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에피스)가 작년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대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추정되는 파일을 대거 삭제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주요 내용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모(구속기소) 삼성에피스 상무는 작년 7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삼성바이오에 대한 검찰 고발이 예상되자 재경팀 소속 직원들에게 '부회장 통화결과'와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파일 등 2천100여개의 파일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해당 폴더 내 '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
삭제된 파일은 '부회장 통화결과' 폴더 내 통화 내용을 정리한 파일, '바이오젠사 제안 관련 대응방안(부회장 보고)' 폴더 내 '삼성에피스 상장계획 공표 방안', '상장 연기에 따른 대응방안', '바이오젠 부회장 통화결과', '상장 및 지분구조 관련' 파일 등이다.
양 상무는 삼성에피스 임직원 수십명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제출받아 이재용 부회장을 지칭하는 'JY', 'VIP', '합병', '미전실' 등 단어를 검색해 관련 문건을 삭제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고한승 삼성에피스 대표도 휴대전화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상무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후신으로 통하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수사를 빠르게 '윗선'으로 확대 중이다.
검찰은 이 같은 증거인멸 정황을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백모 상무와 보안선진화TF 서모 상무를 지난 11일 구속했다.
이들은 '자체 판단에 의해 문건을 삭제했다'고 주장하다가 구속 이후 '윗선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의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 사장은 1990년대 미국 하버드대 유학 시절 이재용 부회장과 인연을 맺은 최측근으로 통한다.
삼성에피스는 증거인멸뿐 아니라 기업가치평가 내용이 담긴 문건을 조작해 금융당국에 제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에피스는 작년 3월 분식회계 의혹을 조사하던 금융감독원이 '바이오시밀러 사업화 계획' 문건 제출을 요구받자 변호사들과 상의해 문건 조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 작성자는 미래전략실 바이오사업팀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으로, 작성 시점은 2011년 12월에서 2012년 2월로 각각 수정됐다.
이 문건은 삼성바이오가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설립할 예정이던 삼성에피스의 사업성과 기업가치평가를 담은 것으로, 2011년 기준 바이오젠에 부여한 콜옵션의 가치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콜옵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어서 2012~2014년 콜옵션 약정을 공시하지 못했다'는 그간의 삼성 측 해명과 배치되는 자료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비율 산정 과정에서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부풀리기 위해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가치를 부풀렸는지, 최종 책임자는 누구인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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