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부동산·증시 버블”은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
“자산시장 버블”을 키운 주범은 7할이 가계부채
美 “금리 인상”은 자산의 버블조정을 알리는 신호탄
버블 조정시, 거품은 사라져도 가계부채는 그대로 남아
예측 가능한 금리정책으로 “부채 디레버리징” 충격 완화해야
세계 경제는 지금 자산버블이 확장에서 소멸로 접어드는 변곡의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 자산시장은 코로나 경제가 소환한 저금리 환경에 힘입어 유례없는 버블확장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주기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리 하강이 7년간 진행되다 2015년에 상승주기로 전환했다.
그러나 2019년에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금리 궤도에서 이탈해 다시 제로금리 시대로 회귀해 버렸다. 이처럼 13년 동안 길게 늘어진 저금리 환경이 자산버블이 생성·축적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 셈이다.
자산시장 버블은 코로나 경제의 이면에 가려진 금융리스크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버블 소멸주기는 자기만의 길을 가게 된다. 단지 가격 거품이 사리질 뿐 부채는 유산처럼 그대로 남게 된다. 과잉유동성이 쏘아올린 자산버블은 생성·확장·소멸로 이어지는 생멸주기를 반복하는데, 선험적으로 금리인상은 버블 소멸주기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최근 미국의 연준은 인플레이션과 자산버블 위험을 경고하며 금리 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기업이나 경제도 더 갈 자리가 없으면 내려오는 것이 인생사다. 글로벌 통화정책이 고금리주기로 전환되면, 그동안 저금리에 매몰되었던 금융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글로벌 증시와 부동산이 버블조정 사이클에 들어가게 되면, 그 다음은 버블을 키운 가계부채 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하게 된다. 자산가격이 합리적 버블이면 조정의 길로, 투기적 버블이면 붕괴의 길로 접어들 것이다. 자산시장과 실물경제 간의 괴리를 좁히는 버블조정 사이클은 건강한 경제를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임에 틀림없다. 문제는 자산가격이 “하락하느냐, 급락하느냐, 아니면 폭락하느냐”에 따라, 부채 충격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 금리인상은 자산버블 조정 트리거
금리주기는 유동성을 매개로 자산버블의 생애주기를 결정하는 내생변수이며, 금리인상은 유동성의 물길을 바꾸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금리주기는 통상 4~5년 간의 상승과 하락이 얼추 10년 단위로 반복되는 주기 변동성을 만들어낸다.
크고 작은 금융 위기가 10년 터울로 발생하는 이유도 이러한 금리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1994년 주기도 그랬고, 2004년 주기도 그랬다. 그러나 최근의 금리하락 주기는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하면서 그간의 금리 질서를 완전히 망가뜨려 버렸다. 저금리 환경(2008~2021년)이 무려 10년 이상 지속되면서 글로벌 증시와 부동산 시장은 조정 없는 가격 상승의 길로 접어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초장기 저금리사이클 지속
그러나 한동안 언론에서 사라졌던 용어가 최근 자주 등장하는데, “금리 인상”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연준은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과 자산버블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금리인상을 예고한 바 있다. 경제지표를 보더라도 심상치 않다.
금리인상의 가늠자인 인플레이션을 보면, 미국은 벌써 4% 대에 진입해 금리인상을 재촉하고 있다. 우리 경제 역시 그간 0%대에 머물던 인플레이션이 어느덧 2% 대에 진입했다. 또한, 시장금리는 정책금리와의 괴리를 넓혀가며 고속 질주할 채비를 마친 상태다. 여기저기서 금리인상을 재촉하는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금리를 인상하면 자산버블 위험을 제어할 수 있을까? 너무 늦은 감이 있다. 버블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경제성장을 수반하는 버블은 합리적 버블(Rational Bubble)이고 경제와 괴리된 버블은 투기적 버블(Speculative Bubble)에 속한다.
만약, 자산가격에 버블이 없으면 경기사이클을 타고 하락할 것이고, 합리적 버블이면 급락할 것이다. 반면, 투기적 버블이라면 폭락의 길로 접어들기 마련이다. 2000년 닷컴버블도 그랬고, 2008년 금융위기도 그랬다.
저금리로 인한 과잉유동성이 글로벌 자산가격을 쏘아 올렸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유동성의 속성은 부채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부동산, 증시, 비트코인 등도 부채 위에 올린 거품일 수 있다. 선험적으로, 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채무조정이 가계부채 부실로 전이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 부동산·증시버블을 키운 7할은 부채
부채는 금리주기에 따라 레버리징(Leveraging·부채팽창)과 디레버리징(부채축소·De-leveraging) 사이클을 반복하며 자산의 균형가격을 수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번 금리주기는 과거의 그것과 다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레버리징 이후 또 다시 레버리징으로 이어지는 부채사이클을 만들어 버렸다.
이로 인해 글로벌부채가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양적 팽창의 길로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질적 저하 문제도 심각한 상태다. 글로벌부채는 2008년 120조 달러에서 2020년 211조 달러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GDP 대비 글로벌부채는 2008년 202%에서 2019년 244%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2020년에는 278%까지 급증했다. 부채의 질이 나쁜 이유는 세계경제가 역성장 했던 2020년에 부채의 불길이 들불처럼 번졌기 때문이다.
글로벌부채 추이(GDP대비)
이번에는 선진국 부채보다 신흥국 부채가 더욱 위험한 이유를 살펴보자. 코로나 경제 하에서 글로벌부채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크게 증가했지만, 부채 충격은 신흥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선진국과 신흥국은 부채의 질적인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선진국은 민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가운데 정부가 부채를 늘려 그 공백을 메웠다.
즉, 선진국은 경제침체 구간에서 정부가 적극 빚을 내 민간의 부채 위험을 방어했다는 의미다. 반면, 신흥국은 정 반대로 정부부채 증가를 억제하며 재정건전성 관리에 치중하는 사이 민간부채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버렸다. 이로 인해 가계와 기업의 부채 위험이 한계 상황으로 올라가는 부적용을 초래했다.
혹자는 이를 ‘신흥국 부채리스크’라고 부르기도 한다. 기업부채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나 가계부채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가 부채디레버리징(자산가격 하락을 수반하는 부채축소과정)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지표로 살펴보자. 선진국은 GDP 대비 정부부채는 2008년 76%에서 2020년 131%로 무려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민간부채, 즉 기업 및 가계부채는 163%에서 179%로 13년 동안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민간부채는 2008년 168%에서 2020년 162%로 오히려 감소했다. 반면, 신흥국의 경우 정부부채는 2008년 31%에서 2020년 59%로 증가했지만 민간부채는 79%에서 166%로 2배 이상 급증했다. 민간부채는 증가 속도 면에서 정부부채 증가를 압도하고 있다. 선진국 부채가 주는 교훈은 경제가 어려울 때 가계와 기업이 빚을 내면 망하지만 정부가 빚을 내면 힘들어도 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신흥국 부채(GDP 대비) 추이
[프로필] 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
• 전) Visiting Assistant Prof.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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