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가시화되고 있는 새로운 무역장벽, 환경

2021.04.25 07:48:44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코로나19’는 참으로 많은 변화를 단시간 내에 이끌었다. 그중에서도 심각하리만치 중요하지만 잠시 뒤로 미뤄두었던 것을 핵심 이슈로 부상시켰다. 환경이 대표적이다.

 

지구 온난화가 심각하고 그래서 남극의 빙하가 매우 빠른 속도로 녹아 지구의 시계는 얼마 안 남았다는 등의 얘기는 사실 새로운 뉴스는 아니었다. 미국의 직전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도 ‘기후변화는 사기’1)라고 소리치며 국제환경조약(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하기도 했다.2)

 

1)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은 ‘지구온난화는 중국이 미국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벌이는 대표적 사기극’이라고 주장했다.

2) 그러나 조 바이든 신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 했다. 이에 따라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수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상황을 반전시켰다. 코로나19의 여러 원인들 중 박쥐와 같은 야생동물이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이탈했기 때문이라는 전문가들의 발표가 있었다. 각국은 팬데믹3)으로 발전된 감염병의 확산을 최소화 하고자 봉쇄령(lock down)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정부 정책에 의해 가게들은 어쩔 수 없이 문을 닫았다. 이는 각 가계와 나아가서 국민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3) 범유행(汎流行, pandemic)을 말하며, 전염병이나 감염병이 범지구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말한다.

 

실제 IMF와 OECD 등 국제경제기구는 지난 2020년 –4.4∼-3.9%의 역성장을 추정했다. 이는 지난 제1차 세계대전(-3.6%) 이상의 충격적 결과이다. 질병을 통해서 비경제적 요소라고 여겼던 환경의 경제적 가치를 일깨우는 일대전환점이었다.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심화되어 있는 세계화라는 현실 속에서 팬데믹은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모든 나라의 공동대응 필요성을 절감케 했다. 현재진행형인 코로나19가 대표적 환경문제인 기후변화에도 각국이 함께 고민하고 문제 해결의 실행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온난화 가스 감축의 단추, 탄소중립

 

그 첫 번째가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의 감축움직임이다. 오는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중립(Carbon Neutral, 炭素中立)을 달성해야 한다는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가 지난 2018년 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총회에서 195개국 만장일치로 승인된 바 있다.

 

탄소중립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에 맞먹는 환경보호 활동을 펼쳐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EU, 중국, 일본은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한국도 지난해 10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미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에서는 2035년부터 휘발유 신차 판매를 금지시켰고, 중국도 2035년부터 아예 내연기관 차량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친환경 전기·수소차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대표적으로 세계 경제를 이끄는 발전소 및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산업에서 발생한다. 석탄이 화력발전을 위해 태워지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C + O₂→ CO₂). 철강 산업에 있어서도 철을 생산하기 위해선 자철석을 일산화탄소와 반응시켜야 하는데 이때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Fe₃O₄+4CO → 3Fe 4CO₂).

 

뿐만 아니라 자철석 또한 적철석이 코크스를 태우고 발생한 일산화탄소와 반응해 생성되는데, 이때도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가 방출되어 나온다(3Fe₂O₃→ 2Fe₃O₄(자철석)+ CO₂). 자동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는 두말할 나위 없다.

 

작금의 경제 산업을 이끌고 있는 막강한 산업 군들이 대량으로 이산화탄소를 쏟아내는 산업들이다. 그래서 이 모두를 친환경 생산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기술이 있어야 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야 한다. 그리고 엄청난 비용이 따른다.

 

무역장벽으로의 환경규제와 개도국의 반발

 

EU는 2023년 도입을 목표로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올해 입법화할 예정이다. 탄소국경조정은 EU가 역내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그 상품의 생산과정에서 배출한 탄소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부과방법으로는 EU로 수출하는 기업에 ‘탄소배출권4)을 강제로 구매하게 하는 방법과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듯 ‘탄소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이 있다. 전자의 경우는 EU와 우리나라의 규제 수준 차이를 계산해 내는 게 필수적이다.

