전부터 반도체용 패키징 및 검증용 장비를 만들어 판매해왔다”면서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역시 그간 지속적으로 개발을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고객사 수요 등을 감안해 사업화 여부 등을 검토 중인 단계로 해석하면 된다. B2B 영역이기에 납품처가 정해지고 고객사가 정해져야 실제 공급이 이뤄진다”며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이며 구체적인 사안 등은 정해진 것이 없다고” 부연했다.
◇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기존 ‘TC본더’ 대비 효율성 월등
현재 반도체 시장 내에서 D램 등 기존 반도체의 경우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이 사용되고 있으나 HBM의 경우 ‘TC본더’ 기술이 주로 쓰이고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은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HBM 적층 과정에서 두 기술을 비교하자면 ‘TC본더’보다 ‘하이브리드 본더’ 방식이 가격을 제외한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TC본더’ 기술은 반도체를 기계적으로 정렬한 뒤 압축해 적층하는 방식을 사용하며 정렬 정확도는 1~2㎛(마이크로미터) 수준이다. 또 공정시 300°C 이상의 고온이 발생하며 이로 인한 압축 및 냉각 과정으로 공정 완료까지 장시간이 걸린다. 다만 오랜기간 사용됐기에 기술 성숙도가 높고 안정적이다.
이에 반해 ‘하이브리드 본더’ 방식은 반도체 적층시 광학 정렬 및 전기적 접합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때 정렬 정확도는 100~250㎚(나노미터) 수준으로 ‘TC본더’에 비해 월등하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본더’는 상대적으로 낮은 200°C 이하 온도에서 공정이 진행되며 병렬 처리가 가능해 공정시간도 짧다. 또한 높은 전력효율, 소형화 가능 등의 장점이 있어 HBM3E, HBM4 등 고대역폭 AI 칩 제조에 유리하다. 단 기술 개발 난이도가 높고 개발 과정에서 고(高) 비용이 투입되기에 아직까지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을 상용화한 곳은 없다시피 하다.
◇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최초 상용화시 시장 선점 유리…업체간 경쟁 치열 예상
한편 AI 산업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 출범한 이재명 정부도 AI 산업에 막대한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AI 산업의 핵심 부품인 HBM의 중요성도 갈수록 급부상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HBM 제조업체의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채용 가능성도 높아져 LG전자를 비롯한 장비 제조업체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산업의 급성장으로 HBM 단수를 쌓는 적층이 향후에도 더욱 늘어나게 될텐데 ‘하이브리드 본더’ 방식은 기존 ‘TC본더’에서 발생하는 열화, 웨이퍼 휘어짐 등 단점을 보완할 수 있기에 중요도가 상당히 높다”고 평가했다.
이어 “때문에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을 먼저 상용화하는 곳이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LG전자 외 한화세미텍, 한미반도체 등도 이미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개발에 나선 만큼 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TC본더’ 방식은 반도체 적층시 접착체와 같은 중간 매개체를 사용했다. 반면 ‘하이브리드 본더’ 방식은 이러한 중간 매개체가 필요없어 얇게 더 많은 적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단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기술 개발을 완료했다고 해서 상용화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고객사의 수요를 확인해야 하고 퀄테스트 등 검증 과정도 거쳐야 한다. 이같은 기간이 대략 수 년에서 길면 1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며 “그럼에도 한 업체가 가장 먼저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시장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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