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경수 56기 세무사 동기회장 "세무사 등록 불가 사태로 피해 막심"

2020.03.16 05:00:00

세무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조속히 통과돼야!
장부작성, 성실신고확인 업무는 법률대리 아닌 사실대리
변호사, 시장 포화로 세무사 영역 침범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가운데 해를 넘기면서 세무사법의 등록 조항이 실효되어 제56기 세무사 합격자 등 천여 명이 세무사로 등록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2018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세무사법 등록 조항에 세무사 자격을 자동 보유한 변호사의 세무업무 등록 방안이 없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서 2019년 12월 31일까지 세무사법을 개정하라고 했지만, 국회 법사위는 이를 해를 넘기도록 한 번도 논의하지 않아 세무사법 등록 조항이 실효되었기 때문이다.

 

세무사시험을 통과했지만 세무사로 활동할 수 없게 된 제56기 세무사들은 지난 12일 성명을 발표하고 현 상황을 초래한 법사위에 조속한 세무사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조세금융신문에서는 제56기 세무사 동기회장인 이경수 세무사를 만나 힘든 과정을 겪고 있는 신입 세무사의 상황에 대해 들어봤다. 일부 답변은 동기 세무사가 함께했다.

 


Q. 제56기 세무사들이 지난 12일 현 상황에 대해 성명을 발표했는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2019년 12월31일까지 세무사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이고 현재 세무사법 개정안이 여전히 법사위에 계류된 상태입니다. 따라서 우리 56기 세무사들은 법에서 정한 자격시험을 정당한 절차를 밟아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현재 법사위에 계류된 세무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변호사들의 현재 주장과 세무사법 개정안이 법사위에 계류된 이유에 대해 저희로서는 전혀 납득할 수 없고 법사위 위원들의 태도가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해 11월 13일 724명의 제56회 세무사 제2차 시험 합격자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합격자들은 세무사 등록을 못 하고 있는데요. 합격자들의 현재 상황에 관해 설명해 주시죠.

 

현재 저희 56기 세무사 동기들은 합격 이후 약 1달 정도 연수원 교육을 받고 세무법인 등에서 실무수습을 받으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세무사로서 이제 실무수습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 시점인데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세무사 등록에 관하여 입법 공백 상태가 지속하고 있어 모두 많이 걱정하고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일단, 실무수습이 끝나는 동시에 세무사사무실 개업을 목표로 하는 분들은 당장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개업할 수 없게 된 상태입니다. 사전에 계획했던, 세무사가 되고 난 후의 모든 계획이 틀어져 버리게 된 것입니다. 비단 이것은 56기 만의 문제는 아니고 56기 이전 합격 세무사 중 등록을 하지 않은 분들도 마찬가지의 상황입니다.

 

또한, 개업을 못 하게 되면 세무법인이나 세무사사무실에서 근무할 수밖에 없게 되는데 자신의 이름을 가지고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세무사가 아닌 사무실에 계신 일반 직원과 다를 것이 없는 상황이 될 것이며 이마저도 세무법인이나 사무실이 채용계획이 없다면 신입 세무사들이 근무처를 구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마저 도래할 수 있습니다. 죽을힘을 다해 공부해서 세무사 자격을 취득했지만, 국회의 무책임한 태도로 인해 한순간에 많은 수의 미등록 세무사들이 실업자가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56기 이전에 합격하신 세무사분들과 같은 시험을 통과해서 동일한 자격을 취득하게 되었음에도 국회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개정된 세무사법을 그들만의 논리로 통과시키지 않는 바람에 우리 신입 세무사들이 이러한 과도한 피해를 보게 된 것이 너무 억울하다는 것이 저희의 입장입니다.

 

Q. 지난 2018년 4월 26일 헌법재판소의 세무사법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인해 세무사법 개정이 2019년까지 이뤄졌어야 했는데 국회 법사위에서 계류되면서 시한이 지나고 말았는데요. 신입 세무사들의 아쉬움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 결정의 옳고 그름에 대해서는 차치하고서라도 일단 그 결정에 따라 세무사법 개정을 정해진 시한 내에 통과를 시켰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은 입법 공백의 상태가 되어서 ‘법이 없어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없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고 그 피해는 우리 세무사들뿐만 아니라 일반 납세자에게도 고스란히 넘어갈 수도 있게 된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아쉬운 상황입니다.

