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관세청이 국제정세에 맞춰 수출입기업의 통관과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AEO(Authorized Economic Operator)제도는 세관이 수출입기업을 평가하여 법규 준수 및 안전관리가 우수한 기업에 공식적으로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이러한 인증을 받은 기업은 세관과의 협력 관계가 강화되며, 이로써 세관이 해당 기업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AEO제도는 국제적으로도 인정받는 안전관리 체계로, 수입 및 수출 절차를 보다 원활하게 운영하고자 하는 정부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통관절차를 간소화하고, 통관 시간을 단축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세청의 적극적인 제도적 변화 이면에는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뒤따라오지 못하는 소외된 중소 수출입기업들도 꽤 많다. 관세청이 아무리 좋다고 홍보에 열을 올려도, 받아들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 아니면 정부의 정책에 따라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수출입을 주로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경우는 이러한 정책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국제정세의 불안과 위험 속에서 사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관세청은 이러한 중소수출업체의 애로사항을 알고, 경기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절차상, 비용적 문제로 인해 AEO 등록업체를 꺼려하기도 한다. 어쩌면 중소기업에는 그림의 떡인 정책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특히 영세한 중소수출입업체에 대한 비용과 절차상 문제에 대해 보다 피부에 와닿는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AEO제도로 인한 기업들의 다양한 혜택…‘선택 아닌 필수’
AEO제도는 관세청이 법규준수 및 안전관리(security) 수준이 우수한 업체를 공인해 주는 제도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AEO 기업은 세관의 파트너로서 자율적으로 법규 및 안전이 강화되고, 세관은 AEO에서 신속 통관 등 혜택을 제공하게 된다.
관세청이 세계관세기구(WCO)의 수출입 공급망 안전관리 기준에 근거해 글로벌 표준에 걸맞은 수출입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한 기업에 부여하는 국제표준 인증제도다. 현재 미‧중‧EU 등 97개국이 도입하고 있다.
특히 AEO-MRA(Mutual Recognition Arrangement)는 상호인정약정으로써 자국에서 인정한 AEO 업체를 상대국에서도 인정하고 상호 합의한 세관 절차 특혜를 제공하는 관세 당국 간 약정을 의미한다. 현재는 미‧중‧일 등 23개 교역국과 AEO-MRA가 체결됐다.
AEO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그간 물류 주체별로 단편적인 기준을 마련해 선별적으로 통관절차의 혜택을 부여하던 관행에서 탈피해 모든 물류 주체의 성실성과 안정성을 통일된 기준으로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세관 절차상 포괄적인 혜택이 부여된다는 것이다.
즉 AEO인증 기업은 수출입 통관 시 복잡한 세관 절차를 거치지 않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비인증 업체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AEO인증이 국제무역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확대돼 AEO인증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선택’이 아닌 국제무역을 하는 ‘필수조건’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기도 하다.
지난해 2024년 2월 기준 현재까지 AEO 기업은 수출업체, 수입업체, 관세사, 물류업체 등 부분 수 914개, 기업 수로는 706개 업체로 이뤄져 있다. 작년 11월 기준 중소기업의 경우는 522개 업체로 꽤 많은 업체가 AEO 공인을 획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AEO 공인업체는 전체 수출액 대비 약 50%, 수입액 대비 약 32%를 차지해 오고 있다.
한 물류업체는 “AEO인증이 없으면 물류업체의 핵심 서비스 요소인 ‘신속성’을 보장받지 못 한다”라며 “모든 물류기업은 AEO인증을 받아 혜택을 보겠다는 관점이 아닌 AEO인증이 없으면 피해를 입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 진단키트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씨젠은 국내 분자진단업계 가운데 최초로 AEO인증을 취득했다. 씨젠 관계자는 “AEO인증 취득으로 앞으로 수출입 통관 시 검사비율 축소, 신속 통관, 관세 조사 면제 등 다양한 관세 행정 혜택이 주어진다”면서 “미국과 중국 등 23개 세관 당국과 동등한 혜택 적용이 부여돼 국내외 고객사에게 보다 신속하고 안전한 수출입이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AEO 우수 기업체인 아진산업 역시 AEO기업 인증 혜택으로 세관과 협력한 덕분에 410억원에 해당하는 운송비용 절감 효과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아진산업 홍진호 과장은 “중소기업 때부터 AEO제도를 시작했다”면서 “사실 처음부터 실질적인 체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AEO의 안전관리 강화와 내부 통제시스템을 갖춰야 세계적인 공인기준이 새겨지기에 성장하는 회사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역시 2008년부터 AEO시범사업에 참여했고, 세계관세기구(WCO)민간자문그룹으로도 활동 등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현재까지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관련된 협력업체까지 AEO인증으로 가입하도록 해 더 안전하고, 내부통제 면에서도 확실한 신뢰성을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진행해 오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경우 첨단‧고가의 항공화물 보세 운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GPS연동 화물칸 Door 감지기’를 개발 도입해 보세 운송 전 과정에서 실시간 통제시스템 마련으로 AEO제도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했다.
대문관세법인 신민호 관세사는 “AEO가 대외신인도 면에서 신뢰를 획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상대 수출입업체에 안전관리하는 업체임을 인식시켜 줄 수 있는 이미지 제고와 거래처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대출 심사, 신용등급 등 혜택이 따르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신 관세사는 “이제 AEO는 세계적 트렌드이기도 하다”면서 “AEO의 혜택으로 우리나라가 글로벌표준 선두에 서는 계기가 됐고 인사와 허위 기록 확인, 보안시스템 등 필수적인 요소들이 갖춰서 진행되기 때문에 세계시장에서 보호될 수 있든 보호자 역할도 관세청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AEO요? 굳이 왜 해야 하는 거죠?”
