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보험업계의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던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의 공시 기준이 변경됐음에도 손해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걸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손해율 공시기준을 기존 위험손해율에서 영업손해율로 변경, 보험사의 과도한 사업비 집행으로 손해율이 과장되어 있다는 지적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의료단체가 보험업계의 ‘배를 불리는’ 행위라 비판하는데 대해 보험업계의 불만 역시 높아지고 있다.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수년간 적정 손해율을 훌쩍 상회한 실손보험의 손해율 공시 기준이 이달 1일부터 바뀌었다.
당초 생명·손해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공시 기준을 위험손해율로 공시했으나 이달부터 기준을 보험사의 사업비를 포함한 영업손해율로 변경한 것이다.
이는 보험사가 실손보험 판매를 통해 만성적인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실제 실손보험 손해율이 ‘과장’되어 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 대다수가 가입한 실손보험 특성상 상품 개발 초기에 광범위한 판매가 이뤄졌으며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과도한 사업비를 집행, 시장경쟁을 벌이면서 손해율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졌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 비율로 결정된다. 사업비가 포함되지 않는 위험손해율과 비교해 영업손해율은 표면적으로는 낮은 수치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위험손해율을 기준으로 할 때 보험사의 적정 손해율은 100%다. 100% 이상의 손해율이라면 보험사가 상품을 팔수록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영업손해율 기준으로도 동일하다. 영업손해율의 적정 기준은 80%로 위험손해율 대비 20%가 낮다. 사업비를 제외한 만큼, ‘손익 분기점’ 역시 낮아지게 되는 셈이다.
만약 보험사가 필요 이상의 사업비를 사용했다면 영업손해율 대비 위험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야 정상이다. 현실은 달랐다.
변경된 기준을 통해서도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정상적인 수치’를 넘어섰다는 사실만 재차 확인됐을 뿐이었다. 표면적인 수치가 낮아지는 만큼 적정 손해율 역시 낮아진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당연한 결과기도 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기준 실손보험을 판매하는 손보사의 평균 위험손해율은 132%, 영업손해율은 116.7%였다.
각각 손실 기준점인 100%, 80% 대비 손해율이 30%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로 사실상 적정손해율을 초과한 수치는 두 기준이 거의 동일했던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손해율 기준은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양 기준의 차이점은 수치적인 측면을 제외하면 없다”며 “보험사가 두 기준을 모두 활용해 금융당국에 보고해 왔음에도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가 심각하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 못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놓고 의료업계가 ‘보험사의 배를 불리는 꼼수’라는 비판을 제기한 것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는 11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을 놓고 “이 개정안이 보험회사의 환자정보 취득을 간소화해 향후 보험금 지급 최소화를 통해 손해율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결국은 민간보험사 이익만을 위한 악법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보험사가 손해율이 더욱 높아질 수 있는 ‘청구 간소화’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결국 보험금 미지급을 위한 ‘숨은 의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반면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손해율 악화에도 불구, 소액 보험금 청구를 간소화해 소비자의 권익을 향상하고 무분별한 비급여 진료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의 소액 보험금 청구를 간편하게 하는 것과 의료기관 마다 산재되어 있는 비급여 진료의 행태를 파악하고, 이를 통해 의료 쇼핑 등의 병폐를 개선하는 것은 엄연히 별개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절차의 복잡함으로 청구하지 않았던 보험금까지 챙겨주겠다는 의미”라며 “사실상 비급여 진료를 남발해 수익처로 삼고 있는 의료기관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보험사의 ‘꼼수’로 치부하는 것은 지나치게 뻔뻔한 처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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