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명예교수,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자산지표 시대, 국정의 체력은 ‘세수 안정성’
2026년 경제운영에서 KOSPI지수와 부동산은 정책 성과와 민심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자주 거론된다. 주가가 오르면 자산효과가 나타나고, 부동산은 생활비‧주거불안을 통해 체감경기에 직결된다. 다만 자산지표는 기대(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대가 흔들리면 지표가 급변하고, 그 과정에서 정책 신뢰가 시험대에 오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국정의 체력은 자산지표 자체보다, 위기 때에도 작동하는 재정 운용 — 그 중에서도 세수의 안정성에서 나온다.
부가가치세도 ‘환급’으로 출렁인다: 세율보다 ‘기반‧집행’
2025회계연도 국세수입 결산을 보면 부가가치세가 80조 원 아래로 내려간 배경으로 수출‧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환급 증가(영세율 구조)가 지목됐다(연합뉴스 2026.2.18.). 이는 “경기 둔화” 국면 뿐 아니라 “수출‧투자 국면”에서도 VAT가 구조적으로 출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때 VAT 세율 인상은 물가‧체감 부담과 맞물려 사회적 논쟁 비용이 큰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논의의 초점은 세율보다, 과세 기반‧집행을 정밀화해 누수를 줄이는 방향[면세‧간이과세‧과세특례(특정 업종‧거래에 대한 세액 경감‧간주과세 등)의 구조적 누수 점검, 플랫폼‧현금거래 과표 포착 강화 등]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OECD의 문제의식: 세수는 ‘일시’가 아니라 ‘구조’로 봐야
OECD는 한국의 세수 변동을 경기순환과 세원구조의 결합 문제로 다룬다. 특히 2023년 세수 부진의 배경으로 기업소득(법인세) 약화 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약세가 거래세(transaction taxes) 감소로 이어졌다고 언급한다(OECD Economic Surveys: Korea 2024, p.31).
동시에 고령화로 지출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전제 아래, 한국의 VAT 표준세율 10%가 OECD 평균(2022년 19.2%)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고 적시한다(같은 보고서, p.33). 이런 맥락에서 세수는 한 세목의 단독 조정으로 해결되기 어렵고, 변동성을 전제로 한 세목별 조합(구성)과 운영 원칙이 중요해진다.
정부의 부동산세제 운용: ‘세수 확대’보다 ‘가격 안정‧질서’
현 정부(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세제를 재원 확보 수단으로만 보기보다, 가격 안정과 시장 질서 측면에서 활용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해 왔다. 다주택자 관련 과세 조치의 변화(중과 유예 종료 등)는 시장 기대 형성에 영향을 주는 정책 신호로 작동할 수 있고(기획재정부 2026.2.12.),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의 수요 쏠림이 가격 변동을 키운다는 문제의식이 커질 경우 세제‧시장관리 수단의 조정 가능성이 논의될 수 있다(관련 보도: 매일경제 2026.2.27.).
아울러 농민이 아닌 자의 농지 위법취득문제는 조세를 넘어 토지시장 공정‧질서의 영역으로 다뤄지며, 실태 점검과 집행 강화가 결합되는 흐름이 나타난다(연합뉴스 2026.3.2.) 요컨대 부동산 세제는 단순한 ‘세수 정책’이 아니라 시장 안정 목표와 함께 운용되는 정책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충돌인가, 트레이드오프인가: 거래세와 보유세의 과제
부동산 가격 안정과 세수 확보는 항상 충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단기에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커질 수 있다. 거래 단계 세제(취득‧양도)는 과열 심리를 누르는 데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거래가 줄면 세수도 줄어 거래 위축과 세수 변동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특히 양도세는 ‘잠김효과(lock-in effect)’를 키우기 쉽다].
반대로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반복 과세라 세수 안정에 유리한 면이 있으나, 설계가 거칠면 고령 1주택자 부담, 임대료 전가 논쟁, 공시가격 변동에 따른 체감 충격 등으로 수용성이 흔들릴 수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보정이 필요하다. OECD 통계에서 한국의 Taxes on property(4000)[재산의 보유‧이전‧거래에 부과되는 세금: 대체로 보유세인 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이전세인 상속세‧증여세, 취득 및 금융거래성 세목 등을 포괄. 부동산 양도소득세(양도차익 과세)는 통상 소득세(1000: taxes on income, profits and capital gains)로 분류] 비중은 이미 높은 편으로 제시된다.
2023년 기준 한국의 4000은 74.308조 원(74조 3080억원), 총 조세수입 대비 11.5%로 제시된다(OECD Revenue Statistics 2025: Korea, p.2). 따라서 “보유세를 올리면 된다”는 단순 처방보다는, 예측 가능성(과표 조정 룰), 완충장치(유예‧분납‧상한), 거래세와의 역할 분담이 핵심의제로 부상한다.
즉 핵심은 ‘얼마나 올리느냐’가 아니라, 공시가격‧과표 조정이 어떤 규칙으로 움직이는지 미리 예측 가능하게 만들고, 고령‧현금흐름 취약계층의 세 부담이 급격히 가중되지 않도록 유예‧분납‧상한 같은 완충장치를 두며, 취득‧양도 같은 거래 단계 세금과 보유세가 서로 같은 목표를 중복되어 부과되지 않도록 기능을 분담하는 데 있다.
결론: ‘시장관리용’과 ‘재원용’ 세제, 역할이 분명한 조합으로
현 정부가 부동산세제를 가격 안정과 시장 질서의 관점에서 운용하려는 방향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다만 가격 안정 목표가 강조되는 국면에서는 거래‧세수‧신뢰의 균형이 함께 과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책의 초점은 단일 세목 조정이 아니라, 거래‧보유‧자산이전‧부가가치세 집행을 목적에 맞게 재배치하는 세목별 역할 분담에 있어야 한다. 시장 과열 억제는 거래 단계의 조치로 담당하되, 이는 최후수단으로 두고 잦은 변경을 줄여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접근이 바람직하다. 재정의 안정축은 보유 단계에 두되, ‘인상’보다 과표 조정 룰의 제도화와 유예‧분납‧상한 등 완충장치의 정교화가 우선이다.
자산이전 과세는 세율 논쟁보다 평가‧시가 포착의 정상화와 절차‧구제의 정비를 통해 예측 가능성과 형평을 함께 높이는 방향이 적절하다. VAT 역시 세율 논쟁에 앞서 면세‧간이과세‧과세특례(특정 업종‧거래에 대한 경감‧간주과세 등)에서의 누수와 과표 포착 문제를 줄여, 물가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세입 기반을 보강해야 한다.
요컨대 2026년의 과제는 단일 세목 조정이 아니라, 세수 변동성을 전제로 한 세목 구성과 운영 원칙의 재정렬에 있다. 가격 안정(정책 목표)과 세수 안정(재정 목표)을 함께 달성하려면, ‘한 번의 조치’보다 세목별 역할이 분명한 설계와 일관된 운영이 중요하다. 자산지표의 성과는 빠르게 보이지만, 국정의 체력은 느리게 쌓인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세목’이 아니라 역할이 정리된 조합이다.

[프로필] 안경봉 국민대 법대 명예 교수
•(현)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
•(현)금융조세포럼 수석부회장
•(전)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장
•(전)한국세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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