 

4)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tion Trading)는 지구상의 모든 인간에게 일정량씩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를 할당해 준 다음, 할당받은 탄소배출권보다 적게 배출한 경우 이를 많이 배출한 사람에게 팔 수 있도록 거래하는 제도를 말한다. 탄소배출권은 이런 탄소배출권거래제도에서 거래되는 권리를 말한다.(환경연합 참조)

 

후자는 수입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듯이 탄소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수입국에서 사용·소비가 되지 않고 수출되는 경우 탄소배출권 구입비용을 돌려주는 탄소관세 환급제도로 운용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도 WTO에 제안한 공정경쟁환경 무역규칙에서 수출국이 환경보호 규제를 운용하지 않거나 실효적이지 못한 경우 수출입국간 경쟁력의 차이를 보정하기 위해 ‘상계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어떤 식으로든 기본적으로 수출상품에 포함되어 있는 탄소함량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측정하는 과학기술이 선제되어야 한다. 게다가 현재의 중추 산업이기도 한 자동차, 발전, 철강 등 전통적 탄소 발생 산업을 친환경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에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기술이 궤도에 올라있는 선진국과 그렇지 못한 개도국간의 입장이 분명히 갈리어 통상마찰도 예상된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의 수입에 불이익을 주어 사실상 수입을 금지시킨다면 이는 무역장벽으로 작동할 수 있다. 또 다른 보호무역의 수단으로 환경이 악용되는 것이다. 개도국 입장에서는 이렇듯 환경을 오염시키며 큰돈을 벌어들인 장본인은 선진국인데, 친환경 기술은 이전할 생각은 조금도 없는 그들이 이제 와서 친환경 운운하며 수입을 하지 않겠다고 억지를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보호무역의 기조에 기름을 부은 듯하다. 지정일에 약국 앞 긴 줄을 서가며 마스크를 사고자 아침 일찍부터 기다렸던 코로나19 발생 초기, 각국 정부는 자국의 의료·보건용품의 해외 반출을 금지했고 자국기업의 생산을 독려했다. 지금은 또 어떤가.

 

모든 나라가 백신 확보에 사활을 걸며 이전 마스크 상황과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가. 코로나19 피해기업을 도와준다며 앞 다퉈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은 또 어떠한가.5) 이 모든 일련의 상황은 보호무역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는 현상들이다.

 

5)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분쟁의 씨앗, 보조금”, 고태진, 월간조세금융 2021. 02

 

이미 심각히 병든 지구를 살리기 위한 환경보호 정책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은 코로나19를 통해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를 빌미삼아 보호무역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은 결단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다. 파리협정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교토의정서에서는 선진국에게만 온실감축 의무를 지게하고 개도국에는 자율에 맡겼다.

 

그러다보니 개도국으로 분류된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인 중국(26%)이 그 의무에서 빠져도 되는 결정적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선의의 피해를 보는 개도국에게는 구제 또는 완화된 규제를 하여 시간을 벌어주고, 선·후진국 불문하고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 등에게는 그 의무를 부여시켜야 한다. 사실 지난 2014년, 세계 탄소배출의 거의 절반을 내뿜는 미국과 중국은 온실가스 감축합의를 한 바가 있다. 이제는 적극적으로 실행되어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물품 생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친환경 생산기술의 개발 및 적용이 급하다. 이전까지 돈은 되지 않고 비용으로만 인식되던 환경기술이 앞으로는 새로운 먹거리 산업으로 빛을 발하는 시대로 발전했다.

 

정부는 석탄발전 시설을 점차 감축시키고 그린 발전 전력망 개발과 운영을 서둘러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어차피 다른 나라에서 도입을 준비 중인 탄소세를 국내에도 하루 속히 입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뻔히 보이는 곧 다가올 새로운 무역장벽에 손 놓고 있을 순 없지 않은가.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관세청 공익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관리사」 및 「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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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telekeb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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