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말말말-금융위편] 고승범, 가계부채 ‘묘수’ 있나…총량 잡고 실수요 풀고

2021.10.19 11:41:27

與野, 대장동 의혹 집중 질의…민생현안 뒷전
“실수요 보호 가계부채 관리 보완대책 만들 것”

국회 정무위원회가 지난 6일과 7일 각각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여야 의원들은 양대 금융당국 국감장에서 공통적으로 대선주자 등 유력 인물들이 개입된 화천대유 논란에 대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이를 두고 국감장이 정치 논쟁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렇다고 화천대유 관련 사안이 국감장 모든 질의를 잠식한 수준은 아니었다. 여야 의원들은 금융위 국감에선 18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해결 대책 마련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금감원 국감에선 사모펀드 후속조치, 머지포인트 사태 점검, DLF 항소 등에 대한 질문 세례가 이어졌다.

양대 금융당국 국감장에서 언급된 질의와 이에 대한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의 답변을 차례대로 종합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취임 후 첫 국정감사 데뷔전을 치른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모두 진땀을 뺐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은 가계부채 해결 대책에서는 실수요자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사모펀드‧머지포인트‧DLF 항소 관련해서는 강경한 태도를 각각 유지했다.

 

 

◇ 초강력 대출규제에 실수요 자금경색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 대상 국감에서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취임 이후 급격히 높아진 대출문턱이 주요 쟁점으로 꼽혔다.

 

이날 고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가계부채 관리 추가대책 마련에서 실수요자, 서민‧취약계층의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며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 금융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강도 높은 대응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6%대 가계부채 증가율 관리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차주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확대 등 지난 7월부터 시행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철저한 이행과 함께 추가대책도 마련 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실수요자와 서민·취약계층의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없도록 유의하겠다”고 말했다.

 

국감 전 이미 가계부채 관리 대책 관련 실수요자들을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란 질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 만큼 고 위원장은 실수요를 고려해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쪽으로 규제 방향을 선회할 것이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실제 이날 국감에선 여야 의원 모두 최근 지나치게 높아진 대출 문턱에 대한 문제점을 잇따라 지적했다.

 

먼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가계대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대출 수요자들이 ‘내가 가진 담보를 잡고 대출을 하겠다는데 왜 대출을 안해주냐’고 한다. 특히 전세자금 등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어떻게 대책 마련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같은 당 유동수 의원도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정책을 추진하기 전에 국민들이 자금계획을 미리 설립할 수 있도록 고시를 해주고 추진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시장에 신호를 주지 않고 가계대출 규제를 예고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쪽 의원들은 가계부채 상승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것이라며, 가계부채를 강력하게 조인 결과 실수요자 중심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고 추궁했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은 “부동산 실패를 잡으려고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하면서 은행, 보험사, 저축은행 등 전방위로 대출이 어렵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대출문턱이 높아지며 실수요자들에 대한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은 여야를 막록하고 국감 진행 내내 주요 사안으로 떠올랐다.

 

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12월까지 중도금 대출 만기 도래 사업장이 5만6600여세대다. 중도금 잔액 규모 고려하면 약 3조원의 신규대출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실수요자들의 자금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의동 의원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은행 4곳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0~12월 중도금대출이 만기되는 사업장이 5만3023세대(5조7270억원)에 달한다. 또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분양한 공공분양주택의 경우 같은 기간 내 입주해야 하는 물량이 총 3569세대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아파트 입주 시기에 맞춰 중도금 대출에 잔금을 포함해 새로운 주택담보대출을 하게 된다. 중도금 잔액 만기가 5조7270억원에 달하는 만큼 통상 약 8조원의 잔금대출 한도가 필요한 상황이다. 중도금 대출 5조원을 감안한다 해도 흥행권의 순증만 약 3조원의 신규 대출이 필요한 셈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6%대로 관리하면서 NH농협은행 등이 사실상 신규대출을 중단했다. KB국민은행도 잔금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했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역시 금융당국이 정한 비율에 맞추기 위해 신규대출을 엄격히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유의동 의원은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수많은 실수요자를 피눈물로 몰아가는 이 대책의 각론에는 분명한 반대를 표한다”며 “실수요자 보호방안이 마련된 국민들이 수긍할만한 실효성 있는 가계대책을 금융당국이 다시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최근 가계부채가 규모가 많이 늘어 걱정이 많다. 자산시장에서의 가격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실수요를 보호하면서 가계부채를 관리해야 하는게 어렵다. 보완대책을 만드려고 검토중에 있다. 그 부분 세심하게 보겠다”고 답했다.

 

◇ 대장동 여야 난타전…정쟁에 매몰된 금융당국 국감

 

이날 금융위 국감에선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 이슈 또한 핵심으로 부상했다.

 

특히 대장동 관련 ‘화천대유 50억 클럽’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여야 간 공방이 격화됐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화천대유 50억원 ‘약속 그룹’에 권순일, 박영수, 곽상도, 김수남, 최재경 그리고 홍모씨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박수영 의원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을 근거로 들며 “복수 증언에 따르면 50억씩 주기로 한 50억 약속 그룹 6명이 나온다. 제가 오늘 처음으로 공개하는 것이다. 또 50억원은 아니나 성남시의회 의장과 시의원에게도 로비자금 뿌려졌다는 내용이 나온다”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에서 로비 자금 흐름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강민국 의원은 “대장동 개발사업에 400억원의 초기 자금이 필요했는데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에 제공한 자금 상당 부분을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 최기원 행복나눔재단 이사장이 조달했다”면서 “금융정보분석원이 자금 흐름을 추적한 적 있는지, 없다면 추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금융위는 물론 금감원 국감에서도 대장동 의혹을 집중 부각시키며 여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지사를 거론했다. 이에 고승범 위원장은 정치적 논란을 의식,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최대한 말을 아꼈다.

