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오는 29일부터 열리는 ‘한국판 CES’가 기업들의 부담만 키운다는 지적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한국판 CES 격인 ‘한국 전자·IT 산업 융합전시회’가 열린다.
얼마 전 미국서 막을 내린 CES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은 우리 기업들의 혁신 기술과 제품을 직접 보고 체험하는 장을 마련해 혁신성장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KOTRA,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창업진흥원이 공동 주관한다.
하지만 기업들의 참여는 저조한 상황이다.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 참가한 한국 기업은 총 317개다. 이 중 이번 전시회에 참가하는 기업은 35개로 전체 중 11%에 불과하다.
대기업 중에는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네이버랩스 등 4곳, 중견기업 중에는 코웨이 1곳이 참여한다. 유진로봇, 길재소프트 등 중소기업도 일부 참여한다. 현대·기아차는 CES 출품작 가운데 상당수가 미국 현지에 있어 참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부 주도로 급하게 행사를 밀어붙이다 보니 생긴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청와대 등 정권 핵심에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CES가 끝난 지 불과 2주 만에 한국 기업들만 모아서 전시회를 여는 게 불가능했을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전시회는 보통 두세달 전부터 준비해도 미흡하다는 소리를 듣는데 열흘 만에 전시회 부스를 차린다는 건 결국 전시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전시품도 CES 내용과 크게 다를 게 없어 관람객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에는 이미 새로운 IT·가전 제품을 전시하는 한국전자전(KES)이 있는데 굳이 CES 직후에 같은 행사를 개최할 필요가 있냐”며 “설 연휴 직전에, 그것도 예고 없이 열리는 것 또한 전시회가 흥행하기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CES는 바이어들을 만나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중요한 기회가 돼야 한다"며 "홍보도 잘 되지 않은 채 진행되는 이번 행사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상황이 이렇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순수히 기업과 소비자를 위해 행사를 기획했다는 입장이다. 또 ‘자율 참여 행사’라는 점도 강조하며 기업에 부담을 줄 의도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CES라는 세계적인 행사를 한국 소비자들도 경험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며 “CES 직후가 아니면 홍보 효과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급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시일이 촉박한 상황에서 업체 참석을 권유하다 보니 오해가 생긴 것 같은데 기업들에 참여를 강제하지는 않았다”며 “비용도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으로 기업을 홍보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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