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금융당국의 구·신 실손의료보험료 차등 조정에도 불구하고 신 실손보험 계약 전환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전 판매된 구 실손보험료가 9~10% 인상되고 2017년 이후 출시된 신 실손보험료가 9~10% 인하, 양 상품의 보험료 차이가 50%가까이 벌어지지만 구 실손보험이 지닌 보장 범위가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
보험업계는 실손보험료 격차 확대가 신 실손보험 계약 확대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보험료가 급격히 인상되는 50대 이전까진 실제 전환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표준화 실손보험 및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이하 구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상과 신 실손보험의 보험료 인하가 동시에 이뤄진다.
손해율이 높은 비급여 진료 항목이 넓고 소비자의 자기부담금 비율이 낮은 구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료가 9~10%씩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신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동일한 9~10% 정도 인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구·신 실손보험료는 이론상 약 50% 가까이 보험료 격차가 벌어진다. 신 실손보험의 최대 장점이었던 ‘저렴한 보험료’가 극대화되는 셈.
그러나 정작 영업현장에서 절판마케팅을 통해 신 실손보험 갈아 태우기에 열중인 보험업계에선 신 실손보험 전환 효과 자체에 대해서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50%에 달하는 보험료 격차가 커 보일 수 있으나, 보험료가 급격히 인상되는 50대 이전 소비자들까지는 실손보험료 자체가 수 만원 수준이라는 것이 이 같은 예측의 핵심이다.
수 만원의 보험료 인상 부담만으로는 비급여 항목은 물론 상품에 따라 자기부담금 자체가 없이 무제한적으로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는 구 실손보험을 포기하고, 신상품으로 갈아탈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고 신 실손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보장하는 표준화실손보험과 구 실손보험의 상품 설계에서 비롯된 문제다.
판매 초기 보험업계의 보험료 수입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했으나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현재는 ‘수지가 맞지 않는’ 상품으로 전락한 것.
특히 신 실손보험 이전 과거 판매했던 구 실손보험의 경우 보험금 청구와 관계없이 연령에 따라 동일한 손해율을 적용, 보험료가 일괄 인상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금을 청구할수록 이득만 존재하는 상품이었던 셈이다. 작년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해율이 130%에 달했던 것 역시 이에 기인한 결과였다.
신 실손보험은 의료진의 과잉진료 등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과잉진료가 많은 비급여 항목 3가지(도수치료, 비급여주사, 비급여 MRI)를 특약으로 분리해 ‘기본형+특약’ 구조로 개편된 상품으로, 특약의 자기부담금 비율(30%)이 높다.
결과적으로 신 실손보험은 보험료 청구가 거의 없는 20대 고객이나 보험료 부담이 지나치게 커지는 50대 이상 소비자 이외에는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실제로 2017년 신 실손보험이 출시된 이후 작년 상반기까지 2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신 실손보험 가입자는 불과 7.4%에 불과했다. 보험료 격차가 최대 20% 더 벌어진다고 해도 올해 신규 전환자가 3%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목소리가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신 실손보험 전환 가능성이 가장 높은 소비자들인 고령층이 역설적으로 보험금 청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층이라는 점 역시 전환 가능성을 낮추는 원인이다.
고령자가 부담해야할 보험료는 7~17배로 급증하나 그만큼 청구하는 보험금도 젊은층에 비해 급격히 늘어나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40세에 3만 8287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구 실손보험 소비자는 3년마다 갱신을 거쳐 60세에는 25만 7239원, 70세에는 66만 7213원을 납부해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 실손보험의 장점은 사실상 구 실손보험과 비교해 저렴한 보험료 뿐이다”며 “실손보험료가 수 십만원 수준으로 높아지는 50대 이상이나 보험료 청구가 거의 없는 젊은 층이 신 실손보험 전환을 고려할 수는 있겠으나 실제 전환을 결심하는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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