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한칼럼] 금융위기에 준하는 특단의 민생대책 마련하라

2022.08.12 15:52:37

약자와 이별하는 퇴행적 민생정책 폐기
“소득세 물가연동제”도입으로 기업감세 중독 치유
민생위기 부르는 “재정준칙”(긴축재정) 즉시 폐기
금융위기에 준하는 코로나 부채대책 마련해야
“물가지원금”으로 저소득층 소비충격 완화

(조세금융신문=송두한 민주연구원 부원장) 정부의 경제정책이 “후퇴∙충돌∙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는 사이, 민생경제는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 직면해 있다. 민생이 어려운데 철지난 친기업∙친자본 정책이 난무하고, 관치에 깊게 뿌리내린 비상식적인 대책들이 중산층과 서민을 집중 타격하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민생경제를 총체적 난국에 빠뜨린 역주행 정책들은 차고 넘친다.

 

재난 수준의 고물가로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고 소비가 소득을 초과하는 적자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민생경제가 물가발 소비충격에 노출되었다 하니, 더 거친 초과세수를 먼저 기업에게 돌려주겠다며 법인세 감세를 밀어붙이고 들고 나왔다.

 

세계경제가 기술적 경기침체 구간에 진입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물가발 부채위기”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경기침체 위험이 높아지니 이번에는 철지난 재정준칙을 도입해 건전재정, 즉 긴축재정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긴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참고로, 선진국 중에서 “GDP대비 60%”기준을 지키는 나라는 존재하지 않으며, 원산지인 유럽도 오래 전에 폐기처분한 정책이다.

 

펜데믹 위기로 인해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대출로 임대료를 돌려막는 사이 코로나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코로나대출만 300조원에 육박하지만, 정부의 금융대책은 금융기관을 위한 부채관리대책에 가깝다. 특히, 4차례에 걸친 이자감면과 만기연장이 종료되는 9월 이후자영업발 부채리스크가 발화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진단과 처방이 겉도는 비상식적인 경제정책을 과감하게 수정하고, 금융위기에 준하는 특단의 실사구시 민생대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1.“기업감세=경제활성화”에 중독된 퇴행적 세제개편 폐기하고,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자연증세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민생경제가 직면한 위기의 본질은 물가와 부채다. 중산층과 서민들은 물가폭등으로 소비지출이 소득을 초과하는 적자가구가 급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들어보지도 못한 빅스텝(0.5% 인상)과 자이언트 스텝(0.75% 인상)에 이제는 울트라 스텝(1.0% 인상)까지 등장하는 등 작금의 금리환경은 공포에 가깝다. 세제개편은 그 타깃을 법인세 감세가 아닌, 소득세 증세 해결에 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고물가∙고금리 경제가 문제인 이유는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 5%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소득의 5%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다, 미친 금리폭등으로 이자부담이 급증하면서 가계의 소비여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를 방치하면, 민생경제는 “물가상승-실질소득 감소-소비충격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지금 필요한 세제개편은 소득세가 물가를 반영하도록 개편해 자연 증세로 인해 가처분소득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기재부가 소득세 세율구간을 임의로 상향해 감세 혜택을 확대하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1,200만원 이하는 1,400만원 이하, 1,200~4,600만원은 1,400~5,000만원 등으로 세율구간을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여전히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반쪽짜리 개편안에 불과하다. 논리도 맥락도 없는 주먹구구식 개편일 뿐만 아니라, 진단과 처방이 겉도는 퇴행적 세제개편이다. 누구에게 혜택을 더 주거나 덜 주자는 것이 아니다. 소득세가 물가를 반영하지 못해 초과세수가 발생하는 퇴행적 구조를 바로잡자는 것뿐이다.

 

2008년 이후 15년간 화석화된 세율구간이 물가를 반영하도록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현행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개편하자는데 반대를 위한 바대로 일관하는 기재부의 행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과감한 법인세 인하,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스피커를 자처하는 모습과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근로자의 임금이 매년 물가 등을 반영해 오르듯 세율구간도 물가와 연동돼 움직여야만 실질소득 감소를 방어할 수 있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최우선 민생안정 대책으로 인식하고, 입법을 통해 조속히 개정해야 하는 이유다.

