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정치를 하는 자가 사람들을 모두 기쁘게 해주려면
날마다 하더라도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_〈이루 하〉 8.2
정치(政治)는 정(政)과 치(治)로 이루어진 말입니다. 바름을 세우고 백성의 삶을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결국 정치는 백성들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아가도록 질서를 세우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순리대로 다스리는 것은 이치에 맞게 행동하며, 백성들에게 안전과 편의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겠죠. 그런데 막상 선의를 베푸는 것과 백성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다른 것 같습니다.
맹자의 〈이루 하〉 편에서 이런 일화가 있습니다. 정나라의 대부 자산이 나라의 정치를 맡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자산이 수레를 타고 유수의 강을 건너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백성들이 추운 날씨에도 맨발로 강을 건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그는 자신이 타고 있던 수레를 백성들에게 내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맹자는 그의 선행에 대해서 냉정하게 평가했습니다. 그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나라의 정치를 책임지는 사람이 어떻게 매번 백성들을 보살필 만한 여유가 있겠는가? 언제까지 그 많은 백성들을 수레에 태워 건너게 해줄 수 있겠는가?”
맹자는 차라리 농한기를 이용해서 11월에는 백성들이 다닐 수 있는 작은 다리를 먼저 놓고, 12월에는 수레가 다닐 정도로 큰 다리를 놓는다면 더 이상 맨발로 강을 건너는 불편함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맹자의 해결책이 아주 현명하고 현실적입니다.
물론 정나라의 대부 자산을 마냥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공자와 동시대 인물로서 공자가 존경할 정도로 어진 재상이었습니다. 《사기》에는 자산에 대해서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가 재상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밤에 문을 잠그지 않게 되었고, 길거리에 떨어진 물건을 아무도 줍지 않을 정도로 나라의 법과 도덕이 잘 갖춰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가 26년간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푼 후 세상을 떠났을 때 많은 백성들은 안타까움에 눈물을 흘릴 정도였습니다.
그는 백성들의 어려운 상황을 안타깝게 여겨서 자신의 수레를 내어줄 정도로 공감 능력이 뛰어났습니다. 당시 다른 정치인들에게는 기대할 수 없었던 행동입니다. 다만 문제의 핵심을 바라보지 못한 점을 맹자는 아쉬워했던 것 같습니다.
자산은 강을 맨발로 건너야 하는 백성을 불쌍히 여겨서 자비를 베풀었지만, 그들의 근원적인 불편함을 없애지 못했습니다. 맹자가 보기에는 정치는 일회성 자비가 아니라 그 구조를 바꾸는 일이어야 했습니다.
대부 자산의 경우를 현대 사회에 한 번 대입해 볼까요? 어떤 부자나 정치인이 매번 강을 건너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배를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을 보고, 자신의 요트를 잠시 내주었다고 자선 행위라고 광고하고, 의기양양해한다면 어떨까요?
그것은 사람들의 어려움을 공감하지 못하고 구조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입니다. 매번 배를 내어주는 부자가 아니라, 다리를 놓는 사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진정한 측은지심이란?
〈양혜왕 상〉 편에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제나라 선왕이 당(堂)에 앉아 있을 때 어떤 사람이 소를 끌고 가서 새 종을 완성한 후, 소를 죽인 후 피를 바르는 의식을 하려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선왕은 애처롭게 보이는 소의 눈빛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놓아 주거라. 나는 그 소가 죄도 없이 떨면서 사지로 끌려가는 것을 차마 못 보겠다.”
여기까지는 위정자의 선한 마음을 잘 보여준 대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윽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을 덧붙였습니다. “양으로 바꿔서 의식을 행하라.”라고 말입니다. 제 선왕은 불쌍한 소에 대한 자비심을 보여줬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소나 양이나 귀중한 생명이 죄 없이 희생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에 대해서 맹자는 왕에게 이렇게 조언했습니다. 동물뿐만 아니라 당연히 백성들에 대해서도 이러한 측은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는 말미에 이렇게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노인이 비단 옷을 입고 고기를 먹으며, 백성들이 주리거나 추위에 떨지 않게 하면서 임금 노릇을 제대로 못 한 예가 없었습니다.”
즉 당시 대부분의 국가에서 백성들은 헐벗고 고통에 신음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이 이들을 진정으로 아끼고 배려한다면 제대로 임금 노릇을 하고, 백성들은 용비어천가를 부른다는 것입니다.
선왕은 소의 눈빛에는 눈물을 흘렸지만, 백성의 굶주림에는 무뎠기 때문입니다. 만약 백성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공감했다면, 역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나라의 곳간을 열고 가난한 백성들을 구제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눈물과 공감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우리들도 진정한 눈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눈물은 곧 ‘공감’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거짓된 ‘악어의 눈물’이 아닌 참된 눈물이어야겠죠.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진정으로 공감할 때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마음이 아프고 눈물을 짓고는 합니다. 안타깝게 사고로 세상을 떠난 아이들이나 청년들, 어른들의 사연을 볼 때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지 말았어야 하는데, 세상과 가족과 이별을 하는 이들을 보면 더없이 슬픈 마음이 듭니다.
‘눈물’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 중의 하나입니다. 눈물은 다른 이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있을 때 생깁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이를 맹자는 ‘측은지심’이라고 했습니다.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질수록 우리는 눈물의 소중함을 알아야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남을 안타깝게 여기고 흘리는 눈물은 분명히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진정한 측은지심은 단지 눈물과 공감에서만 끝나면 안 될 것 같습니다. 결국 주변을 돌아보면서 사소한 곳에도 도움을 주는 마음이 필요하겠죠. 이러한 ‘인’의 마음을 바탕으로 작은 손길에서 시작하더라도, 그것이 구조를 바꾸고 제도를 바꾸어 더 많은 사람을 살리는 방향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측은지심이 완성됩니다.
젊은 시절에는 나 자신과 가족을 돌보기에 바빴다면 이제는 주변을 한 번 돌아보면 어떨까요? 이제 우리도 진정한 안타까움이 무엇인지, 진정한 눈물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치밀한 리더의 한 수,《죽음 앞에 섰을 때 어떤 삶이었다고 말하겠습니까?》출간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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