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막혀있는 글로벌공급망을 뚫어줄 뚜러뻥, FTA

2022.12.03 12:07:02

어려울 때 빛나는 누적기준의 가치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한국은 ‘FTA 허브국’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총 18건, 58개국과 FTA를 동시다발적으로 체결하여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앞으로도 한-인도네시아 등 4개의 FTA가 곧 발효를 기다리고 있고, 한중일 등 10건의 FTA가 협상중에 있다. CPTPP도 충분히 가입 가능성이 있다.

 

과감한 지역무역협정의 추진정책을 통해 FTA 허브국임을 자임하고 있다. 계속되는 FTA의 체결은 원래의 무역자유화 의도와는 달리 복잡한 원산지규정으로 FTA 활용률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에서 Bhagwati 교수가 동시다발적 FTA의 비효율성을 지적한 ‘스파게티볼 효과’(spaghetti bowl effect)는 나름 일리 있어 보인다.

 

한편 Boldwin(2006a)은 역설적이게도 스파게티볼 효과가 무역자유화를 ‘촉진’시킨다고도 했다. 지역협정이 늘어날수록 참여하지 않은 국가들은 세계조류에 뒤처진다는 생각에 FTA를 체결해야겠다는 압박이 생김과 동시에, 복수국간 FTA처럼 회원국이 여럿 있는 경우 동일한 원산지규정을 채택하고자 하는 강한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WTO 다자간 체제의 위기’는 또한 Boldwin(2006a) 등이 설명한 지역무역협정을 더욱더 촉진시키는 동기가 되기도 한다.

 


즉, 각국은 앞다퉈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탈세계화 움직임을 보이며, 동시에 FTA는 아래 그림과 같이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 출처: WTO 홈페이지

 

또한 미‧중간 무역분쟁과 장기화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은 과거 냉전체제로의 회기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전망이 계속되기도 한다. 게다가 코로나19는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을 키웠다. 이런 변화는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우리나라의 FTA가 과거 양적인 성장이 주를 이루었다면 앞으로는 질적인 성장이 요구되고 있다. FTA 활용의 극대화 과제는 지금의 헤게모니 협상 시장에서 중요한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이를 위해서는 FTA 누적기준이 그 솔루션의 핵심에 서 있음에 틀림없다. 자유무역의 상징과도 같았던 국제 분업 즉,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 복잡한 원산지규정 등으로 발생하는 무역비용을 억제하고, 다자간 FTA의 역내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누적조항은 GVC(Global value chain, 글로벌가치사슬)의 안정적 구축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고 또한 원산지의 영역을 확대시키고 있다.

 

원활한 무역거래 위해 심도 있는 연구와 협상 필요해

 

현재 우리나라에 발효된 모든 FTA는 누적조항을 가지고 있다. 그중 RCEP은 글로벌공급 사슬을 안정적으로 완성시키기 위한 기업의 글로벌 전략으로 안성맞춤인 것으로 보인다.2)

 

경제규모가 비교적 큰 15개의 나라에 동일한 원산지규정이 적용되고, RCEP의 최대 효용가치라 할 수 있는 누적기준을 활용한 글로벌 공급망의 경제적 활용은 앞으로 기업들이 참신한 아이디어로 또 새로운 이윤을 창출해낼 수 있는 숨겨진 보고(寶庫)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2) 그럼에도 RCEP은 FTA 근본 취지에 많이 부족해 보인다. FTA 플랫폼은 설령 나라는 다를지라도 동일한 나라에서 물건이 이동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내는 데에 그 목적이 있는데 낮은 양허수준이라든지 관세차별 조항 등으로 원 취지를 무색케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협상중인 것으로 알려진 완전누적의 도입이 시급해 보인다.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의 아세안 국가와 호주와 같은 나라의 자원(원재료), 한중일의 기술력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생산 네트워크가 그려진다.

 

그러나 본문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회원국 간 부가가치와 제조공정을 누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재하고, 있더라도 기업(정부)의 보안으로 활용률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따라서 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협상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원산지검증에서도 입증서류의 범위를 구체화 해야 한다. 사후검증에 기업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고 두려움 없이 누적기준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은 누적조항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최적의 글로벌소싱 GVC 비즈모델을 구축하여 신냉전시대에도 안정적 국제 분업을 통한 경쟁력 있는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참고문헌]
- 강성훈 외(2017), 다자간 FTA 확산에 따른 누적기준의 이해와 활용방안, 한국조세재정연구원
- 고재길(2020), FTA 원산지누적 분쟁사례와 개선방안 연구: 한-아세안 FTA를 중심으로, 중재연구
- 권순국(2012), 누적기준을 활용한 FTA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관세학회지
- 박지은 외(2016), 무역업계가 알아야 할 FTA 원산지 누적조항의 비교 및 시사점, 한국무역협회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무역학과 겸임교수
• (현)관세청 공익관세사
• (현)「원산지관리사」및「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전)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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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telekeb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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