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새 국세청장, 추천자가 관건…후보는 내부 2명, 외부 1명

2022.04.08 10:09:32

중앙‧변방, 2급‧전직 여부가 결정적 변수는 아냐
추천자 안목에 당선자의 결정으로 낙점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동서고금의 정부 고위직 인사는 사실상 천거제로 운영돼왔다.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고, 윤석열 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능력 중심의 인사전망은 고위직일수록 의미가  희미해진다. 추천자가 누구냐, 추천 받은 후 흠결이 있느냐, 여기가 승부처다. 조만간 국세청장의 새로운 얼굴이 공개된다.

 

 

“(기자) 자리 제안 받으셨다면서요. 그래서 나가세요?”

 

“(답변자) 안 나가려고요. 하는 일도 있고….”

 

“(기자)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는데 안 아까우세요.”

 


“(답변자) 제안은 별로 안 중요해요. 누가 추천자인지가 제일 중요하죠.”

 

인사철답게 인사 전망이 뜨겁다. 여론에서는 '덕망이 있다, 능력이 있다'까지만 나온다. 그러나 늘 취재를 할 때마다 결론은 하나뿐이었다. 

 

 

◇ 고위직 인사의 열쇠 ‘추천자’

 

조선시대 과거제 시험도 테두리는 천거제였다.

 

자신이 속한 문파 스승님이 출제위원이면 시험에 응시하고, 다른 문파 사람이 출제하면 응시를 하기가 어려웠다. 스승을 달리하여 응시하면 도를 모르는 놈, 출세욕에 빠진 놈이란 손가락질이 뒤따랐다.

 

정권 바뀔 때마다 호남‧영남 등등의 인사들이 밀물 썰물처럼 빠지고 들어오는 것처럼 조선시대의 각 당파, 문파들도 그랬다. 우리 스승님, 우리 선배가 이조전랑(현재의 대통령실 인사수석)에 가느냐 마느냐에 따라 자신의 직위가 오르락 내리락했다. 

 

시계를 돌려보면, 50대인 분들은 과거 사법시험 파동 때를 기억할 수도 있겠다.

 

XX대 교수가 출제위원으로 나오면 다른 대학 응시자들은 전멸됐고, OO대 교수가 출제위원으로 나오면 반대 대학 응시자들은 전멸이었던 때가 있었다. 두 교수, 두 대학의 법 해석 차이가 극명했던 탓이다.

 

지금도 같은 사법연수원 출신이라도 ‘부류’에 따라 초임지가 어느 법원에 갈지, 어느 지검에 갈지 결정난다.

 

 

국세청장 후보에 대해 능력과 인품이 운운되지만, 관가 속으로 조금만 들어가보면 누가 추천자이고, 그 추천자가 진짜 실세인지가 더 관심이다. 하지만 추천증서같은 게 없으니 기사로 나올 수 없을 뿐이다.


혈연-지연-학연의 새로운 간판이 능력주의이며, 추천자야말로 정확히 언급되지 않는 진짜 능력자이다. 

 

 

◇ 개혁 < 관리형 인재

 

윤석열 정부가 그리는 국세청장상은 개혁형보다 관리형 인물이 될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어떤 정부든 개혁은 정권 초반에 하게 된다. 인수위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윤석열 정부는 국세청에 아주 색다른 것을 요구하지는 않을 듯 하다.

 

첫 번째 단서는 상관들이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김동연 전 부총리, 홍남기 현 부총리처럼 관리형 인사란 평가를 받는다. 관리형 인사란 개혁자는 아니란 뜻이다.

 

개혁자는 그 자체로 권력자의 최측근, 최신임자이어야 한다. 개혁자는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무시하고 밀어붙여야 한다. 문고리도 개혁자 앞에서는 자동문에 불과하다. 그렇게 행동하다보면 적이 많아지는데 그렇기에 개혁자는 권력자 신임없이 버틸 수가 없다. 신임을 얻으려다 무리할 수 있고, 무리하다 신임을 잃으면 급격히 실각한다. 정조의 비서실장 ‘홍국영’이 대표적이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도 그렇고, 국세청장과 손발을 맞출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도 홍국영과는 매우 거리가 멀다.

 

 

추경호 부총리 후보자는 기재부 관료 출신으로 국회의원 두 번 뛸 동안 국회 기재위를 맡았다. 안정된 지역구를 가졌고 무리하게 행동할 필요가 없는 인사다.

 

개인적으로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며,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따뜻했다. 기재부 후배 등과 여의도에서의 평가다. 심지어 의원실 보좌진들까지 의원을 닮아 온후하고,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두 번째 단서는 인수위 업무보고다.

 

추경호 후보자는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 시절 업무보고를 받으며 소위 부처들을 깼다는데, 국세청 업무보고는 눈에 띄게 격려하고 칭찬했다고 한다.

