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규·판례] 기업 자체 이전가격 정책 변경때 근거 불명확하면 국세청 과세 인정

2024.03.15 08:19:30

율촌 국제조세 전문변호사팀, 英 국제조세 전문매체에 한국 대법원 판례분석해 기고
“단순히 TP 방식 변경, 미미한 사실 변경만으로 법원이나 국세청을 설득하기 어려워”

 

(조세금융신문=이상현 기자) 기업이 해외 자회사 등 특수관계 법인과의 거래 때 적용하는 이전가격(Transfer price, TP)을 적용하는 방식을 변경해 세무회계에 반영한 경우, 국세청에 이런 정책변경이 정당하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실질적인 변화 배경과 관련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 권고가 나왔다.

 

국제사회가 총 6개로 분류하는 TP 산정방법 중 계속 적용해오던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바꿀 경우 신중해야 한다는 권고로, 한국 대법원은 특히 6가지 방법중 베리비율(Berry Ratio, BR) 신청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규・최용환・김태형・권용환 등 법무법인 율촌의 국제조세 전문 변호사들은 14일(런던 현지시간) 국제조세 전문매체 <ITR(International Tax Review)>에 공동 기고한 글에서 “단순히 TP 방식 자체의 변경이나 관련 사실의 미미한 변경만으로는 향후 사건에서 법원이나 국세청을 설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율촌 국제조세팀의 <ITR> 기고문 제목은 ‘최근 한국 TP 판례: 전략적 세무조사 및 항소 준비에 대한 통찰(Recent Korean TP precedents: insights into strategic tax audits and appeal preparation)’이다.

 


TP는 다국적 기업이 국가간 법인세율 차이를 이용한 세후이익 극대화를 위해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각국 국세청과 법원에서 높은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다. 가령 다국적기업이 자국 소재 해외 계열사와 재화나 용역 거래를 하면서, 시장가격보다 싸거나 비싸게 거래했다면 해당국 국세청은 그 다국적기업이 자국 소재 다른 기업과 불공정한 경쟁을 유발하고 세금도 덜 낼 수 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령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은 지난 2021년 10월14일 판결(2021두42481)에서 반도체 제조업계(T1) 국내 고객을 대상으로 해외 특수관계인의 반도체 장비 유통에 대한 판매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A사의 이전가격 다툼에서 국세청의 손을 들어줬다.

 

A사는 다른 유형의 거래(T2)도 했는데,  보증기간 내 수리 및 유지보수 서비스의 일환으로 해외 특수관계자로부터 반도체 장비 부품을 구매, 국내 고객들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이와 함께 재고 수준과 시장 수요에 따라 때때로 다른 이해관계자에게 부품을 재판매하기도 했다.

 

당초 A사는 해외특수관계인 소재국과 한국 국세청이 맺은 이전가격사전승인(APA) 계약에 따라 T1에는 비교가능한 제3자 가격법(CUP) 방식을, T2에는 원가가산법(Full Cost Plus Mark-up, FCPM)을 적용한 거래순이익율법(Transactional Net Margin Method, TNMM) 방식을 지속 적용했었다.

 

그러나 A사는 그룹 TP 정책 개정 이후 T1과 T2에 베리비율(BR)을 적용한 TNMM을 적용했다. BR은 영업비용에 대한 매출총이익의 비율을 말하며, 거래순이익율법의 한 방법으로 이용돼 왔다. BR이 1이라는 것은 기업이 손익분기점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BR이 1.2면, 영업비용에 대한 수익이 20%라는 것을 의미한다. BR 공식에서 ‘매출총이익’은 “기업이 용역을 수행한 데 대해서 받는 수수료 혹은 보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A사의 법인세신고내역을 검토한 한국 국세청은 A사의 모그룹이 변경한 TP 정책을 인정할 수 없었다. 세무조사 결과 T1의 경우 기존 TP 방식인 CUP 방식을, T2 거래의 경우 종전처럼 FCPM을 적용한 TNMM을 기반으로 이전가격을 다시 산정해 관련 세금을 추징했다. A사는 불복했고 행정소송을 거쳐 최종 대법원에까지 상고했다.

 

국세청과 A사간 국제조세 다툼의 핵심 쟁점은 TP 정책 변경 이후 A사의 정상가격이 적법하게 계산됐는지 여부였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A사 모그룹이 TP 정책을 변경한 이후 A사가 국세청에 제시한 정상가격 산정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T1 거래의 경우 제품과 거래기간, 고객, 수행기능 등을 고려해 봤을 때 A사가 새로 채택된 TP방식을 적용하는 게 정당화 될 정도로 사실관계와 규모, 거래빈도 등이 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T2거래의 경우 거래성격이 단순 중개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사가 판매지원 서비스와 설치 및 보증 서비스 등 추가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점에서 BR은 적절한 이익수준지표가 아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BR 신청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 다른 요건과 함께 단순 중개업에 종사하는 기업만이 BR을 고려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율촌 국제조세팀은 이번 대법원 판례가 ‘TP 정책 변경 정당화'를 위한 요건인 실질적 변화, 관련 근거가 구체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평가했다. 즉, 단순히 TP 방식 자체의 변경이나 관련 사실의 미미한 변경만으로는 향후 사건에서 법원이나 국세청을 설득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율촌 국제조세팀은 “한국은 최근 법인세 수입 부족으로 2024년 이후 공격적인 세무조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국세청은 2024년 정책계획에서 세무조사 수준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되 인력 증원과 정보시스템을 강화, 역외탈세 대응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그 일환으로 다국적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전통적으로 주요 초점이었던 이전가격(TP) 분야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호합의절차(MAP) 신청과 함께 내국세 행정심판·소송절차를 선택하는 추세를 볼 때 국내에서도 주목할 만한 TP 관련 판례가 나타나고 있는데, 판례들은 특히 정상가격 원칙의 적용에 있어 법적 원칙의 해석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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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현 기자 dipsey@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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