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교통사고는 외상과 함께 기혈(氣血)과 정신(精神)을 동시에 흔드는 손상이다, 동의보감에서는 '놀람은 기를 흩어지게 하고, 생각은 신을 상하게 한다(驚則氣亂 思則傷神)' 하여, 강한 충격과 공포는 신경계와 정신 기능에 영향을 미침을 설명하고 있다.
교통사고 때의 강한 타박은 기혈의 순환을 정체시켜서 담(痰)과 어혈(瘀血)이 만들어지기 쉽다. 동의보감의 담음문에는 '담이 심규(心竅)를 막으면 정신이 흐려지고 건망이 생긴다(痰迷心竅 則神昏健忘)'고 기록되어 있다. 교통사고 후 나타나는 두뇌의 멍한 상태, 집중력 저하, 건망, 가슴 답답함 등은 이같은 병리와 관련이 깊다.
환자들이 뼈와 근육 등의 통증이 많이 호전한 뒤에도 "머리가 멍한 느낌이다. 가슴이 답답하다"는 등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유다. 이때 주목되는 한약재가 원지(遠志)다. 동의보감 탕액편에서는 원지를 '심신을 통하게 하고, 담을 제거하며, 기억력을 돕고, 뜻을 강하게 한다(通心氣 去痰涎 益智慧 強志)'고 설명한다. 또 신농본초경에서 '오래 복용하면 건망을 없애고, 정신을 밝게 한다'고 효과를 기록했다. 원지는 불안정해진 신경계를 회복시키는 작용을 한다.
교통사고 후 문제 중 하나는 신경계의 과민과 회복 지연이다. 겉으로 보이는 손상이 회복되었다 해도 집중력 저하, 두뇌의 멍한 상태, 가슴 답답, 기억력이 감소 등의 고통이 계속되는 경우가 꽤 있다. 원지는 이러한 상태에서 몸과 마음의 소통을 도와주는 기능을 한다. 그 결과 가슴 답답함, 쉽게 놀라는 증상, 두중감을 완화하는 데 활용된다.
많은 한약재는 단독 보다는 병용이 더 효과적이다. 불면이 심하면 산조인, 마음이 불안하면 용골이나 모려, 어혈이 강하면 활혈약과의 병용이 효과적이다. 변증(辨證)을 전제로 한 한방치료는 침, 약침, 추나요법 등 구조적 치료와 병행하면 더 긍정적인 결과에 접근할 수 있다. 원지는 교통사고 후의 회복 과정에서 신경과 마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프로필] 정기훈 서이한방병원 대표원장
•現) 대한고금의학회장
•前) 대전한의사회부회장
•前) 대전대 한의예과 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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