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수료와 다양한 상품 판매라는 장점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은 설계사 수수료 개편과 판매전문회사 도입 논의 등의 이슈가 겹치는 등 과도기를 맞고 있다. 당국의 제도권 편입 압박이 거세지는 현 상황에서 시장 환경의 변화와 GA의 지속성장 방안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싣는 순서]
➀ GA 판매채널을 삼키다
➁ 설계사 수수료개편 ‘태풍주의보’
➂ 판매전문회사의 등장 준비된 GA만 살아남는다
<전편에 이어>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승승장구하던 GA업계는 최근 최대 위기를 맞았다. 금융당국이 설계사 수수료 지급 정책에 칼을 빼 들면서 지금까지 성장을 이끌었던 ‘수수료’ 측면의 장점이 사라질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명목으로 수수료 지급 체계 개편에 나선만큼 GA가 이에 정면으로 반발하기 난감한 상황이다. GA업계는 보험사와의 형평성과 시장충격 감소를 위한 단계적 도입이라는 카드를 대안으로 빼들었다.
수수료 총량 규제·선지급수수료 확대
지난 4월 보험연구원이 개최했던 보험설계사 모집수수료 지급 개편 공청회는 GA업계에 태풍을 몰고 왔다.
과도한 선지급수수료 지급체계와 과당경쟁이 소비자피해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인식아래 제시된 개선안이 지금까지의 관행을 뿌리채 흔들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시장에 만연한 불완전판매를 해결하기 위해선 설계사수수료 지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수 십 년 간 보험료가 납부되는 계약 모집 대가로 발생하는 수수료 대다수가 가입 1년 이후 설계사에게 지급되면서 작성계약과 보험료 대납 등 불법행위를 양산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실제로 많은 보험설계사들이 생계를 위해 모집 수수료를 되도록 초기에 지급받기를 원한다. 보험사와 GA 역시 분급 수수료를 확대하려 했지만 이 같은 판매조직의 의향을 무시하지 못하면서 선지급수수료 비중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수수료 수익을 노린 ‘철새설계사’, ‘불량설계사’ 적발 역시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작성계약과 승환계약 등의 불법행위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는 상태다.
매출에 따라 보험사에게 받는 수수료가 늘어나는 GA업계에선 선지급수수료의 영향력이 더욱 컸다. 전속설계사 대비 높은 수수료를 지급받는 GA 소속 설계사들은 전속설계사와 비교해 확실한 ‘유인’이 있었다. GA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었던 주요 원인중 하나이기도 하다.
공청회에서 윤곽이 드러난 금융당국의 개선안의 핵심은 크게 ▲선지급수수료 지급 한도 설정과 ▲분급수수료 비중 확대의 두 가지다. GA업계가 지금까지 점유하고 있었던 판매채널에서의 우위는 물론, 회사 경영에도 치명타를 입힐 수 있는 내용이다.
개선안은 계약 발생 초년도의 지급수수료를 총액의 50%이하로 조정하고 익월 초 지급수수료는 전체의 25%를 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해당 개선안은 보험사와 GA에게 동일하게 적용된다. 보험계약자가 1년 동안 납부하는 보험료 한도 내에서 수수료가 지급되는 만큼 전속설계사와 GA 설계사의 초기 수수료는 동시에 한도가 생겨난다.
보험사 대비 높은 수수료 수입을 거둘 수 있다는 GA의 장점이 초기 지급 수수료 측면에선 퇴색되는 셈이다.
생명보험협회 역시 이 같은 수수료분급 필요성에 공감하며 금융당국에 개선안을 제시했다. 생보협회 건의안이 수용되면 전속 설계사의 경우 65%에서 60%, 55%까지 선지급 수수료 비중이 단계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GA 소속 설계사는 70%, 63%, 55%로 선지급수수료가 감소, 전속설계사 대비 감소에 걸리는 시간은 늘어나나 결과적으로는 전속설계사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받게 된다.
선지급수수료 한도가 생겨나고 그 비중까지 줄어들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전속설계사와 GA설계사 사이에 존재했던 기대수익 격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전속설계사 조직을 흡수하며 급성장해온 GA가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려워짐은 물론, GA 소속 설계사가 수익을 위해 전속으로 귀환하는 ‘역성장’까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판매채널에서 영업 조직의 규모는 경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GA업계가 수수료 제도 개편의 키를 쥔 금융위원회의 행보에 극도로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비교기준 동일해야…분급수수료 확대는 ‘단계적으로’
GA업계는 금융당국의 수수료 개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GA업계의 수수료가 보험사 대비 과도하다는 지적에는 적극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보험사는 사업비 편성을 통해 직원 임금과 지점 임대료 등 제반비용을 처리하고 설계사 수수료는 별도로 지급한다. 보험사 운영에 필용한 경비와 설계사 판매수수료가 이원화되어 있는 셈이다.
이와 달리 GA는 지급받는 판매수수료에 수입을 전적으로 의존한다. 보험사가 지급하는 판매수수료가 GA 설계사들의 수수료와 GA 운영에 필요한 제반경비의 재원인 셈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두 업계의 수수료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 사업비를 별도로 편성하는 보험사와 그렇지 못한 GA를 단순 판매수수료로 비교할 경우 GA가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다는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GA업계는 수수료지급 체계의 변경이 GA소속 설계사의 수수료 수입 감소는 물론 회사 운영에도 치명타를 안기는 만큼, 보험사와 동일한 기준에서 지급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험사의 사업비를 공개해 회사경영 및 설계사수수료 지급을 한 번에 비교하거나, GA업계의 판매수수료 중 제반비용에 쓰이는 부분을 제외하고 전속설계사의 수수료와 비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GA업계는 대형 GA 실무진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고 보험사가 지급하는 판매 수수료 중 35% 가량이 GA 운영 경비에 소요된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의견 취합에 나설 경우 즉각 GA업계의 주장을 전달하기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다.
GA업계는 시장충격 최소화를 위해 분급 확대 역시 단계적인 추진을 요구하고 있다. 판매수수료 제한만으로도 선지급수수료에 생계를 의지하고 있던 설계사들과 GA의 부담을 급증시키는 만큼, 분급 확대는 차후 도입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결과적으로 금융당국의 수수료 개편안 초안이 변경 없이 도입된다면 설계사 채널은 격변을 맞이하게 된다. 전속설계사가 GA설계사를 규모면에서 재역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업계의 시선은 금융당국과 한국보험대리점협회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GA업계 관계자는 “사업비로 운영 비용을 해결하고 별도로 지급되는 전속설계사 수수료와 GA 운영비와 설계사 수수료가 동시에 녹아 있는 GA 판매수수료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며 “운영비를 제외한 GA 설계사 수수료와 전속설계사 수수료는 결코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GA 업계가 수수료 과당 경쟁의 온상이란 이미지는 명백한 오해”라고 말했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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