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장경철 부동산1번가 이사)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O세권에 대한 관심이 높다. 개인별로 엇갈리는 O세권 선호도가 다르겠지만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면 거주하는 주택 주변에 편의시설이 있다고 해서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령에 따라 싫어하는 편의시설도 있다.
대표적으로 병세권 또는 의세권은 연령에 따라 선호가 엇갈린다. 의료서비스 수요가 높은 고연령층은 병세권을 선호하지만 젊은 층은 병세권을 싫어하는 경향이 높다. 집 주변에 환자가 돌아다니거나 수시로 울리는 앰뷸런스 소리를 싫어하는 젊은층이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뜨는 O세권인 수세권과 뷰세권에 대한 선호도 엇갈린다. ‘경치는 한 달만 보면 끝난다’고 말하는 일부 사람들은 수세권과 뷰세권의 가성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린다.
높은 가격을 내고 집을 마련할 때 수세권이나 뷰세권보다 차라리 전통적으로 선호도가 높은 O세권인 역세권이나 학세권 등 물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내리겠다는 취향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인기를 끌었던 숲세권과 공세권도 산책과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선호되지만 벌레를 싫어하고 북적거리는 환경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선호 대상인 셈이다.
이밖에 학세권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표적인 층으로 주로 자동차를 보유한 젊은 싱글 가구다. 스쿨존에서 차량의 이동속도가 제한되고, 속칭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시행으로 교통사고시 더 높은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신에게 맞는 O세권은 어떻게 선택해야 할까. 업계에서는 ‘생활 패턴을 기준으로 O세권을 선택하라’는 조언을 내놓았다.
예컨대 식사를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은 백화점, 대형마트나 편의점이 가까운 곳을, 배달 음식을 선호하는 사람은 맥세권이나 스세권 등이 적합하다는 조언이다. 또한 밤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낮에 조용한 주(酒)세권(술집이 많은 곳을 의미)도 생활 지역으로 적합하지만, 낮에 근무하는 사람은 피해야 하는 지역으로 꼽힌다.
주거지 선택시 다양한 O세권을 갖춘 입지가 탁월한 주거 단지는 수요가 많아 사람들이 몰리고 그만큼 집값이 오르게 된다.
최근 내 집값을 좌우하는 뜨는 O세권 3인방으로 올(All)세권, 뷰(View)세권, 반세권(반도체+세권) 등이 있다고 한다.
◆올(All)세권
분양시장에서 올(All)세권 또는 다(多)세권 아파트 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기준 금리의 가파른 인상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수요자들이 더욱 깐깐하게 집을 고르기 시작해서다.
올세권 아파트는 주변에 교통‧교육‧공원‧편의시설 등의 인프라가 잘 갖춰진 단지를 의미한다. 역세권, 학세권, 공세권, 몰세권, 의세권 등 인기 주거지 키워드들이 다수 겹친 곳으로, 다양한 인프라를 가깝게 누릴 수 있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의 선호도가 높다. 환금성이 우수하다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이들 단지는 우수한 입지여건을 갖춘 만큼 매매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해 시세가 높게 형성되고, 불황기에는 가격 방어가 뛰어나 투자처로 관심을 갖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래미안 대치 팰리스 1단지’의 전용면적 84㎡는 지난해(2022년) 4월 33억원에 거래됐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5월 30억 3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불황기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상승한 것을 알 수 있다. 해당 단지는 지하철 3호선 대치역과 분당선 도곡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이며, 대치동 학원가와 롯데백화점, 강남세브란스병원, 양재천, 한티근린공원 등 교통‧교육‧상업시설‧녹지환경까지 모두 갖춘 다세권 아파트라는 평가다.
올세권 아파트는 부동산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분양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는데 다양한 인프라를 쉽고 빠르게 누리면서 높은 프리미엄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올세권 아파트는 수요자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충족시키는 만큼 앞으로도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 전망된다.
최근 기준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 수요자들의 옥석 고르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우수한 주거 편의성과 높은 미래가치까지 기대할 수 있는 올세권 단지의 가치가 커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청약 통장도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뷰(View)세권
강과 천, 호수, 바다 등 조망권 여부에 따라 아파트 청약경쟁률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주택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조망권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해(2022년) 수도권과 광역시 도심에서 청약 접수에 나선 239개 단지 청약경쟁률을 분석한 결과, 강과 바다 조망 가능 여부에 따라 편차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조망권이 있는 단지의 경우 평균 11.4대 1을 기록한 반면, 조망권이 없는 단지는 8.6대 1수준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조망권 프리미엄은 동일 생활권 내에서도 가격 편차를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에서 바다 조망이 가능한 수영구와 해운대구 일대는 지역 평균 시세 대비 3.3㎡ 당 700만~800만원 가량 비싼데 전용 84㎡로 적용해 보면 약 2억~3억원 차이가 나는 수준이다.
