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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장경철 부동산1번가 이사) 얼마 전까지 O세권 아파트는 높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O세권도 최근 희비(喜悲)가 엇갈리고 있다.
먼저 지는 O세권에 대한 소개다. 한동안 높은 인기를 끌었던 ‘반세권’(반도체+역세권) 일대 집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반도체 기업의 투자 확대로 한때 실수요와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 수요가 몰리면서 관련 지역 집값이 뛰었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속 반도체 기업의 업황 부진, 공급 과잉 등으로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호반써밋고덕신도시’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6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같은해 4월에는 7억 4000만원까지 집값이 뛰었던 면적대로 8개월 만에 1억 4000만원이 빠진 셈이다.
일대 집값 역시 유사한 흐름이다. 같은 동에 있는 ‘고덕국제신도시파라곤’ 전용면적 71㎡는 지난 1월 14일 5억 8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6억 24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1년 사이 4000만원이 낮아졌다. ‘고덕국제신도시제일풍경채’ 전용 84㎡도 지난 1월 7일 6억 1000만원에 팔려 지난해 최고가 6억 5000만원(5월)보다 4000만원 낮은 수준에 거래가 성사됐다.
경기도 이천시도 마찬가지다. SK하이닉스가 있는 부발읍 일대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에 있는 ‘현대성우오스타2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4억 700만원까지 내려 3억원대를 눈앞에 뒀다. 바로 옆에 있는 ‘현대성우오스타1단지’ 전용 84㎡도 지난해 8월 4억원에 손바뀜했는데 직전연도 12월 4억 2000만원보다 집값이 더 내려갔다.
SK하이닉스와 맞닿아있는 지역뿐만 아니라 이천 시내 집값도 맥을 못 추는 것은 마찬가지다. 안흥동에 있는 ‘설봉2차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해 8월 4억 7000만원에 거래돼 집값이 4억원대로 내려왔다.
기존 집값 뿐만 아니라 새로 분양한 아파트 가격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평택시 장당동 ‘지제역반도체밸리제일풍경채(2BL)’ 전용 84㎡ 분양권에는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있는 매물도 있지만 여전히 무피(웃돈이 없는) 매물과 마피(가격이 분양가를 밑도는) 매물도 꽤 있다. 2026년 입주 예정인 이천시 증포동에 있는 ‘이천자이더리체’ 전용 84㎡ 분양권 역시 무피 혹은 마피 매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 지역 미분양 물량 역시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경기도청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평택에는 미분양 아파트가 2497가구 있다. 경기도 내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다. 이천시도 1600가구에 달하고, 오산시 역시 1360가구로 1000가구 이상이다.
집값이 부진하고 미분양 물량이 쌓이는 것은 반도체 업황 악화와 시장 침체 때문이다. 평택, 이천 등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반도체 벨트 조성 계획이 나오면서 수혜를 받은 곳이다.
2021년엔 집값 급등기와 맞물려 가격이 치솟으면서 갭투자가 활성화돼 외지인 매매 비중도 높았다. 하지만 이후 잇달아 분양이 이뤄지는 등 공급 물량이 급격하게 늘었고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 등의 공장 투자 계획 등이 틀어지자 부동산 시장 수요도 함께 사라졌다.
평택시 고덕동의 경우 삼성전자가 잘되면 집값이 살아나고 그렇지 못하면 집값도 빠지는, 삼성전자 의존도가 굉장히 높은 지역으로 그나마 고덕동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평택 다른 지역의 경우 수요가 더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천시 부발읍의 경우 반도체 벨트 얘기가 나온 이후로 ‘반세권’을 앞세워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고 분양도 꽤 많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장 전반이 침체됐고 대통령 탄핵 얘기도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당분간 가격이 회복하고 미분양 물량이 해소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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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업계종합]
다음은 최근 뜨고 있는 O세권에 대한 소개를 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궁궐 인근에 위치해 ‘궁 이름’을 단 아파트를 칭하는 궁(宮)세권과 호수공원 품은 단지인 호(湖)세권이 있으며 불황기 아파트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서울 도심에서 궁궐 인근에 위치해 ‘궁 이름’을 단 아파트가 두드러진 가격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역사적 가치와 쾌적한 자연환경을 모두 갖춘 희소성과 도심 한가운데 위치한 주거편의성이 맞물리면서 프리미엄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분양업계에 따르면 궁궐과 가까운 입지는 단순한 공원이 아닌 궁궐의 역사적 정원과 자연을 일상 속에서 경험할 수 있어 상징성이 크다.
