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삼성 준법감시위, ‘이재용 문제’ 눈감나?

2020.01.09 16:53:58

위원회 활동비, 위원회 조사원 보수…모두 삼성 지급
발족 이전 사건 안 다뤄...지적 받자 "정해진 것 없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위원회)가 9일 위원회 활동 범위에 대해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이후의 사안을 중심으로 다룰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김지형 삼성 준법감시위원장(사진)은 이날 오전 11시에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삼성화재 등 삼성 주요 7개 계열사 간 협약을 맺고 참여해서 위원회 준법감시를 받게 된다고 전했다.

 

대법관 출신으로 현 법무법인 지평의 변호사인 김 위원장은 이날 독립성과 자율성을 생명으로 삼고, 공정거래, 노조, 부패, 승계 등 ‘성역’ 없는 준법감시를 약속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부터 흔쾌히 약속을 받아냈다"며 위원회 독립성을 장담했지만, 신뢰의 발판을 쌓기에는 몇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김 위원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 뇌물, 횡령 사건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을 남겼다.

 

김 위원장은 위원회 활동이 위원회 발족 이후 사안을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하느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이어 위원회 발족이 부회장의 뇌물·횡령 사건으로 인한 것임에도 위원회 설립 이전의 사건을 다루지 않고 화해를 말하는 것은 모순이 아니냐고 따져 묻자 “위원회 활동 범위는 아직 논의단계에 있다”며 말을 아꼈다.

 

위원회 위원 중 뇌물·횡령 관련 실무를 경험한 인사가 없다는 점도 의외다.

 

김 위원장 외 위원회 멤버는 봉욱 전 대검 차장, 심인숙 중앙대 교수, 김우진 서울대 교수,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고계현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창립 사무총장, 이인용 삼성전자 사회공헌업무총괄 고문이다.

 

뇌물, 횡령 사건은 조직 내부 권력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회계·재무 관련 실무 전문성을 갖춘 인력 다수가 장기간 조사를 해야 겨우 혐의 확인이 가능한 범죄다.

 

대기업 횡령 관련 범죄행위는 회계장부 사기, 탈세, 국제 이전거래 조작 등이 뒤따르는 고도의 조직 전문범죄다. 검찰조차 자체 수사반원으로 전문성을 충당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위원회 멤버들은 시민단체, 학계, 법조계에서 높은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지만, 회계나 세무 전문성을 가진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외부 전문인력을 쓸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 역시 실효성을 장담할 수 없다.

 

위원회는 조사원들의 조사결과보고서를 근간으로 각 사항을 판단하게 되기에 위원회만이 아니라 조사 조직의 독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위원회 하부에서 준법감시 관련 실무을 담당할 직원들은 삼성 각 계열사로부터 외부 파견을 받는 식으로 꾸려진다.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도 보수는 삼성이 지급하며, 위원회 위원들 역시 삼성으로부터 활동비를 받는다는 점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보수를 주는 삼성 측 입장과  멀어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실제 법률에 의해 감사권이 보장된 공인회계사조차 회사 측 입장을 대변해 회계부정을 저지르다 거액의 국가적 손실을 끼치는 일이 다수 적발된 바 있다.

 

대우그룹, 대우조선 해양 등 회계장부 조작·사기 사건(분식회계)이 대표적 사례다. 정부는 외부독립된 회계사들이 ‘물주’에 휘둘리지 않도록 2018년 법을 바꾸기도 했다.

 

 

삼성 준법감시위는 상법 상 법적근거가 없다. 위원회에 조사권한을 부여한다해도 임의의 것이다. 김 위원장이 장담한 '성역없는 조사'도 불투명하다. 한 예로 최근 산업기술보호법이 통과해 회사 기술과 관련된 자료는 재판에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건 재판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구체적인 사안을 포함해 위원회 운영과 구성에 대한 자세한 말은 아꼈다. 현 단계에서 확실한 것은 위원회 모든 활동 영역에는 삼성의 돈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이와 관련 “위원회 위원은 무보수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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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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