특히 올해 수도권과 광역시 등 도심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 가운데 강이나 바다 등의 조망이 가능한 단지는 분양이 예정된 단지 177개 중 17개 단지만 해당됐다. 이 가운데 부산에 위치한 단지는 11개였다. 리조트나 호텔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조망권에 대한 입지가 아파트 단지 희소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입지 희소성에 따른 장기적인 가치상승 가능성을 고려해 분양을 앞둔 단지들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반세권(반도체+세권)
반세권(반도체+세권)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대표적인 ‘반세권’으로 급부상 중인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아파트 가격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발표하면서다. 투자 규모는 300조원에 이른다.
특히 K칩스법으로 용인 부동산 시장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K칩스법이 국회를 통과해 삼성이 발표한 반도체 클러스터 대규모 투자가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업계에서는 전했다. K칩스법은 반도체를 비롯한 국가전략산업에 기업이 시설투자를 단행하면 세액공제율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기업‧중견기업은 현행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확대된다. 정부가 지난 3월 15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일대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인근 부동산이 요동치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는 오랜 기간 개발에서 소외당해 왔다. 그나마 남사읍에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마저 ‘오지’라 놀림당하곤 했다. 그러나 최근 이 아파트 주민들이 별안간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렸다고 해 화제가 되고 있다. 용인 처인구 남사‧이동읍 일원에 들어서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는 710만㎡ 규모로 세계 최대규모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삼성전자가 5개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을 짓는 등 총 30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면 직간접적 생산 유발 효과가 700조 원에 달하며, 고용유발 효과는 16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삼성전자 외에 SK하이닉스도 처인구 원삼면 일원에 415만㎡ 규모의 첨단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예정 투자비만 121조 8000억원에 이른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계획은 즉각적으로 아파트 거래량과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있는 6725가구 규모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지난 3월 15일부터 26일까지 총 34건의 거래가 신고됐다.5단지 전용 84㎡는 지난 17일 4억 5500만원에 팔렸다. 해당 평형은 지난 3월 2일만 해도 3억 3500만원에 팔렸는데 순식간에 1억 2000만원이 올랐다.
6단지 전용 84㎡ 역시 지난 20일 4억 4000만원에 거래돼 지난 11일 거래가격 3억 4000만원 보다 1억원 올랐다.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첨단 반도체 공장과 가까운 입지를 뜻하는 ‘반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고소득 근로자가 대거 유입되어 지역 상권을 활성화할 것이고, 집값을 더 올리는 데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되었다.
워낙 대형 호재인 만큼, 당분간 부동산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부동산 투기꾼들이 엉터리 정보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감독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지적한다.이들 지역에 토지 투자를 눈여겨보는 이들도 많지만 현실적으로 토지 거래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용인시가 처인구 남사읍과 이동읍 전역을 2026년 3월 19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기 때문이다.
남사, 이동읍 내 주거지역은 60㎡, 상업지역과 공업지역은 150㎡, 녹지지역은 100㎡를 초과할 경우 토지거래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도시 지역에서는 농지 500㎡, 임야 1000㎡, 그 외의 토지는 250㎡를 초과할 때 해당된다. 주택은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국토부는 실제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 호재를 노린 땅 투기를 방지하고자 지난 3월 20일부터 남사읍과 이동읍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일정 규모를 초과하는 토지를 거래할 때 관할 시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주거용지는 거주해야 하고, 상업용이나 공업용지는 실제 사업을 해야 거래를 허가해 주기 때문에 투자 목적의 토지 매입이 어렵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도체 클러스터 발표와 토지거래허가구역 발효 사이에 5일의 시차가 있었던 탓에 투자 수요가 일부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3월 15일부터 19일까지 남사읍에서는 45건, 이동읍에선 44건의 토지 거래가 이뤄졌다. 지난 2월 같은 기간 거래량은 남사읍 10건, 이동읍은 7건에 불과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건설로 일자리가 창출되고 유동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용인 부동산에는 분명 호재지만, 최종 완공 시기가 2042년으로 20년가량 소요되는 장기 사업이라 투자에 신중해야 하겠다. 거래된 토지의 지번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최근 거래가 사업 예정지에 포함되는지는 확인이 어렵지만 반도체 호재를 겨냥한 투자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토지를 강제로 수용당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보다는 개발로 인한 시세차익을 오롯이 누릴 수 있는 주변 토지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도시나 산업단지 같은 대규모 개발 사업이 발표되면 단기적으로 지역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는 것은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기획부동산처럼 잘못된 정보로 사람들을 현혹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지 않도록 꾸준한 시장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집 값을 좌우하는 다양한 O세권에 대한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편리하면서도 쾌적한 주거환경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올세권, 뷰세권이 뜨고 있으며 반도체 단지 조성 호재는 ‘반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프로필]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현)중앙일보 조인스랜드 부동산 칼럼리스트
•(전)네이버 부동산 상담위원
•(전)아시아경제 부동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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