여기에 궁궐 인근 아파트는 서울 도심에서도 중심 입지를 자랑하는 만큼 주거편의성도 우수하다. 대중교통과의 연계가 뛰어나 우수한 교통 접근성을 제공하고, 직주근접성도 좋으며 업무지구와 상업지구와의 접근성도 탁월하다.
궁궐 인근 아파트들은 꾸준한 가격 상승세를 보인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경희궁 자이’는 지난해 10월 3단지 전용면적 84㎡가 20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동일 면적의 입주 초기 가격(2017년 4월, 10억 2000만원) 대비 10억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덕수궁 롯데캐슬’도 지난해 6월 전용면적 82㎡가 15억 6900만원에 거래되며, 입주 초기(2016년 9월, 5억 6400만원) 대비 10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경희궁 롯데캐슬’도 전용면적 84㎡가 지난해 7월 16억 6000만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이는 분양가(7억원 후반대) 대비 2배 이상 상승한 금액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분양시장에서도 궁궐 인근 아파트에는 수요자들의 발길이 대거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분양한 경희궁 인근 ‘경희궁 유보라’는 1순위 청약에서 57가구 모집에 7089건이 접수되며 평균 경쟁률 124.4대 1을 기록했다. 특히 전용 59㎡ 타입은 164.2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다음으로 분양시장에서 호수공원이 인접한 ‘레이크 프론트’ 아파트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수요자들의 소득수준 증가와 그에 따른 라이프스타일 변화가 맞물려 보다 품격 있고 쾌적한 주거공간에 대한 니즈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소 침체된 상황에서도 높은 몸값 상승률을 자랑하는 등 굳건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성성호수공원이 인접한 천안시 서북구 성성동 소재의 ‘천안푸르지오레이크사이드’(2023년 5월 입주)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6억 1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2020년 7월 분양 당시 책정된 분양가(4억 1000만원)와 비교하면 4년 여만에 2억원 이상 급등한 셈이다.
또한, 옥정호수공원이 가까운 양주 옥정신도시 일원의 ‘양주옥정신도시제일풍경채레이크시티1단지’(2023년 4월 입주) 전용 84㎡ 역시 지난해 말 분양가(3억 7640만원) 대비 1억원 이상 오른 5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높은 가격 상승률에 힘입어 호수공원 인근 아파트는 지역 부동산 시장도 앞에서 이끌고 있다.
일례로, 광교호수공원 바로 옆에 위치한 ‘광교중흥S클래스’ 전용 84㎡는 지난해 8월 16억 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같은 해 국민평형 기준 수원시 영통구 최고가에 해당한다.
아울러, 세병호를 품은 세병공원이 인접한 ‘포레나전주에코시티’ 전용 84㎡ 역시 지난해 11월 6억 5000만원에 거래가 이뤄지면서 전주시 덕진구 아파트 최고가 1위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청약시장에서도 호수공원 인근 단지로의 수요 쏠림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청약홈 자료를 보면 지난해 6월 전북 전주시에서 분양한 ‘에코시티 더샵 4차’는 특별공급을 제외한 354가구 모집에 6만 7687명이 몰려, 1순위 평균 191.2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지방에서 분양한 단지 중 가장 높은 경쟁률로, 세병호를 품은 세병공원 바로 앞에 위치해 호수 조망(일부 가구)이 가능한 점이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희소성’과 ‘특별함’이 자산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궁궐 인근에 위치해 궁 이름을 단 아파트들과 호수공원 주변에 위치한 아파트는 이러한 점에서도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하겠다.

[프로필] 장경철 부동산일번가 이사
•(현)중앙일보 조인스랜드 부동산 칼럼리스트
•(전)네이버 부동산 상담위원
•(전)아시아경제 부동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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