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聯, 국가채무? 국가부채?…국제비교 가능한 ‘부채’ 써야

2022.04.04 18:22:30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코로나 19 추경으로 국가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부쩍 커진 가운데 나라 빚에 대한 통계 기준을 국가부채(D2)로 삼아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국가채무(D1)는 국내용으로 다른 나라와 나라 빚 규모를 견줄 수 없으며, 자칫 나라 빚 규모를 작게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단법인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 김광윤 아주대 명예교수)는 4일 성명서를 통해 통계상 국내용 ‘국가채무’(D1) 대신 ‘국가부채’(D2)라는 국제비교 가능한 용어로 단일화하며, 재정관리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제대로 시행함으로써 정상화된 국가재정관리개혁을 새정부의 국정과제로 제안한다고 밝혔다.

 

감사인연합회는 국가채무 기준을 사용할 경우 금전채무로만 나라 빚을 좁게 정의해 실질적인 나라 수준을 표시하지 못 하므로 국가부채를 기준으로 나라 빚을 설명하고, 이에 맞춰 재정 건전성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성명서 전문.

 

기나긴 코로나19 정국에다 몇 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방만해진 국가재정의 건전성에 대한 걱정이 크다. 가계부채, 기업부채, 그런데 국가는 채무란 용어를 쓰고 있어 이를 국가부채와 동의어로 아는 일반인들은 혼란스럽다.

 

지난해 4월 나라 살림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 홈페이지에 회계결산과장과 재정건전성과장 공동명의로 된 보도자료에 ‘국가채무와 국가부채는 다르고, 나랏빚=국가채무(D1)’라면서 2020년말 현재 846.9조원으로 해명하여 낮은 통계치에 깜짝 놀랐다.

 

근거를 찾아보니 2006년 말 폐기된 현금주의 시절의 예산회계법과 기금관리기본법을 승계한 「국가재정법」 제1조(목적)에 아직도 ‘국가채무’란 용어를 잔존시키면서 그 제91조(국가채무의 관리)에서 국가의 회계 또는 기금이 부담하는 금전채무(국채, 차입금, 국고채무부담행위를 포함하며, 재정증권과 한은 일시차입금은 제외)로 좁게 정의하고 협의의 국가채무관리를 하고 있었다.

 

일반인들이 이를 혼용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IMF외환위기를 거쳐 현금주의에 따른 구 예산회계법을 폐지하고 「국가재정법」과 당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IMF 발생주의에 따른 「국가회계법」을 2007년말부터 구분 입법하여 이에 따른 대외보고를 하고, 국가재정법 제56조(결산)에서도 2008년부터는 국가회계법에 따른 국가결산보고서를 도입한다는 명시적 규정을 두었음에도 공무원들은 아직도 국가부채로 단일화하지 않고 대외적으로 무용지물인 단식회계시절 국가채무를 고집스럽게 구분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현재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내 회계재정통계센터에서 작성하는 국가부채 통계에는 세가지가 있다.

 

첫째는 국가채무(D1)로서 중앙관서의 장이 현금주의 기준에 따라, 국내 재정운용계획과 채무관리계획에 사용되는 협의의 국내용 국가부채(2020년말 기준 846.9조원, GDP대비 48.7%)로서 국가채권에 대응된다.

 

둘째는 일반정부부채(D2)인데 중앙정부, 지방정부 및 산하 비영리공공기관에 대하여 발생주의 기준에 따라 산출되는 통상의 국가부채인데, IMF의 정부통계기준매뉴얼(GFSM)에 따라 국제기구에 공식 제출하는 국가부채(2020년말 기준 1,981.7조원, GDP대비 114.0%)로서 국가자산에 대응된다.

