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성욱 기자) ‘개별소비세’ 인하는 소비의 불씨를 바짝 댕겨야 할 필요가 있을 때 정부가 꺼내 드는 단골 카드다. 개별소비세의 목적이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는 것인 만큼 세율을 낮추면 꽉 닫힌 지갑이 열릴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값비싼 자동차는 개소세를 인하하기에 가장 안성맞춤인 품목이다. 사행성 조장의 우려가 없으면서도 소비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소세 인하 정책은 연말까지 한시적인 데다 종료 직후 ‘소비 절벽’ 현상이 나타났던 만큼 자동차 업계에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2000년대 들어서만 3~4년에 한번 꼴로 자동차 개소세를 인하했다. 지난 2001년 11월부터 2002년 8월까지 10개월간 개별소비세를 낮춘 이후 ▲2004년 4월~2005년 12월 ▲2008년 12월~2009년 6월 ▲2012년 9월~12월 ▲2015년 8월~2016년 6월 등 16년간 총 5차례나 같은 방식의 소비 진작책을 폈다.
이번 정부도 3년여 만에 자동차 개소세 인하 정책을 꺼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8일 승용차에 붙는 5.0%의 개소세를 오는 12월 31일까지 3.5%로 1.5% 포인트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완성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를 적용해 최대 340만원까지 차량 판매 가격을 낮췄다. 현대차는 차종별로 21만원에서 최대 87만원까지, 기아차는 29만원에서 171만원까지 낮췄다. 수입차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만큼 더 큰 폭으로 인하됐다.
그럼에도 개소세 인하에 따른 소비 진작 효과가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과거 전례로 보면 개소세 인하가 소비 증가로 곧장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기간이 끝나면 자동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드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17년까지 개소세 인하 정책이 시행됐던 연도의 판매량은 연평균 111만5726대, 그렇지 않은 때는 연평균 111만7612대였다. 개소세 인하책을 쓰지 않았을 때의 내수 승용차 판매량이 되레 많았다는 얘기다.
아울러 개소세 인하 정책이 가장 최근에 시행됐던 2015년 8월에는 당초 연말까지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개소세 인하가 끝난 2016년 1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1.4% 줄었다. 이에 정부가 6월까지 추가 연장하면서 회복 흐름을 보였지만 7월에 다시 전월 대비 2.6% 줄며 꺾였다.
업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고 말한다. 교체 기간이 긴 자동차의 특성상 세금을 깎아줄 때의 구매는 미래의 소비를 당겨쓰는 성격이 강하다. 결국 개소세 인하가 없는 수요를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실제 차량 구매자가 구입 시기를 몇 개월 앞당기는 효과는 있겠지만 없는 수요가 더 생기지는 않는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개소세 인하책이 끝난 이후 되레 소비 절벽을 불러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세금 혜택이 있는 올해 연말까지는 소비 지표가 다소 나아지겠지만 혜택이 종료되는 내년 초에는 소비 위축이 불가피하다”며 “결국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이 투자에 적극 나서 경쟁력을 올리고 고용도 올리도록 하는 게 소비를 끌어올리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아예 자동차에 적용되는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가구당 1대 이상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를 사치재로 보고 개소세를 매기는 건 맞지 않다”며 “자동차에 이미 여러 중복되는 세금을 매기는 만큼 민간의 소비부담을 덜기 위해 자동차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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