 

그리고 3월 4일 법사위가 열리기까지 시간이 있었음에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다시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시킨다는 결정에 대해서는 정말 납득할 수 없습니다.

 

Q. 말씀하신 대로 지난 3월 4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세무사법 개정안이 다뤄졌지만, 다시 법사위 전체회의에 계류됐습니다. 이날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국무부와 국무조정실에서 기재위를 통과한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선 법사위 전체회의에 법원행정처에서도 나왔었는데 입법 공백에 대한 법원의 의견이 무엇인가는 질문에 하루빨리 해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지 법원의 의견이 무엇인지는 어떠한 입장도 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변호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지에 대한 검증은 논의대상이 아니며 단지 법률가인 변호사에게 세무사의 업무를 하게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법사위에서는 국무부와 국무조정실에서 정부안을 만든 것이 기재위에서 새로운 안으로 변경되어 통과된 후 법사위에 계류된 상황이라면서 법무부와 대법원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법안심사제2소위로 보내려 했다고 했는데 이 발언으로 입법부는 행정부나 사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기관이라는 오해를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법원 같은 사법부의 의견은 단지 참고하는 것뿐이지 입법 공백의 책임은 결국 국회가 지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 책임은 지려 하지 않고 사법부의 반대가 있으니 더 논의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주장입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또 입법 공백이라고 하지만 세무사 자격을 신규로 취득한 분들이 세무사 일을 못 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 하지 못하는 것은 그것은 누구 책임이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운 거고요 이 법안을 늦게 발의한 정부에 책임이 있는 거지요”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이 발언은 책임감 있는 국회의원, 특히 법사위 위원이라는 중요한 직책을 맡고 계신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니라고 봅니다.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Q.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한 몇몇 법사위원들은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판결을 말하며 세무사법 개정안의 통과를 반대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헌법불일치 즉, 헌법에서 규정하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애초에 법이 잘못되었다면 그 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잘못된 법을 끝까지 적용하려 하니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이 온 것입니다.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하지만 처음부터 변호사는 세무대리를 할 능력이 검증된 적이 없었습니다.

 

단지 1950~60년대에는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의 위치에서 납세문제가 그리 복잡하지도 않았고 세법이 적용되는 사례도 매우 적었던 시기입니다. 세법이라는 것이 법률 일부이기 때문에 변호사에게 일단 이 업무를 할 수 있게끔 법이 정해진 것이고 이후에 사회가 점점 고도화되고 세법이 복잡해짐에 따라 전문화된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에 세무사라는 전문자격시험이 시행되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회계와 세무회계 등 세무대리를 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에 대해 검증을 받은 적이 없는 변호사이기에 시대적 배경에 따라 주어진 세무사 자동자격을 이미 오래전 폐기해야 했으며 변호사 자격만 가진 사람들은 장부작성과 성실신고와 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법사위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두 이해관계집단이 대화와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하는 사안인데 이번 개정안이 세무사의 입장만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명백한 오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변협이 이렇게 세무업무를 하려는 이유는 변호사의 공급과잉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변협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갖고 로스쿨 학생들과 지속해서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변협의 전략은 법률대리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니 변호사 합격생을 줄이고 일단 세무사의 업무영역을 가져와서 이 공급과잉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것입니다.

 

정부가 로스쿨을 만들어서 변호 인력을 많이 배출하는 것의 목적이 법률서비스를 일반 국민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아니었습니까?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하지 않고 다른 전문자격사의 업무를 침범하려 하는 행동만 보이는데 이것이 나라의 법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 올바른 법률가의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까?

 

또한, 변호사시험에서 세법을 선택하는 비율이 2% 정도고 그나마도 회계사 세무사 출신들입니다. 즉, 법률대리를 하기 위한 최소한의 공부도 안되어있다는 얘기입니다. 게다가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 등은 법률대리가 아닙니다. 사실대리의 영역입니다. 사실대리의 영역을 법률전문가라는 이유로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습니다.

 

장부작성은 기업회계기준이나 국제회계기준을 적용하여 작성하게 되어있습니다. 이러한 회계기준을 본 적도 없는 변호사들이 어떻게 장부작성을 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지 묻고 싶습니다. 이외의 6가지로 요약되는 다른 업무도 마찬가지로 세무사의 업무라고 볼 수 있지만, 이 업무는 변호사도 할 수 있게끔 개정을 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세무사의 입장만 과도하게 반영되었다는 말씀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검증을 받으면 됩니다. 회계와 세법을 전혀 공부하지도 않고 능력도 검증받지 못한 분들이 세무사의 업무를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과연 현 정부에서 추구하고 있는 기회가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롭다 할 수 있는 것인지 다시 한번 여쭙고 싶습니다.

