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⑨] 경제원칙으로 작동하는 기본소득모델 <上>

2020.10.20 19:09:08

기본소득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를 견인할 소득정책
장기 불황의 주범인 내수 수축을 방어할 유일한 대안

(조세금융신문=송두한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진영이나 이념적 틀 안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 논쟁은 이분법적 확증편향성만 증폭시킬 뿐이다.

 

좌파 기본소득, 우파 기본소득 등 이전의 경제 균형에서 시시비비를 가라고자하나 국민들은 그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선택과 보편의 사선에서 옳고 그름이 강요되는 소모적 논쟁이 국민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한다.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에 대한 취사선택이 이러한 범주에 속한다. 이러한 혼란과 정책적 충돌은 논의의 중심에 탁상공론만 있고 주권자인 국민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왜곡 현상들이다. 

 

코로나발 경기충격 이후 저성장이 글로벌 경제 전반에 걸친 표준으로 정착하고 있으며, 그 중심에 소비 충격에 노출된 민생이 자리하고 있다. 국민들은 내수 수축을 방어할 소득지원이 기본소득이든 재난지원금이든 그것도 아니면 재난기본소득이든 아무런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유례없는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소득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복지 원칙이 아닌 경제 원칙의 관점에서 기본소득모델을 재조명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 기본소득이 경제정책인 이유

농부들의 경험치에서 비롯된 ‘둠벙이론’은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담겨있다. 가뭄에 대비해 둠벙을 파야 가을 추수가 가능하고 그 둠벙에서 붕어나 가재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의 우리 경제가 포스트 코로나 위험에 대비해 소득둠벙을 파야할 때이며, 그 시발점은 기본소득이 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포스트 코로나 경제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이자 코로나발 경기충격에 대비하는 새로운 대안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점은 기본소득이 복지정책이 아니 경제정책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경제가 코로나사태 이후 이전의 성장 궤도로 복귀하지 못하고 저성장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 현실과 동떨어진 기본소득 논의가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정책으로 구현될 가능성도  매우 낮다.

 

한국경제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3低 위험(저성장·저금리·저물가)이 새로운 표준으로 정착하는 등 장기 불황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다. 올해 역성장은 차치하더라도 금리와 물가마저 0%대에 진입했다. 코로나사태가 진정되더라도 우리 경제가 이전의 성장 균형으로 복귀하리라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올해보다 내년이, 내년보다 그 이후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내수 경제는 극단적인 수요 부진 국면에 빠져 소비 기반이 빠르게 수축되고 있다. 그간 내수 부진을 수출로 메웠으나 이젠 수출엔진의 연비마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잘 나가던 일본이 장기 불황의 늪(잃어버린 20년)에 빠져나오지 못한 이유도 소비 충격에 적적하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위기에 전통적 정책수단(확장적 통화 및 재정정책)으로 대응한 정책들이 내수 수축을 방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출발점이 이곳인 이유다. 

 

내수 수축을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역성장사이클에 진입한 기업투자 부문을 살려내는 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소비의 성장판을 키우는 길이다. 물론, 둘 다 살려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문제는 어느 경제든 성장 국면에 따라 경제선순환 경로가 상이하다는 점이다. ‘고성장 경제’에서는 기업투자가 경기순환을 견인하는 동인(투자: 고용▶소득/소비▶생산/투자)으로 작동한다. 압축 성장을 견인했던 1980~90년대의 경제정책이 대부분 기업활성화 정책에 집중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반면, 가계의 소비는 후행 변수로 치부되곤 한다.  

 

그러나 저성장이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고 있는 포스트 코로나 경제에서는 내수의 중심축이 기업투자에서 민간소비로 이동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는 가계소득이 경제선순환의 동인(소득: 소비▶생산/투자▶고용/소득)으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가계소득이 증가해 소비의 성장판이 확장되지 않는 한 잠재성장률 하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저성장 경제에서는 소득정책이 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일 수밖에 없다. 재난지원금이나 기본소득 등 소득정책을 통해 절대소비를 높이는 접근이 포스트 코로나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경제정책인 이유다.

 

다음 편에, ‘경제원칙으로 작동하는 기본소득모델 <中>편이 이어집니다.

 

<본고는 필자의 개인 의견으로 본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프로필] 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가계 대출행태 분석을 통한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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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dsong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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