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고비’ 넘긴 한국GM…업계가 바라보는 정상화 요건은?

2018.04.24 18:06:22

업계 "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 동반돼야…외투지역 지정은 특혜 논란 불가피”

(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한국GM 노사가 경영정상화를 위한 비용절감 자구안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한 고비를 넘겼지만 향후 실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산업은행과 정부와의 자금지원 협상이라는 고비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전날 새벽부터 진행된 임단협 교섭에서 주요 쟁점이었던 군산공장 근로자 고용 문제, 부평·창원공장 신차 배정 문제 등에 합의했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14차례 교섭 끝에 나온 결과로 합의안 조합원 찬반 투표는 오는 25~26일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

 

정부와 GM 본사 모두 노사의 자구계획 합의를 한국GM 자금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삼았던 만큼 이제부터는 한국 정부와 GM 본사 간의 협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GM은 이달에만 최소 9000억원 가량의 현금이 필요하다. 협력사 부품대금 약 3000억원에 더해 지급이 보류된 지난해 성과급 지급분 720억원, 25일 예정인 일반직 직원 급여 500억원, 앞서 희망퇴직을 신청한 약 2600명에 대한 5000억원 규모의 위로금 등이다.

 


그러나 한국GM은 최근 4년간 3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는 상황이다. 이번 임단협 노사 합의에 따라 GM 본사는 한국GM에 ‘5000억원+α’의 긴급자금을 투입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지만 이는 결국 한국GM 재무 부담으로 남게 되는 차입금 형태다.

 

이처럼 GM 본사가 긴급 지원에 나서면서 역설적으로 산업은행과 회생 협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GM 차입금이 불어나는 만큼 양자 간 핵심 쟁점인 ‘출자전환·차등감자’ 판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GM 본사는 한국GM에 빌려준 27억 달러(한화 약 2조9000억원)의 차입금을 출자전환하는 조건으로 산업은행에 지분율(17%)만큼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GM이 출자전환과 동시에 감자를 하라고 역으로 제안했다. GM이 3조원을 출자전환하면 산업은행의 한국GM 지분율이 기존 17%에서 1% 아래로 떨어져 GM 견제 권한을 잃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GM 본사는 차입금의 출자전환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한편 신규투자에 대해서도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산은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GM이 출자전환·차등감자로 종전 경영 실패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대주주 책임이라는 구조조정 원칙이 허물어진다”며 “이번 철수설 논란과정에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에 회복을 위해 상당한 책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노사가 극적으로 비용절감 합의를 이뤄냈지만 이제부터가 정말 중요하다”며 “이미 내수가 반토막난 상황에서 GM이 정부와의 협상을 길게 끌고 갈 게 아니라 신차 출시 등을 통해 회복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GM이 출자전환과 감자를 모두 거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GM 역시 한국GM의 차입금을 모두 손실 처리하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

 

이처럼 한국GM 경영정상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GM 간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GM이 신차 배정과 공장 증설로 외투지역 지정 요건을 충족하더라고 조세회피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투지역으로 지정될 경우 발생한 소득에 대해 최초 5년 동안 법인세 등이 100% 감면되고 이후 2년 동안은 50% 감면받을 수 있다”며 “조세특례제한법을 국제기준으로 개선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GM에만 특혜를 주면 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임단협 교섭과 별개로 진행된 한국GM에 대한 실사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정상화 계획이 실행되면 한국GM은 오는 2020년부터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

 

결국 노사가 자구안에 합의한 데다 실사 결과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큰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자금지원은 이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달 초 실사 종결에 앞서 오는 27일까지 한국GM에 대한 금융 지원책이 일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합의가 최종 완료되면 정부와 GM은 한국GM을 살리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며 “어떤 방식이 될지, 향후의 철수 가능성은 어떻게 대비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구조조정 노력이 매몰비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단기 유동성 지원 외에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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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기자 sukim@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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