 

셋째는 공공부문부채(D3)로서 위 일반정부부채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포함하여 발생주의 기준에 따라 OECD 방식(PSDS)으로 산출되는 광의의 국가부채이며 공공부문의 재정건전성 관리목적으로 활용된다. 그 규모는 2,000조원을 훌쩍 넘으나(정부는 미공개) OECD 제출국이 일본 등 전 세계 7개국에 불과하여 비교통계적으로는 널리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오늘날 나랏빚을 말할 때는 게으른 공무원과 재정학자들이 인용하는 국가채무(D1)를 쓰면 안되고 기본적으로 2008년부터 시행된 「국가회계법」에 따른 국가재무제표상의 국가부채(D2)를 기준으로 통계치를 인용해야 하고, 이럴 경우 OECD 평균비율(110%)을 상회한다.

 

일부 공무원이나 회계에 무지한 재정학자들이 고집하는 채무는 일반적으로 부채보다 작은데, 그 이유는 부채가 회계학적으로는 법적 채무뿐 아니라 추정된 정부지급의무인 충당부채를 포함하므로 채무보다 숫자가 크게 나타난다.

 

이것은 민간기업의 재무제표에서 오래 전 보편화된 개념으로써, 일부 포퓰리스트 정치인에게 국가부채비율이 50% 내외로 타국에 비해 낮은 것처럼 왜곡되어 국채발행에 여유가 있다고 남용되는 실정이다.

 

한편 재정관리측면에서 보면 코로나19 사태뿐만 아니라 수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전국민 재난위로금 지급과 대규모 국책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면제 등 인기영합적 추경예산의 반복으로 재정적자가 심화된 상태이다.

 

특히 제38조(예비타당성조사)의 경우 총사업비가 500억원 이상이고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을 대상으로 사전 의무화를 규정하고 있으나 예외사항과 특례가 많아 정치권의 자의에 휘둘리는 등 유명무실화되고 있어 법개정이 긴요하다.

 

또, 재정건전화를 위해 국가재정법 제5장을 두고 있으나 제86조(재정건전화를 위한 노력)에서 국가채무에 대응하는 ‘국가채권’만 관리할 것이 아니라 국가회계법에 의한 ‘국가자산’ 전체를 관리해야 하고, 제87조(재정부담을 수반하는 법령의 제정 및 개정)에서 재정지출 또는 조세감면을 수반하는 제/개정법률안을 제출하고자 하는 때에는 법률이 시행되는 연도부터 5개 회계연도의 재정수입ㆍ지출의 증감액에 관한 추계자료와 이에 상응하는 재원조달방안을 그 법률안에 첨부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정부안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의원입법에도 예외없이 요구해야 무분별한 입법행위를 제한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제91조의 ‘국가채무’ 관리계획도 ‘국가부채’ 관리계획으로 범위를 넓혀 국가회계법의 활용도를 제고하면서 국가재정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부담을 지고 있는 8대 사회보험(공무원연금/군인연금, 국민연금/사학연금, 고용보험/산재보험, 건강보험/장기요양보험)의 회계정상화문제도 시급한 정부과제이다.

 

현재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만 국가재무제표상 자산과 부채로 제대로 인식할뿐 나머지는 불완전한 실정이다. 특히 전국민이 관심을 가진 국민연금의 경우 불입되는 기여금만 자산으로 인식하고 미래 세대에 지급예상되는 충당부채는 부채로 전혀 인식하지 않는 엉터리 분식회계를 하고 있는데, 기여금불입율의 인상이나 지급연금수준 문제와 별개로 기업처럼 현재기준 미래충당부채를 모두 부채로 인식함이 바람직하고(IPSAS), 최소한 미국처럼 연금부족액의 충당부채를 재무제표 주석으로 제시하거나 연금 관련 자산과 부채를 모두 별도의 사회보험보고서로 정보제시하여 세대별로 관리하게 하는 대개혁이 필요하다.

 

요컨대 국가재정법을 별개로 두더라도 대폭 개정하여 국가회계법과 일관시킴으로써 OECD회원국 답게 발생주의-복식회계를 제대로 반영하여 통계상 국내용 ‘국가채무’(D1)를 아예 쓰지 말고 ‘국가부채’(D2)라는 국제비교 가능한 용어로 단일화하며, 재정관리도 예비타당성조사를 예외없이 시행함으로써 정상화된 국가재정관리개혁을 새정부의 국정과제로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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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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