그러나 AEO제도가 모든 기업에 실질적 혜택으로만 다가오진 않는다. 인천의 무역업을 운영하는 A 중소기업은 “현재 AEO 기업이긴 하지만 특별한 혜택은 잘 모르겠다”면서 “오히려 AEO업체 인증을 받기 위해 1000만원 이상 비용이 들었고, 그에 따른 실효성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통관상 혜택이 크지 않냐고 묻자 해당 중소기업 직원은 “통관도 사실상 FTA 국가가 아니면 오래 걸리기는 마찬가지여서 큰 의미가 없다”고도 설명했다.
대구의 한 자동차 부품 수출업체의 한 부사장은 AEO를 왜 인증받지 않았는지를 묻자 “통관하는 물품의 양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현지 베트남 세관과 서류만 안전하게 갖추면 그것도 가능해 굳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에 있는 B 관세사 역시 “영세한 수출입기업에는 실효성 제로 수준”이라면서 “AEO제도가 대기업과 중견기업 위주 업체에만 유리하고 영세기업은 큰 효과가 없다”고 설명했다. B 관세사에 따르면 AEO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인적, 물적 설비가 갖춰진 업체만 가능해 영세한 업체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직 AEO인증을 받지 않은 중소 수출업체에 AEO인증을 받을지 여부를 묻자 “굳이 할 필요성도 없고 시간적, 비용적, 절차의 까다로움 때문에 안 하겠다”고 응답한 업체도 꽤 많았다.
또 다른 관세사 역시 관리업체인 중소수출입업체와 화물운송업체 등 AEO에 가입했다가 절차상 까다로움과 함께 필요성을 못 느껴 5년마다 재공인을 하는데 다수의 관리업체가 재공인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AEO심사는 서류심사와 현장 심사로 구분돼 법규준수, 내부 통제시스템, 재무 건전성, 안전관리 분야를 갖춰야 한다. 수입업체 부문은 통관 적법성 적정 여부와 함께 심사된다. 다만 AEO에 공인 인증이 되고 나서도 꾸준히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공인 기준의 이행을 위해서는 상시 확인, 정기적으로 연 1회 자체평가, 변동 사항 보고, 관리 책임자 교육을 2년에 1회 진행해야 한다. 그만큼 AEO공인을 받고 나서도 수시로 관리를 해줘야만 5년 이후 재공인을 받을 수 있다. 서류 절차와 이행 관리 등 소규모 수출기업에서는 복잡하고 번거로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또 다른 C 관세사 역시 “우리나라의 경우 AEO 공인 기준에 부합되기 위해서는 AEO 내부통제 시스템과 안전관리 기준을 4개 다 충족해야 한다”면서 “다른 나라의 경우는 1~2가지 기준만 갖추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경우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는 화물 안전 등 철저한 안전관리로 통과 간소화 부분이 대부분 잘 되어 있어서 필요성이 없는 경우도 있다”면서 “기업심사나 통과 부분에서 기업에 큰 유인책은 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전문가는 또 “중소 수출입기업의 경우 관세행정에서 특별한 인센티브나 행정적 편의를 누릴 큰 혜택이 없다”라고 언급하면서 “AEO에 대한 제도상 인센티브는 각 규정에 반영이 되어 있지만 해당 행정조치의 기대치만큼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중소 수출입기업에는 특히 실효적인 인센티브나 효과적인 부양책 등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AEO제도 안전 절차 까다롭지만 편의는 ‘간소화’
권선복 한국AEO진흥협회 연구원은 이에 대해 “중소 수출입기업에 대한 AEO지원 혜택은 피부로 와닿지 않지만 법규준수도의 경우 중소 수출기업은 대기업(70점)보다 10점으로 완화되어 있고, 특히 새로 개정된 AEO 개정 고시에서 중소 수출입기업에 다소 완화된 방향으로 개정됐다”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이어 “세관 간 AEO-MRA의 경우 다른 나라가 세계관세기구(WCO) 표준 기준에 맞지 않게 1~2가지만 충족된 업체의 경우는 통관이 어렵고, 해당 나라에 강화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절차가 이행하기 까다로운 부분이 있지만 편의도 간소화하는 추세로 변화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관세청 심사정책과 김덕기 사무관은 “AEO등록업체 심사를 하게 되면 서류심사와 현장 심사 두 가지를 거치게 되는데 시간과 비용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된다면 예비 심사를 통해 미리 AEO관련 혜택과 절차 등으로 심사를 받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수출업체에 비해 중소 수출업체의 경우 신속하게 심사해 공인해 주는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면서 “AEO가이드라인을 보면 기본적으로 중소 수출업체에 대해서는 제출 서류나 체크리스트가 일반 수출업체에 비해서 부담이 완화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중소 수출기업에 대한 비용지원에 관해 묻자, 김 사무관은 “관세청이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않지만, 수출바우처라고 해서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중소기업에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관은 또 “필요 선정 업체 대상을 관세청이 선정해서 중기부로 자료를 보내주면 중기부에서는 컨설팅받거나 비용적인 부분을 보전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덕기 사무관은 또 “대기업의 경우 같은 발전사나 중소업체인 협력업체들에 AEO를 받을 수 있도록 민간 부문에서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우수 중소기업의 AEO 공인 취득을 위해 외부단체와의 협업과 AEO기업이 체감가능한 혜택을 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이런 부분들에 다양한 중소기업들이 부담스럽지 않는 다양한 방법들이 논의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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