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신경철 기자) 토종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이 중국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를 상대로 ‘최저가 가격매칭’에 들어갔다. ‘제로(0%) 수수료’를 무기로 알리의 공세가 격화하자 쿠팡이 가격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 간 치열한 가격싸움이 예고되자 ‘양자택일’을 두고 제조사들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30일 조세금융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은 이달 말부터 알리를 상대로 ‘최저가 가격매칭’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쿠팡이 네이버 등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을 상대로 최저가 가격매칭을 하고 있지만, 알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최저가 가격매칭’은 인공지능(AI)과 수기(사람이 직접 검색)로 주요 온라인 쇼핑몰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경쟁사가 같은 상품을 더 싸게 팔고 있다면 판매가를 낮춘다. 업계에선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최저가 매칭 시스템)으로 알려져있다.
‘가격’과 ‘다양한 상품 구성’은 본래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쟁력이다. ‘수수료’ 0%와 ‘1000억 페스타’를 무기로 알리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시장 장악에 나서자 숨죽이던 쿠팡이 ‘최저가’로 맞불 작전에 나선 것이다.
업계는 쿠팡의 맞대응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첫 번째는 이용자 이탈 방지다. 유료 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의 월 회비 인상으로 인한 이용자의 동요를 막고, ‘최저가=로켓배송’이라는 락인(lock-in effect)효과를 다시금 심어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조사를 향한 경고다. ‘가격매칭’을 시작했으니 쿠팡과 알리 가운데 한 곳을 선택하라는 무언(無言)의 신호다. 실제 쿠팡의 ‘가격매칭’의 소식을 접한 일부 제조사들은 알리 철수까지 검토하며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최근 쿠팡과 화해하고 납품을 시작한 ‘CJ제일제당’도 이미 관련 동향을 파악하고 쿠팡과 알리에 판매 중인 상품 구성과 가격 조정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 또한 내부적으로 ‘가격매칭’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알리는 9월까지 한시적으로 예고한 수수료 0% 정책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고 종료할 방침이었다. (본지 [단독] 알리익스프레스, ‘수수료 0%’ 연장 불가 통보…10월 폐지 가닥 기사 참조)
지난 16일 알리가 수수료를 부과하려던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한국 전문관 ‘K-Venue(케이베뉴)’의 '수수료' 0% 정책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급하게 방향을 돌린 이유 중 하나는 쿠팡의 ‘가격매칭’으로 제조사 동요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란 분석이다. 알리 측도 쿠팡 동향을 파악하고 입점 기업에 관련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의 가장 큰 우려는 제조사들의 도미노 이탈”이라며 “아무리 가격이 저렴해도 제조사들이 철수하면 소비자들이 알리를 찾을 이유가 없다. 쿠팡이 알리를 잡기 위해 고심 끝에 한 방을 노린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쿠팡이 알리를 누를 정도의 실탄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은 올해 2분기 2500만달러(34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억5000만달러(1439억원)다.
쿠팡이 알리를 상대로 ‘가격 전쟁’에 들어가면 쿠팡의 마진도 함께 떨어져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가격매칭’으로 인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제조사에게 마케팅 명목으로 과도한 광고료를 요구할 수도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관련 재판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알리의 저가 공세에 쿠팡도 결국 맞대응 할 수밖에 없다는 내부 판단이 선 것 같다”며 “제조사들이 양 사의 눈치를 보며 저울질 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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