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미국 증시에서 발생한 ‘게임스톱’발 공매도 사태는 우리 증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매도제도는 비단 우리 시장뿐만 아니라 미국과 같은 선진시장에서도 적폐로 간주될 만큼, 시대정신을 반영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제도로 평가받고 있다.
개인이 집단력을 발휘해 주도 세력으로 부상하면, “공매도가 자생할 수 없는 시장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게임스톱’이 쏘아 올린 공매도 전쟁은 당국의 제도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타깃 종목’만 집중 공격하는 반공(反空) 의병활동이다. 뿐만 아니라,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제도 틀을 만들라는 경고이기도 하다.
미국 증시는 지난 주 ‘게임스톱’을 놓고 벌어진 공매도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공매도 제도의 문제점과 공매도 세력을 규탄하는 여론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감독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물론, 뉴욕 검찰까지 나서 모바일 플랫폼의 거래제한 등 불법 공매도 행위에 대해 조사를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도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심지어는 연방의회 청문회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도 공매도 규탄 대열에 합류했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공매도는 사기이며 구시대적 제도(shorting is a scam, legal only for vestigial reasons)”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머스크는 소유하지 않은 집을 팔 수 없듯이,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게임스톱’ 사태는 공매도의 타깃이 된 게임유통업체인 ‘게임스톱’을 놓고 개인투자자와 월가 헤지펀드 등이 벌인 공매도 전쟁을 의미한다. 사실 이번 사태는 개인투자자들이 가진 월스트리트에 대한 뿌리 깊은 분노에 기인하고 있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만큼은 단순히 분노로 끝나지 않고 개인들이 집단력을 발휘해 직접 공매도 전투에 참전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척결하기 위해 공매도 타깃 종목만 골라 집단 매수로 결사항전 사례들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데, ‘게임스톱’도 이중 하나에 속한다.
결과는 개인투자자들의 완승으로 끝났다. 개인들이 결집해 공매도제도를 바꿀 수는 없으나, 공매도가 주도하는 시장질서만큼은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 사례다. ‘게임스톱’에 여전히 아직 12조원 이상의 공매도 자금이 남아있지만, 지난달에만 이미 20조원 이상의 손실을 입은 만큼, 파산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주 공매도 세력과 일전을 치룬 ‘게임스톱’의 주가를 보면, 공매도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고, 개인의 집단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수요일 주가는 개인의 집단 매수로 주가가 135% 급등하였으나, 다음 날인 목요일에 헤지펀드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44% 폭락했다.
금요일에 개인들이 결집해 재차 집단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다시 68% 급등했다. 기관들이 ‘숏 커버링’(빌려서 산 주식을 다시 사서 되갚는 행위)으로 전환하면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개인이 주도세력으로 부상하면 공매도가 주변 세력으로 밀려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게임스톱이 한국증시 던진 메시지
첫 번째 교훈은 공매도가 자생할 수 없는 시장환경을 조성해 공매도 실패사레를 확대·재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매도는 외국인이 주도하는 단타 투기세력들이다. 따라서 외인자본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내 증시에 장기 성장에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인들이 매번 공매도 공격의 희생양으로 전락하는 이유는 자금이나 수적인 면에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음에도, 결집력과 조직력이 약해 집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임스톱’ 사례가 보여준 교훈은 개인투자자들이 결집하면 산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매도를 시장에서 발본색원하기 위해서는 내국인투자자들이 ‘동학개미운동’의 불길을 반공매도 운동으로 옮겨 공매도 발붙이기 어려운 시장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공매도 타깃 종목’만 집중 매수하는 반공(反空) 운동을 제2의 동학개미 운동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 시대정신을 담지 못하는 공매도제도를 바꾸는 일은 현실적으로 갈 길이 너무 멀다. 차선은 제도에 의존하지 않고도 공매도가 자생할 수 없는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내국인투자자가 주도하는 시장질서가 확립되면, 공매도 세력은 척박한 환경을 버리고 더 좋은 환경을 찾아 떠나기 마련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투자자들이 결집해 구시대적인 공매도 관행을 바꿀 수 있는, “단 한 번의 압도적인 성공사례”다.
두 번째 교훈은 철지난 공매도제도에 연연하기 보다는 포스트 코로나 증시에 맞는 새로운 제도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매도 재개’ 여부를 목전에 두고 있는 한국증시는 공매도 충격에 노출될 수 있다. 그간 공매도금지 조치로 인해 발이 묶인 공매도 세력들이 무차별적인 시세조정 행위에 가담할 개연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 만약, 아무런 보완조치 없이 공매도를 재개하면 한국증시는 또 다시 외인 공매도가 주도하는 단타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공매도의 제도보완이 선행되면 공매도의 역기능을 차단할 수 있을까?
개인 대주시스템을 도입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 하나, 이는 공매도 장려 정책에 가깝다는 점에서 퇴행적 제도개선이다. 자본력과 신용력이 취약한 개인에게 공매도는 영원한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 밑천 없이 노름판을 전전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또한, 공매도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후 공매도를 재개하면 어떨까? 기존의 틀을 유지보수하면 불법 공매도를 근절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허나, 문제는 대부분의 공매도 피해는 합법적인 영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매도 범주가 너무나도 광범위해 대형주나 중소형주 등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인 시세조정 행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합법적이지만 그로 인한 피해는 복원이 불가능하다. 단일 정책으로 공매도만큼 국민들의 원성이 높은 제도를 찾기 어려운 이유다. 기존의 공매도 틀을 손보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라는 의미다.
‘공매도 재개·연장’을 놓고 벌이는 담론 수준의 논쟁은 문제의 본질에서 한 참 벗어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공매도를 폐지하거나 그럴 수 없다면 공매도 허용 범주를 좁힐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공매도금지’ 조치부터 연장하고, 인위적인 시세조정이 어려운 대형 상장사에 한해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혁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현실적 대안으로 홍콩식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봄직 하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이 제안한 공매도 혁신안은 공매도 혀용 범주를 대형 상장사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혁신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송영길 의원은 ‘KRX300’과 연계한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만약, 공매도 범주를 ‘KRX300’에 편입된 300개의 대형 상장사로 엄격하게 제한한다면, 공매도의 일부 순기능을 유지하면서 무차별적인 공매도 공격으로부터 내국인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게임스톱’이 한국증세에 던지는 교훈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개인투자자들이 결집해 공매도가 자생하기 어려운 시장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학개미운동의 불길이 ‘공매도 타깃 종목’으로 옮겨 붙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둘째, 유통기한이 지난 공매도 제도를 과감하게 벗어 던지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공매도 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즉, 기존 틀 안에서 기술적, 기능적 제도보완에 힘쓰기 보다는 시대정신을 담아낼 수 있는 ‘한국형 공매도제도’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프로필] 송두한 백석예술대학교 초빙교수
• 민주금융발전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KDI 경제전문가 자문위원
• 전) 한국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향후 파급효과 진단(2007), 가계 대출행태 분석을 통한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2012)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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