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인포럼] 권재열 경희대 교수 “광범위한 거래인과관계 추정, 경험칙 반해…외감부담 과도”

2024.12.06 17:19:43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외부감사인의 민사책임을 따질 때 대법 판례에 따라 거래인과관계를 광범위하게 추정하는 것은 경험칙상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권재열 경희대 교수(사진)가 6일 한국감사인연합회가 서울시 서대문구 한국공인회계사회관 5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창립 10주년 기념 대 심포지엄 겸 제19회 감사인포럼’에서 “대법원 판례에 따라 거래인과관계를 광범위하게 추정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외부감사인의 책임범위를 넓히는 것과 다를 바 없으며, 이 같은 추정은 경험칙에 반하기 때문에 쉽게 수긍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권 교수는 이날 포럼 주제인 ‘외부감사인의 법적 책임과 감리절차상의 개선과제’ 발표를 맡아 민사책임, 행정책임, 회계감리 절차 관련 개선과제 등을 설명했다.

 

우선 민사책임 부문에선 거래인과관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거래인과관계란 부실감사를 알았다면 거래가 없었을 것이란 인과관계를 말하며, 투자자들은 감사보고서를 믿고 투자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 2014다11895판결은 이러한 법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법 2005다28082의 경우 원고가 감사보고서를 본 적이 없음에도 거래인과관계를 추정하는데, 감사보고서는 사회가 공인하는 거래를 위한 기본자료이며, 다수의 거래에 영향을 미치고, 원고 역시 직접 감사보고서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거래 흐름의 영향과 전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합리적 추정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선고는 2007년 1월 11일 났는데, 이 전후의 많은 판결들이 거래인과관계 추정을 사용하고 있다.

 

효율적 시장가설의 연장선상으로 주가가 시장에서 이용가능한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는 시장사기이론이 있는데 대법 2013다97694판결에선 비공개기업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에도 인정하고 있다.

 

권 교수는 “비공개기업과 상장기업을 동일선상에 놓은 채 투자자의 정보의존성에 대한 증명책임까지 사실상 면제하는 것은 외부감사법 제31조 2항에서 정한 제3자의 범위를 무한정 확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외부감사인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원인을 외부감사인의 부실감사 뿐만 아니라 재무정보를 검증하는 엄부를 수행하거나 이에 관여하는 신용평가회사, 금융회사, 증권의 인수인, 금융감독당국 등이 각자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거나, 투자자들의 투자패턴이나 투자문화 등이 병리화되는 것부터 찾아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외감인 외에도 다른 책임들이 있을 수 있는데 외감인에게 몰아서 책임을 물리는 건 과도하다는 말이다.

 

권 교수는 모든 투자자가 감사보고서를 보고 투자하는 것도 아닌데 감사보고서를 투자권유를 위한 자료로 추정하는 것은 경험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권 교수는 피감회사 이사가 분식회계를 하는 것과 외부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고의로 부실하게 작성하는 것은 별개 행위라는 점에서 그러한 연대책임에 수긍하기 곤란하다고 전했다.

 

외부감사인이 연대책임을 피하기 위해 고의가 없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규모가 작은 회계법인, 감사반에겐 어렵다는 것이다.

 

외부감사인 손해배상제척기간이 8년인 건 이례적이고, 공인회계사의 다른 책임과 비교할 때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외부감사인의 행정책임 관련해선 외부감사법이 회계법인의 대표이사의 권한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으면서도 그에 대한 제재를 규정하는 것은 자기책임의 원칙에 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회계법인 대표이사의 책임강화는 오히려 외부감사인의 감사 독립성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기존 자본시장법과 공인회계사법에 따른 과징금 부과제도가 있음에도 추가로 외부감사인에 대한 과징금은 중복 제재 및 남용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외부감사인의 책임이 무거우면 중소규모 회계법인들은 큰 일감을 맡기 꺼리고, 만일 과징금이 걸리면 파산에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회계감리 절차 관련해서는 대심제를 고유기능에 맞춰 운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진정한 의미의 대심제를 운영하기보다는 여전히 진술인의 진술에 대한 공방이 없거나 순차진술제를 유지하는 관행을 타파하고, 증선위 의사록에 피조치자에 대한 제재 관련 심의내용이 제대로 공개돼야만 증선위 의결이 선례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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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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