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글로벌 자산버블”,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시스템 리스크
버블 생멸주기, “투기적 버블”국면 진입
美 금리 인상, “하락·급락·폭락”으로 가는 갈림길
자산가격 충격시, 부채리스크가 경제 현안으로 대두
“거시·미시 정책조합”으로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해야
▌ 글로벌 자산시장은 투기적 버블 국면에 진입
가계부채를 키운 7할은 자산버블이며, 자산버블의 생멸주기는 금리 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전반에 걸쳐 과잉유동성이 크게 증가했다. 부채로 일으킨 유동성은 대부분 부동산과 증시로 유입되며 실물경제와 자산시장 간의 괴리도를 극단적으로 넓히고 있다. 버블경제는 얼추 10년 단위로 생성·확장·소멸 주기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통화정책 기조가 저금리에서 고금리주기로 넘어가면 자산버블은 확장에서 소멸 국면으로 넘어가기 마련이다.
문제는 지금의 자산가격이 합리적 버블이거나 투기적 버블 구간에 있다는 점이다. 경제지표가 견고한 가운데 가격이 올랐다면 합리적 버블일 것이고, 실물경제와 괴리된 궤도로 진입했다면 투기적 버블일 것이다. 지난해부터 세계경제는 코로나발 경기충격으로 저성장은커녕 역성장이 보편화되는 재난 수준의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복잡한 경제분석이나 정교한 진단이 아니어도 다수의 국민들이 공유하는 상황 인식일 것이다. 경기침체 구간에서 증시나 부동산 가격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인다면 자산시장은 이미 투기적 버블국면에 진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적어도, 버블주기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거나 확장에서 소멸로 국면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먼저, 미국의 부동산시장을 살펴보자. 미국의 주택경기는 장기간에 걸친 대세상승 국면을 유지하며 글로벌 주택경기를 견인해온 주역이다. 지난 10년간(2011년~2020년) 주택경기 흐름을 보더라도 주택버블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의 집값이 50% 가까이 폭락하는 버블붕괴과정을 경험한 바 있다. 2012년부터 시작한 주택경기 상승국면에서는 유례없는 가격상승을 지속하며 지난 10년간 60% 이상 상승했다. 투기적 버블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집값도 많이 올랐지만, 미국의 집값에 비교하면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다.
세계 주요국의 주택경기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 10년 동안 캐나다는 72%, 중국은 63% 올랐다. OECD 평균 주택가격도 50% 상승하는 등 글로벌 전반에 걸친 가격상승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버블주기 특성상 더 가지 못하면 내려와야 하는데, 그 시발점은 금리인상이 될 것이다. 최근 미국의 연준이 금리인상을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주택가격 누적상승률(2011년~2020년) 추이
글로벌증시 역시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다. 세계경제는 코로나발 경기충격으로 역성장 하고 있는데, 주요국 증시는 사상 유례없는 가격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자산가격이 투기적 버블이라면 금리충격(인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간에 놓여있다.
韓·美 주기지수 누적상승률(2007년 대비)
일례로, 개인투자자가 2007년에 KOSPI와 KOSDAQ 지수에 투자한 후 이듬해인 2008년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넘기고, 올해 5월까지 양대 주가지수를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투자자의 보유기간 수익률은 코스피가 69%, 코스닥이 39% 정도일 것이다. 코스피가 3,000 포인트를 넘었다 해도 증시버블을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시가총액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미국 증시는 상황이 다르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가 DJIA와 NASDAQ 지수에 투자해 지금까지 들고 있다면, 각각 162%, 419%의 기간 수익률을 실현했을 것이다. 기업의 실적만으로는 엄청난 가격 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
이번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저점에서 지수에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개인투자자가 2009년 저점에서 NASDAQ 지수에 투자했다면, 누적 수익률은 무려 984%나 된다. 지수에 투자해 10배의 수익을 거뒀다는 사실을 납득하기 어렵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같은 기간, KOSDAQ에 투자했다면 275%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이다. 코로나 충격 완화, 기업의 실적 개선 등 어떤 이유를 들이대도 설명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글로벌증시는 권역별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투기적 버블 국면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코로나 사태와 자산의 버블주기 간의 개연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설령, 코로나 사태가 진전되더라도 자산버블은 본연의 생멸주기를 반복할 뿐이다. 자산의 버블 조정은 코로나 사태와 무관한 위험이기 때문이다. 버블의 생애주기 관점에서 보면, 자산가격이 더 올라가지 못하면 반드시 내려와야 한다. 문제는 “하락하느냐, 급락하느냐, 아니면 폭락하느냐”에 따라 가는 길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KOSDAQ·NASDAQ 지수 누적상승률(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리하자면, 부채로 쏘아올린 자산버블 리스크는 금리가 상승하는 국면에서 가계부채 문제로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가계의 자산구성을 보면 부동산 비중이 과도하게 높아 주택가격 충격에 취약한 리스크 특성을 지니고 있다. 국내 가계자산의 부동산 비중은 78%로 미국(35%), 일본(38%)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가장 큰 이유는 지나치게 높은 주택보유 성향과 더불어 부동산만큼 믿고 투자할 만한 자본시장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목전으로 다가옴에 따라, 자산버블 조정과 이로 인한 가계부채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프로필] 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
• 전) Visiting Assistant Prof.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2015)》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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