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된 첫 감리위원회가 17일 개최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감리위를 열고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여부 및 고의성, 삼성 경영권 승계와의 연관성 등을 논의한다.
감리위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외부감사법 제9조 비밀준수 의무’ 등에 따라 안건 논의 내용도 추후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금융위는 소위원회 실시 여부, 추후 회의 일정 등만을 밝힐 예정이다.
이번 감리위는 검사부서인 금융감독원 회계조사국과 제재 대상인 삼성바이오 양측이 모두 참석하는 ‘대심제’ 형태로 진행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 측에서는 김태한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핵심임원진들이 직접 출석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양측은 금감원의 사전조치 통보 외부 공개 문제 등으로 감리위 이전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양측 모두 혐의 입증 여부에 따라 시장혼란 야기와 투자자피해에 대한 책임을 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신뢰도에 큰 타격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핵심쟁점으로는 ▲미국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 평가 적절성 등이 있다. 금감원은 과거 삼성바이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바꾸는 과정에서 분식회계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삼성바이오는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다 상장 직전년도인 2015년 1조9000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회사 보유지분의 경우 장부가액으로 평가되지만 관계사 보유지분은 공정가액(시장가액)으로 평가 받는다.
때문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가치 평가 방식 역시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됐고 이로 인해 4조5436억원 주식 평가이익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평가가치는 3300억원(2014년)에서 5조2726억원(2015년)으로 상승했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가치 평가 방식을 장부가액에서 시장가액으로 변경한 것에 뚜렷한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삼성바이오 측은 “회계처리 변경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충실히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경우 바이오시밀러 개발성과가 가시화됨에 따라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종속회사에서 제외시켰다고 설명했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여부가 지분가치 평가 방식 변경의 적정성 판단에 주요 기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감리위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문제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돼있는 문제기도 하다. 최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제일모직 기업가치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이뤄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제일모직은 2015년 합병 당시 삼성바이오의 지분 46.3%를 보유하고 있었다.
감리위원 구성도 큰 논쟁이 되고 있다. 애초 금융위는 자문기구인 감리위의 위원 명단을 비공개로 유지했으나 일부 언론 등을 통해 감리위원 9명의 명단이 공개됐다. 이 중 감리위원장을 맡은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과거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으로서 삼성바이오에 유리하게 상장 규정을 개정·완화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어제(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당시 한 일은 정당하기 때문에 (김학수 위원을) 감리위원장과 증선위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참여연대 측은 17일 논평을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 결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위해 앞장서야 할 금융위원장이 중대한 심의과정에 사실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금감원은 감리위 결과에 따라 오는 23일 또는 내달 7일 열리는 증선위에서 삼성바이오에 대한 최종 제재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삼성바이오 측은 회계위반 결정이 확정될 경우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