 

2. 비상경제 상황에서 철지난 재정준칙을 도입해 스스로 손발을 잘라내는 정신 나간 자해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기재부가 근본도 없는“GDP대비 40%”원칙을 들고 나와 이게 깨지면 부채에 치어 나라가 망할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전가의 보도인 “40% 룰”이 무너지자 업그레이드 버전인 “GDP 대비 60%”를 담은 재정준칙을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경기침체 위험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이 적기라 하니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재정준칙은 사실상 사장된 제도다.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을 제외하면, 이 기준을 준수하는 선진국은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재정준칙의 원산지인 유로존 국가들마저도 폐기처분한 정책이다. 2020년 기준 GDP 대비 정부부채는 미국 133%, 프랑스 113% 등으로 선진국 평균인 130%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재정준칙의 원산지인 독일 역시 그 수치가 70%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다.

 

그렇다면, 이 어려운 시기에 유통기한이 지난 재정준칙을 무리해서 도입하려 하는가? 재정준칙을 쉽게 풀어쓰면,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를 먼저 살리고 혹여 여력이 되면 국민을 살리고, 그것도 어려우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관치에 깊게 뿌리내린 곳간지기 악령이 홍남기-추경호 라인으로 이어지면서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준칙으로 재정 수단을 무력화시켜버리면, 민생경제가 맨몸으로 그 충격을 받아내야 한다는 데 있다. 결국, 국민들이 빚을 내 재정 공백을 메우거나 절대소비를 줄여 줄어든 복지지출을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 재정준칙이 민생경제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반서민 정책일 뿐만 아니라, 시대 변화에 뒤처지는 후진적 제도인 이유다.

 

선진적인 재정운영은 국민경제가 어려울 때 과감하게 곳간을 풀어 민생을 구제하고, 경제를 살려내 다시 곳간을 채우는 전문 역량을 요구한다. 정부가 선진국에서 폐기된 “GDP 대비”에 중독된 사이,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로 진화했다. 역설적으로, 재정준칙을 도입하면 재정건정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민간의 부채건전성이 악화되면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재정준칙을 고집하는 것은 무능한 곳간지기의 집착일 것이다.

 

3. 자영업발 부채리스크를 조기에 진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위기에 준하는 특단의 부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를 키운 주범은 한국은행이다. 세계적으로, 가계부채의 발화점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2015~2018년 구간이었다. 미국의 연준은 이 시기에 9번에 걸친 금리인상을 통해 민간부채의 양적 팽창을 선제적으로 제어한 바 있다. 반면, 이 시기에 한국은행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다가 부채가 늘어날 대로 늘어나자 이제 와서 뒷북 금리인상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단언컨대, 금리를 올려도 물가는 잡히지 않고 늘어날 대로 늘어난 부채위험만 커질 뿐이다. 무모한 금리인상이 가계부채 부실을 초래하는 주범인 이유다.

 

코로나부채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자영업자대출은 시장의 자율 기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대출로 임대료를 돌려막는 사이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일단 부실이 발생하면 가계부채 부실로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회적 책임이 있는 코로나대출은 2019년 이후 발생한 자영업자대출을 의미한다. 자영업자대출은 2019년 685조원에서 올해 1분기 961조원으로 급증했는데, 펜데믹 위에 쌓은 코로나대출만 300조원에 이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불과 1~2년 사이에 대출금리가 2배로 급등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난 코로나대출이 살인적인 금리충격에 노출되어 버렸다. 정부는 자영업자대출을 시장실패 영역으로 간주하고, 특단의 부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금융대책은 금융기관을 위한 부채관리대책에 불과하다. 특히, 4차례에 걸친 만기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대표적인 미봉책이다. 이제 와서 그 짐을 금융기관의 자율로 떠넘겨버리면 그냥 죽으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채상환 여력이 소진된 코로나대출은 핀셋 금융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보편적 이자감면”으로 정상채권의 부실화를 차단해야만 자영업발 부채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연체에 진입한 부실채권 정리를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살아 있는 채권의 부실화를 막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지금은 정부가 전면에 나서 경제위기에 준하는 특단의 코로나부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정부와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부채대책 기구를 만들어 “코로나대출 이자감면 프로그램”을 조속히 가동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금리인하 방식으로 코로나대출에 대한 보편적 이자부담을 덜어주고, 정부가 이차보전 방식으로 매칭 지원하거나 보증부 대환대출로 금리인하를 지원해야만 자영업위기로 번지는 불길을 차단할 수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8.5조원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 대환 프로그램”은 그 대상을 개인사업자대출로 협소하게 제한한 핀셋 지원에 불과하다. 대부업대출, 가계대출 등을 포함한 코로나대출 전반에 걸친 이자감면이나 금리인하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하는 이유다.

