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회계학계 원로 및 핵심인사들이 상호금융에 대한 외부감사를 당초 당국의 계획대로 1년에 한 번 시행하도록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농협‧신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들은 은행은 아니지만, 예금 받고 대출을 하는 비은행예금취급기관들로 실질은 은행과 거의 같다.
은행이나 상호금융이 파산하면 사회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기에 은행은 촘촘한 외부감사, 외부 결산감사를 통해 제대로 내부 회계처리가 운영되는지 살펴보지만, 상호금융기관들의 경우 조합원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느슨한 관리를 허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정기 외부감사를 은행들과 동일하게 1년에 한 번 받을 것을 추진하자 상호금융사들이 일치 단결하여 외부감사를 4년에 한 번으로 되려 축소시키는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회계학계 원로 및 핵심인사들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사단법인 한국감사인연합회에서는 ‘농협 등 상호금융권은 최소한 매년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제목의 1차 성명서를 내고, 당국의 책임있는 정책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음은 성명문 전문.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상호금융권(농협, 신협, 수협, 산림조합 등)에서 외부감사 기간을 4년으로 늘려달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외부감사제도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주장이며, 재무정보의 신뢰성을 하락시키고 기업의 회계부정 가능성과 횡령 가능성 증가를 가져오는 잘못된 주장이므로 관련 법규를 개정해서라도, 상호금융권이 최소 1년에 한번 외부감사를 받도록 제도를 시급히 바꿀 것을 제안한다.
일반적으로 영리/비영리를 막론하고 기업은 정관상 1년에 한번 결산하면서 재무제표를 작성‧공시하므로 외부감사도 1년에 한번 받는다.
회계학 금언에 “감사받지 아니한 재무제표는 쓰레기”라는 명구가 있다.
이것은 기업이 자금을 외부로부터 조달하려면 독립된 전문가인 공인회계사로부터 외부감사를 받아 단순히 경영진의 장밋빛 판단으로 작성된 재무제표가 아니라 제3자로부터 검증받은 정보를 투자자, 채권자, 그리고 소비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정도로 균형되게 제공하는 필수절차이고, 이에 근거해 이해관계자들은 각자 합리적인 경제적 의사결정을 하도록 인프라를 제공받음을 상징하는 문구다.
현행법에서는 나아가 이해관계자가 많은 기업은 반기 또는 분기마다 재무제표를 공시하도록 함으로써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적시에 공시하고 있다. 예컨대 외부감사대상인 주식회사와 유한회사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하는 주권상장법인과 주주가 500명 이상인 비상장법인 등의 경우 6개월마다 반기 재무제표를 작성하여 공시하고 있고, 자산총액이 5,000억 원 이상인 주권상장법인과 금융회사는 3개월마다 분기재무제표를 공시하고 있다.
다만, 반기재무제표나 분기재무제표를 공시할 때는 유용한 정보로 되기 위한 ‘적시성’이 중요하므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감사’ 대신에 낮은 수준의 확신을 제공하는 ‘검토’를 받고 있다.
반면에, 상호금융권은 2년 또는 4년마다 외부감사를 받고 있다. 수협은 자산 300억 원 이상인 경우 2년마다 외부감사를 받으며, 산림조합과 새마을금고는 자산 500억 원 이상인 경우 2년마다 외부감사를 받는다. 더구나 농협은 자산 500억 원 이상인 경우 4년마다 외부감사를 받으므로 임기가 4년인 조합장은 임기 중 한 번만 외부감사를 받는 문제가 있다.
현행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하면 조합장의 임기 개시일부터 2년이 지난 날이 속하는 회계연도에 대하여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조합장의 임기가 4년이므로 외부감사는 조합장 임기 중 한 번 받게 된다. 심지어 조합장이 2년마다 바뀌면 그 농협은 외부감사를 계속 안 받을 수도 있다. 이것은 주주회원, 채권자, 예금주 등 이해관계자에 대하여 ‘결산마다 감사받는’ 책임경영을 망각한 처사로, 외부감사 주기가 긴 것이 근년에 많이 발생한 농협등 횡령 사건의 주요 원인일 수 있다.
지난 3월 29일 금융위원회는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개최하고 ‘상호금융권 건전성 강화 및 규제차이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면서 ‘상호금융업권의 재무정보 신뢰성 제고를 위해 업권별 상이한 회계감사 주기를 매년으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하여 상호금융권은 금융위원회 발표와는 반대로 외부감사 주기를 늘려달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
상호금융권이 외부감사 주기를 늘려달라는 주장의 근거는 매년 외부감사를 받는 것이 비용부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매년 외부감사를 받지 않으면 상호금융권이 공시하는 재무제표를 신뢰하기 어려우며, 회계부정의 발생가능성이 높아짐은 물론 내부통제제도에도 문제가 발생하여 횡령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
상호금융권에서 회계부정이나 횡령이 발생하면 외부감사 비용에 비해 훨씬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만약 상호금융권이 매년 외부감사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상호금융권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제정 발표한 ‘소규모기업 감사기준’을 적용하는 등 외부감사 부담완화 방안을 적용할 수 있다. 상호금융권이 외부감사를 위해 지출하는 금액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임을 명심하고 상호금융권도 매년 1회 결산시마다 외부감사를 받게 제도화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나아가 상대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쌈짓돈을 모아 운용하는 상호금융권의 경우 대외신인도 향상과 투명성 확보를 위해서 지출하는 감사비용이 일반관리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외부감사의 효과와 대비할 때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오히려 매년 감사를 회피하려 하기보다는 상호금융권 역시 금융회사의 일환인 특성을 반영하여 반기검토와 분기검토의 도입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