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가상자산을 이용해 한국과 베트남 간에 무려 9200억원에 달하는 불법 외환 거래(환치기)를 대행한 국제 조직이 관세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주로 달러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이 적은 테더(USDT) 등 스테이블 코인을 자금 이동 수단으로 악용했으며, 불법 자금의 통로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관세청 대구본부세관은 2022년 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3년간 총 7만 8489회에 걸쳐 한-베트남 간 송금·영수를 대행한 베트남 환치기 국제 조직원 5명을 검거하고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특히 베트남인 조직원 A씨(남, 30대)는 2014년 취업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국내에서 근로하다가 2020년 마약류관리법위반으로 처벌받고 베트남으로 출국한 전력이 있으며, 국내 체류 중 알게 된 국내 환치기 계좌주 B씨(여, 40대) 등과 국제 환치기 조직을 결성했다.

◇ 'Zalo'로 은밀히 거래...대포통장·대포폰 동원
이들은 의뢰인에게 수수료를 받고 불법 송금을 대행하는 과정에서 추적을 따돌리기 위해 치밀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요 범행 수법은 베트남에서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로 보내 원화로 바꾼 뒤, 조직이 확보한 환치기 계좌를 통해 의뢰인이 지정한 국내 수취인에게 이체하는 방식이다.
이 규모만 약 8430억원에 달한다. 반대로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송금할 때는 국내 자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베트남으로 전송했으며, 약 770억원 상당이 이 방식으로 움직였다.
조직원들은 베트남인들이 주로 쓰는 SNS인 'Zalo'를 통해 환치기 대금 관련 정보를 주고받았고, 수사기관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활용했다. 특히 자금을 송금하는 이용자들은 신원과 자금 출처를 숨기기 위해 송금인 명을 가명으로 표시하는 등 자금세탁 정황도 포착됐다.
◇ 불법 자금 통로 우려...수출유통업체도 연루
환치기 조직을 이용해 베트남으로부터 자금을 영수한 이용자 중 상당수가 화장품, 의료용품 수출유통업체로 확인돼 추가 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이들이 무등록 외국환 거래를 이용한 배경과 거래의 목적에 따라 추가적인 불법 행위 여부가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
대구본부세관은 은행을 통하지 않고 불법으로 송금·영수한 환치기 이용자 전반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추가 조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박종필 대구본부세관 조사과장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환치기는 단순한 외국환거래법 위반을 넘어 마약거래, 도박자금, 보이스피싱 등 불법 자금의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불법 환치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단속 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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