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오늘날 다자간 협상이 답보상태인지 오래다. 이에 대한 답답함으로 각 나라들은 지역무역협정으로 눈을 돌리고 이에 그 체결률은 파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해 발효된 인구 23억을 포괄하는 세계 최대 경제블럭 RCEP이 대표적이다. 지역무역협정, 특히 새로운 FTA 발효는 서비스의 시장개방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에 FTA의 적극적 활용은 국내 서비스 산업 입장에서 해외 진출을 효과적이고 강력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대로 FTA 발효 이전에 비해 해외 서비스 산업은 국내로 수월히 진입할 수 있어 국내 관련 업계는 긴장하고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 되기도 한다. 이하에서 서비스 산업의 FTA 활용 마지막 편으로 FTA 서비스 무역에서 규정하고 있는 주요한 일반원칙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⑴ 일반원칙 및 규범
① 최혜국대우(MFN)
최혜국대우는 어느 국가가 다른 국가의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를 그 밖의 다른 국가의 서비스(공급자)보다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에 따라 협정 체약 상대국 서비스 공급자에게 제3국의 서비스 공급자에 비해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해야 한다. FTA에 이 원칙 규정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협정 당사국들은 향후 체결하게 되는 무역협정의 혜택을 기체결 FTA의 체결국에 동일하게 부여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향후 체결하는 FTA의 시장 개방도에 있어 자유로이 협상할 수 있다. 반대로 최혜국대우 규정이 포함된다면 향후 체결하는 협정의 내용을 기존 FTA의 상대국에 모두 적용하게 되어 미래 FTA 체결 수준에 제약을 받게 된다. 부담스럽다. 그래서 한-EU FTA, 한-미 FTA 등은 미래 최혜국대우 적용을 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
② 국내규제
구체적 약속이 행해진 분야에 있어 각 회원국은 서비스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모든 조치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며, 공평한 방식으로 시행되도록 보장하고, 서비스 공급자들의 요청에 따라 서비스무역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 결정을 신속하게 검토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그런데 GATS 전문에서도 국가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자국 영토에서 서비스 공급을 규제하고 신규 규제를 도입하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내외국인에게 차별적으로 대우하는 것도 아니므로 내국민대우에 위배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국내규제를 통제하는 이유는 국내규제가 서비스무역을 심각하게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③ 시장접근
시장접근은 다른 회원국의 서비스(공급자)들에게 자국의 서비스 양허표 및 유보목록에 기재된 분야에 있어 기재한 제한 하에 당해 서비스 분야를 개방함을 의미한다. 기본적으로 기체결된 FTA(한-칠레 FTA 제외)에서는 GATS 제16조의 ‘서비스 공급자의 수’, ‘서비스 거래 또는 자산의 총액’ 등 6가지 조치로 서비스 공급자의 시장접근을 방해하지 않도록 당사국이 채택하거나 유지할 수 없는 서비스 공급에 대한 조치를 나열하고 있다.
한편, 한-미 FTA와 한-EU FTA는 외국인 지분 참여에 대한 제한 조치를 금지조치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FTA 체결 상대국 서비스가 투자 형태로 한국에 진출할 때 작용하게 될 일종의 안전장치로 남겨둔 것이다.
④ 내국민대우(NT)
자국 양허계획서에 기재된 분야에서 그 조건 및 자격요건에 따라 다른 국가의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에 대해 자국의 동종 서비스나 서비스 공급자에게 부여하는 대우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하여야 한다는 원칙이다.
FTA 서비스무역 규범에서는 두 가지 형태로 나누어지는데,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부여하는 비교 기준이 ‘동종의 서비스 및 서비스 공급자에 부여하는 대우’ 또는 ‘동종의 상황에서 자국의 서비스 공급자에 부여하는 대우’로 구분되고 있다. 문제는 ‘동종의 상황’에 대한 해석 및 적용 사례가 실제로 발생하지 않아 향후 분쟁의 우려가 다분하기도 하다.
