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리 인상기 한국 경제가 둔화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금융사들도 올해부터 성장세가 점차 꺾일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주요 금융사들이 저성장에 대비한 신사업 발굴에 공을 들이고 있고, 지방 금융지주 또한 앞으로 닥쳐올 위기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금융사들 중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BNK금융이 시도 중인 신사업과 이에 따른 청사진을 살펴보고, 앞으로의 전망 또한 짚어보고자 한다.
최근 BNK금융의 가장 큰 변화는 빈대인호(號) 체제로의 전환이다.
빈 회장이 지난 3월 17일 BNK금융 회장으로 최종 선임되면서 앞으로 3년간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투자증권 등 9개 계열사를 진두지휘하게 됐다.
지방금융으로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되는데, 빈 회장이 지역 경제 상생에 힘쓰면서 동시에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신사업 발굴 등 산적한 과제를 잘 풀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먼저 지난해 사상 최대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한 BNK금융의 실적을 살펴보면, 자산은 159조 8857억원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8102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자세히 따져보면 은행과 비은행 부문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부분도 확인된다. 부산은행(4558억원)과 경남은행(2790억원) 등 은행 계열사 성과가 그룹 이익 대부분을 차지했다. 은행 계열사는 예대차익으로 인한 이자수익이 증가했고, 비은행 계열사는 실적 악화로 이익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특히 증권 계열사인 BNK투자증권의 순이익이 전년도 1611억원에서 지난해 573억원으로 반토막 났고 BNK저축은행과 BNK자산운용 또한 순이익이 적자 전환되며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BNK금융은 역대급 실적 달성에도 주식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되고 있다는 지적도 받는 상태다. 2018년 최고 1만 2025원까지 올랐던 BNK금융 주가는 현재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온 상태다. 일부 소액 주주들은 지난 3월 BNK금융 주주총회에 참석해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고 중간배당을 도입하는 등 주주가치를 높이는 정책을 주문했다.
◇ 내부출신 회장 선임…정치외풍 우려 잠재워
이처럼 빈대인號 체제로 전환된 BNK금융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빈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에 올랐던 시점부터 일들을 상기해 보면, 일단 빈 회장은 지난 3월 17일 정식 취임 후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앞서 BNK금융은 김지완 전 회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회장 공백기를 4년 거쳐야 했는데 해당 기간 국회와 금융당국은 BNK금융을 향해 회장의 경영 사유화 목적의 폐쇄적 지배구조에 대해 지적했고, 그 결과로 차기 회장 후보자에 전례 없던 외부 인사를 포함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며 ‘관치 금융’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던 중 내부 출신인 빈 회장이 취임하면서 관치 논란이 불식됐다.
빈 회장은 조직 내 계파 갈등에서도 자유로운 인물이다.
부산 동래원예고와 경성대 법학과를 졸업한 만큼 그간의 부산상고와 부산대로 갈리던 조직 계파와 관련이 없다.
앞서 빈 회장은 1988년 부산은행 입행 후 인사부장, 북부영업본부장, 경남영업본부장 등을 거친 ‘영업통’이고 2017년 9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부산은행장을 지냈다.
차기 회장 후보자를 고르는 과정에서 일었던 관치 논란을 잠재운 빈 회장은 회장 선임 직후 내부인사를 단행하며 조직 안정을 꾀했다.
BNK투자증권을 제외한 계열사 대표이사에 대한 인사를 진행해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BNK투자증권의 경우 김병영 대표이사가 유임토록 했다. 주요 계열사 수장인 부산은행장에는 방성빈 전 지주 전무를, 경남은행장에는 예경탁 부행장보를 임명했다.
이밖에 조직개편도 실시했다.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유연한 본부조직 운영 차원에서 자회사별로 운영 중이던 그룹장 제도를 폐지, 사업본부제로 전환했다.
◇ 부산‧경남은행 ‘투뱅크 체제’ 변화 생길까
임기 후 회장으로서의 첫발을 디딘 빈 회장이 임기 내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원뱅크 체제’에 대한 내용일 것으로 예상된다.
BNK금융 전신인 BS금융이 경남은행을 2014년 인수하며 각자 은행 체제를 약속, BNK금융 내에선 부산은행과 경남은행 ‘투뱅크’ 체제가 유지돼 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최근 2개 이상 지방은행을 자회사로 보유한 지방은행지주가 정보기술(IT) 시스템을 공동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며, 두 은행의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행법상으론 서로 다른 은행이 전산을 통합하거나 같은 시설을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과점 체제 타파를 위해 지방은행 계열사 간 정보통신(IT) 시스템 공동 사용 등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전해지면서 부산‧경남은행의 전산 통합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 3월 8일 부산은행 본점을 찾은 직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부산은행, 경남은행 통합에 대해) BNK 내부에서 적절한 해법을 찾되 통합을 통해 비용 절감 또는 운용 효율 측면에서 금감원이 도움을 줄 부분이 있다면 적극 도울 것”이라며 두 은행 통합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을 전했다.
다만 경남은행 노조 등이 경영자율권 보장을 요구하며 합병과 전산 통합에 반대하고 있어 빈 회장이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 빈 회장은 조직 내부, 지역, 여론을 살핀 뒤 입장을 정하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 금융사 실적 전망 흐림…지방 한계 극복할 수익원 발굴해야
비이자이익을 강화해 수익 구조를 개선하는 문제도 빈 회장의 중요한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수익구조가 지나치게 이자이익에 기댄 상태라면 금리 변동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의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해 BNK금융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13.7% 증가한 2조 9238억원이었으나, 수수료부문 이익의 경우 전년 대비 15.6% 줄어든 3888억원이었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했다.
지방금융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 역시 주요 과제로 꼽힌다.
최근 거대 플랫폼을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갈수록 지역 기반 지방 금융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빈 회장은 디지털 중심의 신사업 모색으로 지방금융 경쟁력을 키운다는 복안이다. 실제 빈 회장은 부산은행장 재임 시절에 지역은행 최초로 모바일뱅크인 썸뱅크를 출시한 경험도 있다.
빈 회장의 디지털 혁신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는 취임사에서도 드러난다. 빈 회장은 취임 당일 “디지털 기반의 금융혁신을 통해 고객의 이익과 성장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반자적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그룹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비전을 바탕으로 한 주주가치 제고로 시장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BNK금융을 두고 해외 사업 기반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BNK금융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등을 갖추고 있지만 해외 기반은 약한 편이다. 계열사인 BNK캐피탈이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에 법인을 두고 있는 정도다.
국민연금이 최근 지방 금융사들의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나선 상황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부분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은 BNK금융 주식을 329만3741주 매도하면서 보유 비중을 기존 9.48%에서 8.47%로 줄였다. 이같은 결정은 올해 지방 금융사들의 실적 전망이 어두운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또한 올해는 금융사들이 지난해와 같이 실적 잔치를 달성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분위기다. 정부, 금융위원회, 금감원 등에서 올해 초부터 잇따라 은행에 예대마진 축소는 물론 대출금리 인하 등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서서히 멈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금리도 올해는 큰 폭으로 상승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원뱅크, 수익구조 개선, 신사업 발굴 등 어느 때보다 많은 과제를 짊어지고 임기를 시작한 빈 회장이 임기 내 조직 결속력을 다져 원뱅크 논의를 이끌어내고,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토대로 지방 금융사 한계를 넘어서는 경쟁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
은행장 재직 시절부터 직원들과 적극 소통하는 등 품행이 소탈한 인물로 평가받는 빈 회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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