 

둘째, “금리원가 공개”를 통해 금리결정구조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지금의 미친 금리폭등은 단순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금융기관들이 지표금리가 올라가는 구간에서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내려 이자이익을 극대화하는 행태를 보여 왔기 때문이다. 금리결정체계가 투명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금리원가 공개를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가장 효율적인 부채대책은 금리원가를 공개해 금리산정과 관련된 정보비대칭을 해소하는 것이다.

 

셋째, “금리자동인하법”을 도입해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아도 요건 충족시 자동 인하가 가능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 차주가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금융기관이 선별적으로 여부를 결정하는 현행 제도를 금리인하 시스템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성준의원이 발의한 “금리자동인하법”이 이에 속한다. 신용개선 사유가 발생하면 금융기관이 이를 금리에 반영하도록 의무화하자는 것인데,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금리원가 공개, 금리자동인하법 등의 법제화는 이자 폭리를 방지할 수 있는 최우선 민생입법으로 추진해야 한다.

 

유례없는 펜데믹 위기가 전례없는 이자폭리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기관들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금융으로 전락해버린 금융기관들은 매년 경이로운 실적행진을 갱신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의 이자이익은 작년에 40조원을 넘어섰는데, 올해에는 50조원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과거의 금융위기가 정부와 금융기관에 던지는 교훈은 “부채를 초기에 진화하지 못하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다 해도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4.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물가지원금”(물가수당)을 지급해 물가대란 사태로 인한 소득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초유의 물가대란 사태에 소득보전 대책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는 고물가 충격이 중산층과 서민을 집중 타격하기 때문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소득이 감소해 소비 여력이 소진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가 소득을 초과하는 적자가구가 급증하게 된다. 소득 하위 20% 가구인 1분위는 소득 대비 소비지출이 이미 110%로 버는 것보다 쓰는 게 많은 게 현실이다. 고물가 환경 하에서 금리충격은 한계가구를, 소득충격은 적자가구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민생물가 대책의 핵심은 정부가 물가상승으로 인한 소비충격을 일정부분 흡수할 수 있는 소득보전 대안을 마련하는데 있다. 만약, 물가충격이 감내할만한 수준이거나 단기적인 현상이라면, 유류세 감면 등과 같은 핀셋 지원이 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지금의 물가대란 사태는 그 피해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소득보전이 가능한 대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재난지원 방식의 “물가지원금”은 물가상승분의 일정 부분을 국민들에게 환원해 물가충격을 흡수하는 일종의 소득보전대책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정부가 소득 하위 80%를 대상으로 소득에 따라 차등으로 물가상승분을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지원하자는 것이다. 일례로, 물가상승률 5% 가정시, 물가상승분 전액인 소비지출의 5%를 소득 1분위에 지원하면 가구당 최대 35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 소득 2분위는 소비지출액의 4%, 소득 3분위는 3%, 소득 4분위는 2% 등으로 소득 수준별로 차등해서 지원할 수 있다. 정부는 물가지원금을 단순한 현금성 지원으로 폄훼하기 보다는 민생 위기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다.

 

 

[프로필] 송두한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dsong2@gmail.com)

◾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NH금융지주)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파급효과 진단,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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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민주연구원 부원장 dsong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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