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로 낮추면서 ‘예금금리 0% 시대’가 도래했다.
‘제로금리’가 시작되자 KB국민은행이 가장 먼저 움직였다. 주력 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 금리를 전 계약 기간에 대해 0.3%포인트 일괄 인하했다.
이외 ‘내 아이를 위한 280일 적금’을 포함한 50개 상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KB우대저축통장’과 ‘KB우대기업통장’ 금리도 인하키로 결정했다. 단 기존 고객이 아닌 신규 고객에만 적용했다.
KB국민은행에 이어 외국계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도 예적금 금리 인하 행렬에 들어섰다.
다른 시중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하도 예고된 상황.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고객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불확실한 성장세 속에서 ‘최선의 방어책’이라는 의견이 첨예하다.
◇ 고객 이탈 걱정되도 수익성 보전이 시급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인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전월 대비 7조9059억원 감소한 513조6341억원으로 나타났다.
정기예금 잔액이 올해 들어 급감한 가장 큰 이유로 '낮은 금리'가 꼽힌다. 은행에 예금을 넣어도 이자가 크게 불지 않자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고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객 이탈이 급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시중은행은 금리 인하를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중은행에서 순이자마진(NIM)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지난해 1분기 순이자마진이 1.71%였지만, 올해 동기 1.56%로 떨어졌다. 우리, 신한, 하나은행의 경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2분기 실적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국내투자업계는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2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KB금융지주 2분기 당기순이익은 8539억원, 우리금융지주 5211억원, 신한금융지주 8624억원, 하나금융지주 610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20% 떨어질 것으로 투자업계는 전망했다.
이에 시중은행은 고객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에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은 수익성을 보전하기 힘든 실정”이라며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 더 이상 버틴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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