⑵ 일반원칙의 예외
상기한 원칙을 항상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고 특정 사안의 경우에는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적용의 예외가 가능해진다.
GATS 제14조 상 일반적 예외규정을 준용하는 한-미 FTA에서는 당사국들 간에 자의적이거나 정당화될 수 없는 차별의 수단이 되거나 서비스무역에 대한 위장된 제한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적용하지 아니할 것이라는 조건 하에 (i) 공중도덕의 보호나 공공질서의 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 (ii) 인간, 동식물의 생명 또는 건강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 (iii) 협정과 일치하는 법률이나 규정의 준수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 또는 (iv) 다른 회원국의 서비스 및 서비스공급자에 대한 공평하고 효과적인 직접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보장하기 위하여 협정상 제반 일반 의무 및 원칙을 일탈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1)
1) GATS 제14조 및 한미 FTA 제23.1조 2항.
다음으로 ‘안보’상의 이유가 있다. 즉 자국의 중대한 안보상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협정상 일반 의무를 포함한 제반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2) 현대 주요국들은 이 규정을 들어 해외 수입을 막는 수단으로 쓰고 있어 난해한 문제이기도 하다.
2) GATS 제14조bis. 및 한미 FTA 제23.2조.
마무리
한류를 시작으로 했던 작금의 K-Culture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한류스타 송중기, 김태리 등이 출연해 제작단계부터 눈길을 끌었던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선보였다. ‘승리호’는 한국 최초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영화다. 그런데 ‘승리호’의 제작비는 고작 240억원이다.
넷플릭스는 ‘승리호’의 전 세계(중국 제외) 상영 판권을 310억원에 구입했다. 310억 원은 할리우드 저예산 영화에 해당한다. 우주 관련 장면이 잠깐 나오는 넷플릭스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제작비는 1억 달러(약 1100억원)로 알려져 있다. ‘승리호’는 ‘미드나이트 스카이’의 1/4에 해당하는 제작비로 압도적 결과를 보여줬다.
그야말로 가성비가 탁월한 한국 영화 제작 능력이다. 타 공업 산업에 비해 부가가치 탁월한 문화콘텐츠 산업은 이를 더욱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세계로 진출해 나가야 하는 충분한 당위를 보여준 것이다. 이와 함께 앞선 호에서 여러 번 언급한 FTA와 같은 국제통상규범을 시의 적절하게 문화콘텐츠 산업에 활용해야 한다.
정부는 우리 대중문화가 세계에서 계속해서 승승장구하자, 이를 더욱 확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콘텐츠산업진흥위원회를 통해 ‘코로나19 극복 콘텐츠산업 혁신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등 새로운 시장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법·제도적 기반을 개선하는 등 해야 할 얘기가 많이 오간 것 같다.
그런데 빠진 게 있다. 서비스무역과 관련한 국제규범의 치밀한 연구와 적용, 그리고 이를 총괄적으로 관장하는 관련 기구다. 약간의 언급과 인지도 없다. 아직 확고하지 않은 서비스 분류체계를 더욱 정교히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예상되는 지금 우리가 주도권을 갖기 위해서도 이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이는 총성 없는 전쟁, 표준화 전쟁과도 유사하다. 우리에 유리한 분류체계는 우리 문화콘텐츠의 세계적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데 이로울 뿐만 아니라 연관 산업의 발전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의 수출입에 FTA를 활용하는 것은 이제 꽤 익숙하고 폭넓은 인식을 갖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서비스 분야에 대한 FTA 활용은 매우 미진해 보인다. 정부와 학계, 산업계, 문화계, 기타 전문가 그룹 모두가 이를 비즈니스에 활용하고자 하는 연구 노력이 절실한 지금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무역학과 겸임교수
• (현)관세청 공익관세사
• (현)「원산지관리사」및「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전)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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