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재차 논의되며 통과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KT가 케이뱅크의 실질적인 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이날 오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개정안은 대주주의 한도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 중 금융관련 법령 외의 법률 위반 요건을 제외하는 내용이다.
이른바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한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정보통신기술(ICT) 주력인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가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보유 한도(4%)를 넘어 34%까지 늘릴 수 있게 했다.
단, 한도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하려면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게 했다. 이때 해당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금융당국이 대주주로서 '적격성'을 심사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법안심사 소위 때 여야 의원들은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요건이 엄격하다는 데 의견 접근을 이뤘다.
단, 인터넷전문은행법상 대주주 적격성 요건만 변경할지 이번을 계기로 다른 금융업종을 규율하는 법의 요건도 함께 수정할지에 이견이 있어 이날 법안소위 때 재논의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금융위에 개정안에 대한 정부 의견을 정리해서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정부가 적극적인 입장을 제시하기에는 좀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개정안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는 것을 삼갔다.'
케이뱅크는 이번 개정안의 통과 여부에 '사활'이 달려있다시피 하다. 개정안이 통과돼야 KT가 케이뱅크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KT는 올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으나 금융당국은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당시 KT의 담합 혐의를 조사하던 공정위는 4월에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금융당국은 KT가 검찰에 고발돼 재판을 받게 될 상황에 놓이자 "향후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에 따른 벌금형 여부와 수준이 확정될 때까지" 심사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적격성 심사가 중단됨에 따라 케이뱅크는 KT가 최대주주가 된다는 전제하에 추진한 5900억원 유상증자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지난 7월 276억원을 증자하는 데 그쳤다.
이는 경영 위기로까지 이어졌다. 계획대로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자 자기자본 부족으로 주력 대출상품의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번 개정안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민·사회단체들은 특혜에 또 다른 특혜를 얹혀준다고 비판하고 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 자체가 은산분리 정신을 훼손했는데 공정거래법 '범죄 전력자'에게 은행을 내맡길 것이냐는 주장이다.
은행법이나 금융투자, 보험, 상호저축은행 등을 규율하는 법령에서도 공정거래법, 조세범 처벌법 등 위반 관련 요건을 자격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전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개정은 "인터넷전문은행에 부당한 특혜를 주기 위해 은산분리 규제에 이어 대주주 적격성 규제까지 금융 안정성을 위한 규제를 줄줄이 풀어주겠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이유로 한 규제 완화는 규제의 존재 이유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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