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삼성전자 법인세 실효세율은 고무줄?…21.5%~52.9% 엄청 신축적

2022.12.19 16:11:30

회계장부 상 법인세비용으론 법인세 못 구해
전경련, 연결기준 장부 사용…완전히 빗나가
대통령실 TSMC 뭘로 구했는지 근거 미상
법인세 글로벌 스탠다드는 ‘최저한세’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김은혜 홍보수석은 지난 16일 반도체만 봐도 삼성전자의 실효세율이 대만TSMC에 비해 2배 가까이 높다면서 2020년 기준 삼성전자의 실효세율을 21.5%라고 말했다.

 

무언가 비교할 때는 기준이 동일해야 비교가 가능한데 대통령실은 구체적으로 어떤 숫자를 어떻게 비교했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월 15일 ‘기업 위한 법인세제 개선방향 자료집’을 발간하며 더 충격적인 숫자를 발표했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삼성전자의 평균 실효세율이 27.0%로 대만 TSMC(10.5%)의 약 2.7배나 높다고 발표한 것이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인데 연간 수조원의 세금감면을 받는다고 알려진 삼성전자가 물리적으로 27%를 낼 방법은 없다. 심지어 전경련 방식으로 2019년 법인세를 계산해보니 삼성전자 실효세율은 52.6%까지 솟구친다.

 

고무줄처럼 늘었다가 줄었다 하는 법인세. 도대체 누가 무엇을 근거로 말하는 것일까.

 

 

 

초점 1. 기준 자체가 잘못됐다.

 

대통령실은 삼성 실효세율에 대해 어떠한 근거도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검증의 대상조차 될 수도 없다.

 

전경련은 그래도 근거를 밝혔다. 2018년~2021년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에서 법인세 비용의 비중을 뽑아보니 연간 평균 27%의 비중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첫 번째, 삼성은 27% 법인세를 내고 싶어도 낼 방법이 없다. 대한민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5%다. 지방세까지 합치면 27.5%이긴 한데 연간 수조원의 세금감면을 받는 삼성전자는 단 한번도 그 특권을 포기한 적이 없다. 차라리 대통령실이 말한 21.5%가 훨씬 믿을 만 하다.

 

두 번째, 전경련은 27%란 숫자를 뽑아내면서 연결재무제표상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과 법인세 비용을 썼다. 연결재무제표란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계열사간 매출과 이익을 합친 건데 세금은 기업집단이 내는 게 아니라 개별 기업이 낸다. 따라서 연결재무제표상 숫자로 법인세를 알아보겠다는 건 삼성전자 법인세를 찾는다면서 삼성그룹 법인세비용을 갖다 대는 꼴이다. 삼성전자 개별 재무제표상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과 법인세 비용을 비교하면 22% 정도 나온다.

 

세 번째, 법인세 비용은 실제 낸 법인세가 아니며, 법인세비용을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으로 나누는 수법으로는 법인세 부담률을 구할 수 없다. 그저 법인세 비용 비중 정도나 알 뿐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2018년도 법인세 6조8000억원을 내서 고액납세의 탑을 받았다. 이 시기 개별기준 삼성전자 법인세비용은 11조6000억원이었고,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은 44조4000억원이었다. 전경련 계산법에 따라 실제 낸 법인세를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으로 나누어 실효세율을 뽑아보면 2018년 15.3%가 나오는데 이것도 믿을 수 없는 숫자다.

 

이유는 2019년 상황을 보면 명확해진다.

 

삼성전자는 2019년 법인세 10조원을 내서 고액납세의 탑을 받았다. 2019년 삼성전자의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은 19조원이었다. 법인세 10조원 나누기 법인세비용 차감 전 순이익 19조원으로 나누면 52.6%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2019년 법인세 실효세율 52.6%를 맞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결코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전경련 측도 자신들의 추정 결과와 실제 법인세가 다를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쓸 수 있는 방법으로 최대한 노력한 것이라고 설명하는 전경련에게 격려를 보낼 수는 있지만, 실효세율이 27%에서 52.6%로 널뛰는 식의 결과물을 믿을 수 없다. 전경련 식 법인세 실효세율 계산법은 애당초 성립할 수 없는 헛된 가정이라고 볼 수 있다.

 

 

초점 2. 그럼 대통령실은 잘 했나

 

대통령실에서 자신들이 자료를 구한 근거를 주지 않기에 ‘잘 했다, 아니다’라고 말할 방법은 없다.

 

다만, 전경련처럼 대만 TSMC측 법인세 실효세율을 10.5%로 추정한 대통령실도 틀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경련은 대만 TSMC 법인세 실효세율을 S&P 캐피탈IQ 데이터베이스에서 구한 연결재무재표 기준 법인세 비용을 법인세 비용 차감 전 순이익으로 나눠서 구했다고 설명했다.

 

초점 1에서 회계상 재무제표를 가지고 실제 법인세 납부액을 구하는 것이 얼마나 헛된 시도인가는 충분히 설명했으며, 대통령실이 전경련과 동일한 방법으로 대만 TSMC 법인세 실효세율을 구했다면 그 시도는 틀렸다.

 

 

초점 3. 얌체 정책 뷔페

 

용산 대통령실은 대만 법인세율을 우리가 배워야 하는 듯 말했다. 그런데 대만 법인세 제대로 배우면 중소기업 세금은 무조건 두 배로 증세하게 된다.

 

한국은 10~25% 네 단계로 세금을 매기고 전체 기업의 50% 정도가 흑자를 내 세금을 내며 이중 50% 넘는 기업이 10%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대만도 흑자기업에 세금을 물리지만 거긴 세율이 20%부터 시작한다.

 

정론은 시스템이지 입맛에 맞춰 끼워맞추는 뷔페가 아니며, 대기업 거만 대만 걸 배껴오자는 대통령실의 주장도 정론이 아니다.

 

 

초점 4. 법인세 글로벌 스탠다드

 

법인세에 글로벌 스탠다드는 존재하지 않았었다. 국가에서 부여하는 명목세율이 있지만, 유럽이나 일본, 미국 등은 지방세율이 우리보다 월등히 크다.

 

한국은 지방세율이 2.5%지만, 미국은 평균 4.8%, IT메카 캘리포니아는 8.8%에 달한다. 일본은 6.5%, 독일은 14.1%에 달한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법인세 최저 실효세율을 15%로 선을 그으려 하고 있다. 2024년 전 세계 141개국이 참여한 글로벌 최저한세 입법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실효세율을 10% 냈다면 5%는 다른 나라 국세청이 가져간다. 대통령실은 전 세계가 법인세 인하 경쟁에 나섰다고 했고, 일부 국가는 법인세를 내리기도 했지만, 그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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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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