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조세심판원이 최근 재조사 결정 취지에서 벗어나 추가 과세한 국세청에 대해 해당 처분을 취지에 맞게 수정하라고 결정내렸다(조심 2022서6525, 2023.11.02).
A기업 사주는 부친의 사망으로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했다. 국세청은 회사 명의로 주식을 사고 팔아서 돈을 버는 것은 ‘가업’이 아니라며, 주식양도차익에 과세했다.
A기업은 회사가 주식을 사고 팔아서 돈 번 건 맞지만, 주식을 사고 판 건 회사 주 사업과 관련한 시설 투자금 마련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A기업은 장래 순차적으로 연구소나 해외공장 투자 계획을 세웠는데, 계획을 세울 당시 금리가 낮아서 미리 낮은 이자에 투자금을 땡겨 놓자는 취지에서 은행에서 돈을 빌렸다.
하지만 투자 때까지 그냥 예금통장에 넣어두면 대출이자만 빠져나가게 되니 시설투자 때까지 이자값을 벌어두자는 차원에서 주식을 샀다고 주장했다. 나중에 시설투자 시기가 오면 이 주식을 팔아 원래 목적대로 쓰기 위해서였다. 당시에는 저금리로 예금이자보다 주식투자하는 게 수익률이 높았다.
국세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기업이 투자 계획대로 돈을 쓴 건 맞는데 투자금은 다른 곳에서 번 매출채권 등 정작 주식투자로 번 돈을 넣은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돈놀이 용으로 쓰인 돈은 사업용 자금이 아니고, 가업으로 인정할 수 없으니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A기업은 주식을 사고 판 돈 ‘전액’이 투자목적이었다며,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했다.
조세심판원은 심리 과정에서 주식을 사고 판 돈 중 전부 다는 아니지만 상당부분이 돈놀이 목적이 아니라 실제 사업투자용 자금으로 쓰이는 등 영업활동으로 쓴 점은 인정된다고 보았다. 다만 나머지 돈이 영업활동에 쓰였는지 확인해보라고 재조사 결정을 내렸다.
그러자 국세청은 심판원이 영업활동 자금으로 인정한 영역에까지 재조사를 전개해 일부 금액이 영업활동에 쓰이지 않았다며 추가 과세를 했다.
심판원은 심판을 받는 사람이 심판하는 사람의 판단을 뒤엎는 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은 A기업이 주식 판 돈 중 일부를 투자 종잣돈으로 써서 연구소와 해외공장을 투자한 건 맞는데, 영업활동에 쓰였다고 보기에는 근거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 자료가 부족하니 그걸 제대로 알아 오라는 게 취지에서 재조사를 결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쟁점재조사결정의 취지는 쟁점유가증권 매각대금 중 OOO원은 쟁점법인의 영업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인정되나 이 외의 매각대금과 관련하여서는 영업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충분히 제시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를 재조사하라는 취지로 이해된다.”
심판원의 재조사 결정도 결정인데, 국세청이 그런 심판원 결정 취지를 뒤엎고 심판원이 이미 영업자금으로 결정한 영역의 일부까지 사업과 무관한 돈놀이라고 봐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심판행정을 역행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처분청은 재조사 결정의 취지에 따라 재조사를 한 후 그 내용을 보완하는 후속 처분만을 할 수 있다. 처분청이 재조사 결정의 판단에 반하여 당초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재조사 결정의 기속력에 저촉된다.”
(참고, 대법원 2017.5.11. 선고 2015두37549 판결 및 조심 2022중2277, 2022.10.19.)
심판원은 A기업이 영업에 썼다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한 주식 사고 판 돈 일부에 대해서는 사업과 관련된 돈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부인했다. A기업은 이 돈마저 사업자금으로 인정해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쟁점법인의 영업활동과 직접 관련되어 사용되었는지 여부 등은 청구인이 제시한 자료 등을 통하여 명확하게 확인되지 아니하므로, 해당 청구주장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심판원은 사업용으로 쓴 주식매각차익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으로 넣되 사업과 관련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주식매각차익에 대해서는 과세를 인정하는 취지로 국세청의 과세처분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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