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리 상승기 금융지주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금융지주들은 대출 영업에 중점을 두고 있는 은행과 카드, 캐피탈 등 계열사들의 활약에 지난 1분기 성적표에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받았다.
다만 4대 금융지주들은 현재 상황에 만족하며 앞으로의 성장제를 낙관하기엔 불안정한 상태라는 진단을 공통으로 내놓고 있다. 비대면 거래 증가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 익숙한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하는 자세가 요구되며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지주 회장직 연임에 성공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발자취에 관심이 쏠린다.
은행장 시절부터 ‘혁신’을 핵심 키워드로 꼽아온 조용병 회장의 올해 목표는 디지털 생태계 선도다.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 디지털 금융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또 그는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 기업설명회도 쉬지 않고 추진하고 있다. 기업설명회 자리에서 신한금융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현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은 물론 글로벌 투자자 유치로 주가를 부양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단 것이다.
◇ 실적, 뜯어놓고 보면 왕관 주인 따로 있다?
신한금융은 ‘리딩금융’ 타이틀을 놓고 KB금융지주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순이익을 기록했으나, 아쉽게도 근소한 차이로 리딩금융 탈환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신한금융은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한 1조4004억원을 달성했고, 같은 기간 KB금융은 14.4% 증가한 1조4531억원을 달성했다. 572억원 차이다.
다만 역전 가능성은 상당하다. 1분기 실적에서 KB금융이 신한금융을 앞지르며 유리한 입지를 선점했으나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본업 경쟁력만으로 놓고 보면 신한금융이 KB금융을 제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세히 살펴보면 1분기 KB금융의 순이익에는 일시적인 요인으로 1200억 가량이 더해졌다. 세후 약 590억원의 대손충당금과 690억원 규모의 은행 법인세 환입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KB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249조원이고, 신한금융은 이보다 755억원 많은 셈이 된다.
◇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사옥, 금싸라기 매각에 실적도 쑥
게다가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사옥 매각이 성공된다면 이것 역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금융투자는 여의도 사옥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과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매각 가격은 약 6400억원 정도로 알려졌으며, 양사는 세부 조율을 거쳐 조만간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신한금융의 이 같은 빅딜은 최근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이 맞물린 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금융권이 호황기를 맞았으나,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이 예전보다 어려워지면서 적극적으로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유동성 유입으로 크게 성장한 자산 가치가 금리 상승으로 가파르게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작년부터 유안타증권, 롯데손보, 현대카드, KB손보, 현대캐피탈 등 금융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안에 신한금융투자 여의도 사옥 매각이 성사되면 신한금융에 최소 4000억원~50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한금융은 가파른 마진 상승세에 힘입어 올해 5조원 이상의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한금융투자 사옥이 매각돼 그 이익까지 더해지면 실제 순이익은 5조5000억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용병 회장이 이같은 빅딜 성공에 힘입어 올해 리딩금융 탈환에 성공할 경우 내년 3월 회장 연임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리딩금융 대결은 양 금융지주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일 뿐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도 결정적인 한 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 혁신기업투자, 미래 먹거리 발굴 포석
조용병 회장은 지난해부터 혁신기업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신한금융에 따르면 디지털 분야 유망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목적으로 조성한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1호 펀드’를 통해 지금까지 18개사에 총 2245억원을 투자했다.
‘원신한 커넥트 신기술투자조합 1호 펀드’는 지난해 4월 3000억원 규모로 만들어진 벤처·스타트업 전략 투자 펀드로 미래 시장 선점과 그룹사 디지털 사업 활성화, 비금융 플랫폼 연계를 통한 그룹 T&T(Traffic & Transaction) 확대 등에 활용되고 있다.
그간 신한금융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신한퓨쳐스랩’을 통해 혁신기업 성장을 지원해왔으나 펀드를 통해 보다 규모가 큰 스타트업에 투자해 향후 지분법 이익, 지분 매각 등으로 수익을 낼 계획이다.
조용병 회장의 혁신기업 투자는 리딩금융 재탈환을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간 은행계 금융지주가 보수적으로 자기자본을 운용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자본 운용 효과를 내겠단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 “금융지주들은 비은행 부문 인수, 자회사 유상증자로 자기자본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신한금융은 혁신기업 적극 투자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신한금융은 혁신기업과의 직접 투자를 통해 미래 먹거리 발굴에 도움을 받고 있다.
일례로 신한카드가 블랙오디세이와 소장품을 대체불가토큰(NFT)으로 등록하고 신한플레이 플랫폼에 등록해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NFT의 거래, 유통이 활성화되는 시기를 대비한 시도다.
◇ 적극적인 해외 출장, 목적은 주가 부양
조용병 회장은 최근 투자 유치를 위해 해외 출장길에도 올랐다.
그는 원래도 4대 금융지주 회장 중 해외 투자 유치에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이처럼 조용병 회장이 해외 기업설명회를 쉬지 않고 추진하는 이유는 주가 관리 차원으로 해석된다.
실제 신한금융의 주식은 외국인 지분율이 60% 이상으로 해외 투자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투자 유치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게다가 신한금융은 코로나19 이후 펀드불완전 판매에 따른 비용 발생 등 각종 악재로 대형 은행주 중 가장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인 바 있다. 악재가 해소되면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증권업계도 신한금융 주가에 긍정적인 시각을 전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신한금융은 은행과 증권을 중심으로 한 이익 정상화와 분기배당 및 자사주 소각, 경쟁은행 대비 약 15% 이상 낮은 가치 등을 감안할 때 추가적 주가 부진은 제한적일 것이다. 상대적 주가 부진 상태에서 탈출이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 조용병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1957년생인 조용병 회장은 대전광역시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고 핀란드 헬싱키경제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마쳤다.
신한은행에 1984년 신입으로 입행한 조용병 회장은 1982년 창업한 신한은행의 역사를 대부분 함께하며 그룹의 다양한 핵심 업무를 경험했다.
신한은행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지주 회장직까지 오른 것은 조용병 회장이 처음이다. 정통 ‘신한맨’인 셈이다. 초대 라응찬 회장은 농협은행에서 2대 한동우 회장은 한국신탁은행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조용병 회장은 입행 8년 만인 1992년 뉴욕지점에 대리로 부임했고, 이후 신한은행의 뉴욕지점장과 글로벌사업그룹 전무를 지내며 국제금융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2013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후로도 회사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통적 은행업 이외에 자산시장 이해도에 대해서도 증명했다는 평가도 함께다.
이후 조용병 회장은 2015년 신한은행장에 올랐다. 신한금융의 핵심 계열사 CEO에 선임된 것이다. 은행장 취임사에서도 지금 조용병 회장의 ‘혁신 강조’ 정신은 그대로 드러난다. 당시 조용병 회장은 “신한은행은 불굴의 도전 정신과 끊임없는 혁신으로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전례 없는 성공의 역사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여기서 자만하거나 안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2017년 신한금융 회장으로 취임한 조용병 회장은 역시 “금융의 경계를 뛰어넘자”며 또 한 번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지주 회장 취임 후 2연임에 성공하는 동안 디지털 경쟁력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 수익원 다변화 등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해외사업 비중을 키우는 등 지속 가능한 경영체계 구축에 힘쓰고 있다.
올해 사실상 두 번째 임기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조용병 회장, 그가 3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까. 리딩금융 타이틀 탈환, 디지털 금융 관련 의미 있는 성과, 해외투자자 유치 등 내실 다지기와 외형 확장에 주력하면서 재연임을 위한 밑그림 그리기가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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