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금융위기 이후 GM의 최우선 가치는 ‘수익성’이다. GM이 전 세계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다. 앞으로도 이 기조가 유지될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각종 조건을 달아 지원한다 하더라도 또 철수를 거론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 자동차 업계 관계자 A씨.
제너럴모터스(GM)와 정부가 한국GM 정상화 방안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하는지를 두고 각계에서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27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지원에 나서야 하는지를 두고 정부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GM 본사가 한국GM을 정상화하려는 진정성이 있는지를 먼저 살핀 후 이에 따라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는 GM 본사가 정부 지원 여부 및 규모에 따라 한국시장 잔류를 결정하고 지원이 끝나면 결국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GM은 스웨덴과 독일, 호주 등에서 공장 폐쇄와 정부 지원을 두고 수년간 옥신각신하다 결국 철수한 선례가 있다. 대량 실업을 볼모로 정부를 이용해 지원금을 타내고 결국 해당국에서 철수하는 행태가 반복됐다.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 의사를 보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분 매각제한이 해제된 직후 철수와 정부 지원을 동시에 꺼내 든 데 대한 불신이 있는 것이다.
또 군산공장 폐쇄 등 위협을 가하기 시작한 시점도 GM의 지분 매각제한 시점 해제와 연동해 보는 시각이 많다.
대우자동차가 2002년 10월 GM으로 매각되면서 GM은 4억 달러, 산업은행은 2억 달러를 각각 현금 출자한 바 있다. 당시 산은은 15년간 지분 매각제한을 걸었는데 이 제한이 풀리는 시점이 지난해 10월이었다.
GM은 이로부터 3개월 후인 지난달부터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인천시 등을 만나 증자 참여와 재정지원, 세제 혜택 등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부가 이런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자 이달에는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한 것이다.
GM이 정부에 요청한 지원 규모는 1조6000억원~1조7000억원에 달한다. 증자와 재정지원, 세제 혜택 등이 두루 포함되는 지원안으로 이는 결국 한국GM과 협력사의 일자리 15만6000개에 대한 유지 비용 성격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례를 봤듯이 정부가 재정지원을 결정하면 GM은 정부 지원에 상응하는 정도의 생산량만 유지하다가 이후에는 결국 발을 뺄 수도 있다”며 “한국GM 경영정상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섣불리 지원을 했다가는 더 큰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부분을 감안한 듯 한국GM 정상화 지원에 대한 여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1일 전국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대규모 실업을 방지하기 위해 조건 없이 지원해야 한다’는 비율은 6.4%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계 기업에 국민 세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은 응답이 29.8%에 달했고 ‘GM이 타당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시할 때에만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부 지원 의견이 55.5%였다. 해석에 따라서는 반대하는 의견이 85%를 넘는 수치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각종 로열티와 이자로 한국GM을 쥐어짜던 본사가 껍데기만 남은 한국 지사를 우리 정부에게 사라며 흥정하는 꼴”이라며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 기조와 지방선거 일정까지 협상 카드로 활용하고 있는 GM이 경영 투명성이나 경영정상화 의지를 운운한다 해도 그리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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