 

(56기 조근열 세무사의 답변)

일부 의원들은 입법부와 사법부의 기능을 오해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법부의 판결에 대해서 법 논리상의 흠결을 지적했다는 것이 전문가 대부분의 의견이었고 사법부가 이후 입법의 방향이나 내용까지 판결문에 담을 수 없는 것이 누가 보아도 명백합니다. 그런데도 이철희 의원은 마치 사법부가 원하는 입법 취지가 있다는 논리로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과연 각 개인이 입법기관이라 불리는 국회의원의 사고방식 맞는지 참으로 놀라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법의 흠결을 판결을 통해 이야기했듯이 입법부는 그 흠결을 채우되, 입법부 스스로 독립적으로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마치 사법부가 입법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준 것처럼 주장하고, 입법부가 마치 사법부의 하위 기관처럼 그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은 명백히 국회의원으로서 무책임한 태도라 생각합니다.

 

 

Q. 56회 합격자뿐 아니라 은퇴 세무공무원 등 세무사 등록을 하지 못해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한국세무사회를 비롯한 세무사 단체의 대응과 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금 현 상황에서뿐만 아니라 이전부터 계속하여 이러한 논쟁이 있었고, 지속해서 현실에 맞는 법률 개정을 하기 위해 한국세무사회나 여러 세무사 단체가 힘을 써왔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한 과정과 결과로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동자격 폐지와 같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현재도 김종민, 오신환 의원과 같이 이 사안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하시면서 공정의 이념을 가지고 현 상황을 바라보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 국회의원이 세무사법 개정의 필요성이나 세무사 시장의 현실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기에 이분들에게 이러한 과거와는 달라진 현재 상황을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과론적이긴 합니다만 일반 국민도 충분히 현 상황에 대해 알 수 있게끔 좀 더 우리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것에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다만, 모든 세무사가 현재 법인세 신고 기간인 상황에서 굉장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야근은 물론이고 주말도 반납하고 국민의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도 바쁜 시간을 쪼개서 함께 대응하고 참여해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Q. 앞으로 세무사법 개정안의 통과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실 예정인가요?

 

(56기 조근열 세무사의 답변)

저희는 세무사법 개정안의 통과 문제가 비단 세무사와 변호사만의 문제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변호사의 무분별한 세무서비스 시장 유입은 고스란히 현재 세무서비스를 받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고객에게 피해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지금 그 고객을 위해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세무전문가로서 이러한 무책임한 변호사들의 주장을 알리는 것이 저희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호사들의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몰상식한 주장인지 계속 알려서 세무서비스 시장의 고객을 보호할 것입니다.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 변호사들이 준비하는 세법과 회계 지식이 얼마나 수준 이하의 것인지는 세무사와 변호사 간 시험제도가 요구하는 회계, 세법 과목 비교를 해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누구나 합리적 보수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받도록 시행된 로스쿨 제도하에서 변호사들은 그들 간의 건전한 경쟁을 통해 법률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지속으로 다른 전문영역으로 눈을 돌리는 이러한 행태를 계속하여 지적할 것입니다.

 

이런 행태를 그대로 둔다면 결과적으로 변호사를 통한 양질의 법률서비스는 소위 가진 자들만을 위한 서비스로 남을 것입니다. 일반 건전한 상식을 가진 시민이 납득할 수준의 법률서비스를 변호사 스스로 준비하지 않고 지금처럼 다른 영역으로 무분별하게 확장하는 행태를 세무사로서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언제까지나 용납할 수 없습니다.

 

Q. 끝으로 세무사 일을 시작하게 되면 어떤 각오로 일하실 예정인지?

 

(56기 고은영 세무사 답변)

세법은 최근 급변하는 세무환경과 이에 따른 정부 정책의 변화로 인하여 매년 상당히 많은 개정이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양질의 세무업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회계와 세법을 공부하여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의 성실한 이행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세무전문가가 되겠습니다. 나아가 후배 세무사들은 지금과 같은 사태를 겪지 않도록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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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한 기자 lovetown@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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