 

국세청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세금 걷는 곳이고, 상급 부처마냥 새로운 기획을 짜내는 곳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감사가 무서워서 뭘 시키면 일단 문제가 안 될지 찾기에 바쁘다.

 

반면 국세청은 약간의 빈틈을 찾느냐 시간 들이기보다는 당장은 부족해도 급한 데 불부터 껐다.

코로나 19 시기 과감하게 납세유예‧연장 조치를 취했고, 납세자가 환급 받을 수 있도록 먼저 나서서 돕기도 했다. 조사에 신중을 기하기 위해 자문팀을 만들었다. 납세자를 도와준 적극행정 사례를 발굴해서 칭찬하고 전파하기도 했다.

 

추경호 간사가 국세청 내부 권력관계가 이리저리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몰랐을 리는 없다. 그건 그거고, 공무는 공무다. 뒷말이야 어느 조직에서나 있고, 제 일 잘 하는데 혼낼 이유가 없다.

 

 

◇ 3명의 후보와 소거법

 

국세청장 후보자는 통상 3명이 올라간다.

 

천거 방식에 따른 소거법을 적용하면 서울지방국세청장과 중부지방국세청장은 윤석열 당선자 측근의 추천을 받았을 가능성이 다른 후보군에 비해 비교적 낮다. 

 

현재 유력한 방안은 내부 둘에 외부 한 명이다.

 

임광현 국세청 차장은 관리형과 기획형을 오갈 수 있으며, 어느 문파와도 통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국세청장, 국세청 차장 등 출세가도의 극을 달렸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백용호 국세청장의 보좌관으로도 활동했으며, 박근혜 정부 김덕중 국세청장 본부 조사기획과장, 임환수 국세청장 시기 조사국장 직을 거치며 행시 38회 중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출신으로 볼 때 추천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노정석 부산지방국세청장은 초대 국세청장으로 삼기 매우 무난한 인물로 꼽힌다. 고위공무원 승진 시기 만으로 보면 무척 빠른 편에 속하는 인물이다. 과장 시절 대구 쪽 법인 세무조사를 지휘하기도 했다. 별도로 법인 담당 조사국장을 담당했던 것은 아니지만, 특유의 성실함으로 인망이 많다. 당선자 측근 추천을 받았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유형은 관리형 인물이다.

 

강민수 대전지방국세청장은 관리형 인재로 능히 국세청장을 감당할 인물로 거론된다. 행시 37회로 가파른 국세청 내 행시 인력 소모를 완화해줄 인물이기도 하다. 관리형에 가깝고, 필요에 따라서는 기획형도 소화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호평을 받았던 코로나 19 세정지원 기틀을 만든 인물이고, 현존 고위공무원 가운데 국세청 본부 국장으로 가장 오래 지내면서 헌신했다. 헌신과는 역으로 1급 승진에서 거듭 누락돼 인사 홀대를 받았다. 추천자와 문파가 마땅치 않았다. 서울대-부산 출신이기에 추천 가능성은 있으나, 여부는 알려진 바 없다.

 

외부 인사는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출신인 임재현 관세청장은 어렵게 됐다는 이야기가 새어나온다. 이명박 정부 때 추천자는 너무 오래 전 인물이고, 문재인 정부 추천자는 윤석열 정부와 문파 색이 크게 다르다는 이유다. 그는 기재부 세제실 에이스였고, 기재부 선배들과 측근 인사들이 어떻게 판단할지 미지수다.

 

‘형님 리더십’ 임경구 전 국세청 본부 조사국장의 출전도 불투명해졌다. 국세청을 떠난 지 오래됐고, 공직자가 아니라 완전히 자연인 몸이 되었다. 옷 치수가 과거에는 맞을 수 있어도 이젠 안 맞게 됐다는 이야기다. 개인의 삶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김창기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말 퇴직해서 아직 옷 치수가 몸에 맞고, 대구 사람인데다 윤석열 정부에 나름의 헌신도 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추천자는 영남 지역 인사인데 부산지방국세청장 등 공직자 시절에 좋은 인상을 심었다고 들린다. 김창기 전 부산청장은 TK출신으로는 문재인 정부에서 유일하게 1급에 올라간 인물이었다. 문파 적격성에 부합하다. 


후보군들에 대한 하마평이 오가는 가운데 이번 인사에서는 전직, 현직 1급 등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윤석열 당선자는 확신이 있으면 좀 무리해보여도 밀고 나가는 성향이고, 검찰총장 취임 당시 자신이 알고 지내는 특수부 라인을 대거 배치해 인사 독점이란 말까지 나왔다.

 

 

국세청은 그간 현직 1급이 국세청장으로 뽑혀 왔다. 하지만 윤석열 당선자가 국세청 내부 불문율을 존중할 필요는 없으며, 그러하지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게다가 최근의 1급 인사 사례를 보면 그 불문율도 불변의 법칙은 아니었다. 중앙이든 변방이든, 2급이든 전직이든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게 관가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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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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