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인뱅)이 본래 목적인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확대보다, 주로 주택담보대출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은 목표치를 겨우 넘거나 미달했다.
이에 인터넷은행이 당초 출범 취지에서 벗어난 행보를 보이고 있단 지적과 함께 금융당국 또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규모를 단계적으로 늘려 포용금융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던 것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들 3사의 주담대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26조6383억원으로 전년(15조5928억원)과 비교해 무려 11조455억원(70.8%)이 급증했다.
은행별로는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잔액이 전년 대비 8조158억원 증가한 21조3112억원으로, 증가폭이 가장컸다.
케이뱅크의 주담대 잔액은 전년 2조2974억원에서 2배 이상 불어난 4조9211억원으로 집계됐다.
토스뱅크는 지난해 9월 처음 전월세보증금 대출을 선보인 가운데, 주담대 잔액이 40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29조8922억원으로, 16조7506억원 늘었다. 증가율로는 3.3%가량 증가했다.
◇ 시중은행도 제친 인뱅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잔액 증가율이 시중은행을 앞지른 가장 큰 이유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지난해 상반기 주담대 금리를 낮추고 특판을 통해 주담대 공급 규모를 늘렸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난해 11월 중 신규 취급한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 금리는 4.44%, 4.34%로 4대 은행의 4.51~4.59% 수준보다 낮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겠다며 인터넷은행 주담대를 문제 삼자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듯했으나 대출 금리는 4대 은행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했던 것이다.
이처럼 인터넷은행이 주담대 확대에 집중한 이유는 주담대가 은행 입장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원이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담대는 신용대출과 비교해 담보가 있어 부실 가능성이 낮고 대출 금액은 상대적으로 커 이자 이익을 늘리기 좋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본지 취재진과에 “인터넷은행 대출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모든 것이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다. 오프라인 지점 운영이라던지 지점 근무자에 지급될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측면이 있는데, 이런 부분을 낮은 금리 혜택으로 고객들에게 돌려드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은 오프라인 점포가 없고 지점 근무자가 없는 등 특수성이 있는 만큼 줄어든 비용을 고객에게 낮은 금리로 되돌려주는 측면이 있고, 이를 통해 시중은행보다 더욱 낮은 금리를 무기로 주담대 고객을 더 많이 유치했다는 것이다.
◇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취지는 어디에
문제는 인터넷은행의 인가 취지가 무색할 만큼 중‧저신용대출 공급은 소홀히 한채 주담대 잔액만 올라가고 있다는 지점이다.
지난해 말 인터넷은행 3사 중 중‧저신용대출 비중 목표를 달성한 곳은 카카오뱅크 한 곳 뿐이다.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잔액 기준)은 30.43%로 연말 목표치 30%를 넘어선 수준이다.
케이뱅크는 29.09%, 토스뱅크는 31.54%로 각각 연말 목표치인 32%, 44%에 못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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