 

고 위원장은 국감 답변을 통해 “금융정보분석원은 자금세탁 의심거래보고 거래를 분석하며 분석 중에 문제가 있으면 검찰, 경찰, 국세청에 통보를 하긴 하나 수사권한 등은 없다”며 “해당 사안은 검찰과 경찰에서 조사 중인 내용으로 답할 내용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측 공세에 더불어민주당 측은 주요 대권 주자를 염두에 둔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쳤다.

 

이재명 캠프의 대장동 TF 단장인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수영 의원이 밝힌대로 화천대유 리스트 6명이 실소유주라고 한다면 대장동 사건은 국민의힘 게이트”라며 “홍모씨를 제외하면 다 박근혜 정부 때 분들이다. 왜 결론은 이재명인지 이해할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이 빨리 조기에 신속 수사를 통해 화천대유 실소유주가 밝혀지길 기대한다”라고 직격했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도 “화천대유 사건은 두 개의 설계가 존재하는데 성남시가 설계한 공공환수 은행이 설계한 사적이익 추구 두가지”라며 “이 중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공환수 설계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반박했다.

 

양대 금융당국 국감장에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좌석 앞에 ‘화천대유=아빠의 힘 게이트’라는 팻말을 부착했고, 국민의힘 등 야권 의원들이 ‘대장동 게이트 특검’ 팻말로 응수하며 날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이처럼 제21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 ‘대장동 논란’으로 뒤덮히면서 일각에서는 민생현안을 다루는 정책국감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정의 감시와 견제라는 국감 본래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는 쓴소리도 함께다.

 

 

◇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중도상환 부담 낮출 듯

 

금융위 국감에서 고 위원장은 정책 모기지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를 현행 1.2%에서 절반 수준인 0.6%로 인하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대출자가 약정 만기 전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보금자리론, 디딤돌대출, 적격대출을 3년 이내 중도 상환한 차주에게 최대 1.2% 수수료를 적용해 받고 있다.

 

사실 정책모기지 중도상환 수수료 문제는 매년 국감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로, 이미 수차례 지적됐으나 시정되지 않고 있다.

 

이날 국감에서 김병욱 의원이 “금융상품 중도상환 수수료가 왜 있어야 하느냐”라고 묻자, 고 위원장은 “최대 1.2%인 정책 모기지 중도상환수수료를 절반인 0.6%로 낮추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정책모기지는 지금 월별 상환액이 많이 감소해서 잔액 증가 속도가 빠른 상황이다. 좀 낮추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답변했다.

 

고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돈을 미리 갚을 여력이 있는 차주가 수수료 때문에 중도상환을 머뭇거려 대출총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즉 대출을 빨리 갚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마련해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늘리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다만 고 위원장은 시중은행 대출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 폐지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했다. 그는 “시중은행(대출상품 중도상환수수료)은 자금 미스매치 등이 생길 수 있어 한꺼번에 없애기는 힘들 것 같다. 중도상환수수료 문제에 대해선 대출금리 인상 등 소비자 전가 문제 등 여러가지를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 가상자산 상장‧폐지방식, 업권법으로 정식 논의

 

고 위원장은 또한 가상자산 상장과 폐지방식에 대해 살펴보겠다고 국감장에서 밝혔다.

 

앞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업비트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이 298개로 업비트가 받은 수수료는 4조원이다. 이 중 절반 정도인 145개가 상장폐지됐다”라고 지적하며, “업비트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점유율 80%가 된 이유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가상화폐)이라는 이른바 잡코인을 무분별하게 상장해놓고 거래한 기간이 2년 6개월이나 됐기 때문이다”라고 부였했다.

 

그러면서 민병덕 의원은 “업비트의 상장·폐지 규정이 각각 2페이지도 차지하지 않는데 이 정도로 상장과 폐지를 정하는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고 위원장은 “현재 가상자산 상장과 관련한 건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도록 돼 있다”면서도 “상장·폐지 관련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본다. 그런것들을 가상자산업법으로 논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 보험대리점 판매책임, 대폭 강화 계획

 

아울러 고 위원장은 이날 보험을 위탁 판매하는 보험대리점(GA)와 관련 판매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GA 성장이 확대되면서 불완전‧불공정 영업 행위가 발생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먼저 김한정 더불어 민주당 의원이 “GA의 보험상품 판매 과정에서 보험료나 해약수수료 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불완전 판매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데, 특히 보험사 중 불공정 영업행위로 징계 받은곳이 전체 58%에 이를 만큼 GA의 불완전판매 문제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고 위원장은 이에 대해 “대형GA에 대한 금융소비자법 관련 법령 준수여부를 검사하고 감독해 나갈 예정”이라며 “보직위탁자인 보험사도 GA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보험법령에 따라 대형GA의 경우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도록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위는 올해 안으로 GA 판매책임을 대폭 강화한 제도 개선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보험사 관리강화, GA의 내부통제 강화, 제재 실효성 확보, 제재 이전에 계약을 이관해 제제를 회피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 등을 포함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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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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