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보험업계의 판매자회사 설립 움직임이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운영방식에서 보험사별로 상이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신규 판매자회사 설립이 이어지고 있지만 대다수 판매자회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메리츠화재가 판매자회사 매각에 나서는 등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다수 보험사의 판매자회사 설립이 급격한 실적 개선이 아닌 자사 전속 조직의 효율적 관리에 있기 때문으로, 향후 실적개선과 조직관리 사이에서 판매자회사들이 보일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생명이 판매자회사 설립을 추진함에 따라 보험사가 설립한 자회사형 GA가 추가로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신한생명은 이르면 이달 말 판매자회사 출범을 목표로 7일 오후 금융당국에 자회사형 GA '신한생명금융서비스'의 설립을 위한 등록 절차를 밟았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통합이 예정된 가운데 소속 보험설계사가 1만명을 넘어서게 되면서 대면영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신한생명 판매자회사가 출범할 경우 보험사가 설립한 자회사형 GA인 판매자회사는 11개까지 불어나게 되는 상황이다.
다만 이 같은 판매자회사 설립은 실제 보험사의 실적 증가로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업비 절감과 판매채널 다변화를 통한 수익 강화 효과가 기대됐으나 영업에 난항을 겪으면서 오히려 적자가 누적된 것이다.
실제로 보험업계 최대 규모의 리딩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운영하는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이 기간 당기순이익에서 50억 4838만 원, 영업이익에서 58억 2158만 원의 적자가 발생, 흑자 전환에 실패했다.
대형사인 한화생명 또한 자사가 설립한 한화라이프에셋이 20억 9300만 원과 2억 3900만 원을 기록했던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이 큰폭으로 하락, 각각 27억 7100만 원과 30억 9800만 원의 적자를 보였다.
자사 상품 독점 판매의 틀을 벗어던지고 일반 대형 GA와 동일한 영업방식을 추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던 판매자회사 역시 이익 규모가 쪼그라들었다.
메트라이프생명이 설립한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는 판매자회사중 가장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들이고 있었으나 마찬가지로 수익성 악화 문제를 피하지 못했다.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는 지난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전년대비 33.2% 감소한 24억 5125만 원과, 31.8%감소한 19억 6655만 원으로 나타났다.
라이나금융서비스는 작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35.97% 감소한 22억 5027만 원과 28.84% 감소한 20억 8358만 원까지 줄었다.
ABL생명의 판매자회사 ABA금융서비스는 영업이익에서는 37억 9978만 원, 당기순이익에서는 37억 3107만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은 손해보험업계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삼성화재가 설립한 삼성화재금융서비스가 작년 당기순이익과 영업이익에서 각각 기록한 적자 규모는 47억 3600만원과 45억 28만원에 달한다.
손보업계 대형사인 DB손보 또한 판매자회사인 DBMnS 및 산하의 DB금융서비스가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DBMns는 전년도 11억 9198만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영업이익이 지난해에는 9억 75만원의 흑자로 돌아섰으나, 20억 407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이 기간 AIG손보의 AIG어드바이저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전년대비 63.49% 상승한 14억 6323만 원과 53.25% 상승한 15억 6585억 원을 기록, 판매자회사 중 유일하게 실적이 개선됐다.
보험사의 판매자회사가 영업조직을 개편하지 않는다면 영향력이 GA업계로의 설계사 이탈을 방지하는 안전판 역할만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미 설립한 판매자회사를 매각하는 보험사까지 등장했다. 메리츠화재는 작년 자사 판매자회사인 메리츠금융서비스를 MATC 매각했다. 출범 9년차인 판매자회사가 적자를 지속하자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09년 출범한 메리츠금융서비스는 2018년 상반기 기준 42개 지점에 940여명의 설계사가 활동하고 있는 보험판매자회사였으나 저조한 실적으로 결국 메리츠화재의 품을 떠난바 있다.
현재까지 판매자회사들의 실적은 주요 경쟁사인 대형 GA들과 비교해 큰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시장의 판매자회사들의 운영 방침은 실적확대보다는 ‘조직원 관리’에 치우쳐 있는 셈이다.
다만 판매자회사의 실적 부진은 보험사 역시 알고 있으며 선택에 따라 실적 확대와 조직관리를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대다수 판매자회사는 설립 보험사의 업권에 따라 생보 또는 손보 상품을 모 보험사의 상품만 판매할 수 있다. 이 같은 운영 방침 아래에서 판매자회사 설계사는 전속 설계사와 동일한 직접 관리 대상에 포함되나 그 반대급부로 판매력 자체는 특정회사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GA 대비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는 보험사가 이 같은 원칙을 수정한다면 매출 증가량에서 유의미한 개선을 이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자사 상품 이외의 보험사 상품 판매를 허가한 메트라이프금융서비스가 판매자회사 중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둬들일 수 있었던 이유로, 사실상 보험사들은 실적개선 방안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의도적으로’ 유예해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대형사가 설립한 판매자회사는 매출 및 수익 증대를 위한 판매채널 다각화의 목적보다는 기존 전속설계사의 이탈을 방지하고 조직원을 관리하기 위한 ‘안전판’ 역할에 중심이 쏠려있었으나 올해 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생명금융서비스는 2020년 1분기 당기순이익 4억20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13억6000만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1분기 영업이익도 197억3000만원으로 작년 동기 152억9000만원 대비 29.0% 늘었다.
삼성화재의 판매자회사인 삼성화재금융서비스도 지난해 1분기 13억6000만원의 순손실에서 2020년 1분기에는 17억8000만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140억9000만원으로 작년 동기 88억2000만원에서 59.8%나 급증했다.
추기 투자 비용 부담으로 적자가 일정 기간 누적될 수밖에 없으나 GA 대비 압도적인 ‘실탄’과 전속조직을 활용할 경우 대형 GA와의 시장경쟁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결과적으로 보험사의 판매자회사 설립 목적은 매출확대와 내부조직원 관리로 설립 초창기부터 뚜렷하게 나눠져 있다. 대형 GA와 비교해 자본과 조직원 규모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판매자회사들이 향후 보일 행보에 따라 판매채널이 크게 요동 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판매자회사는 GA 시장의 급격한 성장에 대응해 보험사들이 꾸준히 설립하고 있으며 전속 조직 위주로 성장해온 보험사 입장에서는 판매자회사에 대한 지배력과 실제 매출 확장 사이에서 경영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존재한다”며 “보험판매전문회사, 제판분리 등의 이슈가 남아있는 만큼 향후 판매자회사들의 운영 방침에 따라 시장 환경은 크게 요동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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