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감독원이 대규모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금융권 CEO에 중징계와 경징계를 통보했다.
손 회장과 진행장은 중징계 수준인 직무정지, 문책 경고를 각각 통보받았고 조 회장은 경징계 수준인 주의적 경고를 받았다.
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금감원은 라임 펀드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부문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사전 제재 통지문을 각 금융사에 보냈다.
금감원이 금융사 임원을 대상으로 내릴 수 있는 징계는 해임 경고, 직무 정지,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이 중 문책 경고 이상은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금지되며 중징계가 확정된 임원은 현직에 한해서만 임기를 마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손 회장과 진 행장에 각기 다른 제재 수위가 결정된 것은 ‘판매 규모’가 달랐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판매액은 3577억원으로, 라임펀드 판매은행인 우리·신한·하나·부산·경남·농협·산업은행 중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전체 판매의 71%가 개인(2531억원)을 대상으로 이뤄졌고, 증권사를 포함한 전체 라임펀드 판매사 19개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다.
앞서 우리은행은 사전에 라임펀드 부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소명했지만, 금감원은 펀드 판매 의사결정과정에 부실 가능성을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후문이다.
진 행장은 손 회장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징계가 결정됐다. 신한은행의 라임펀드 판매액은 2769억원으로 우리은행의 뒤를 이어 라임펀드 판매 규모가 크다. 개인(1697억원) 판매 규모도 전체 판매사 중 두 번째다.
조 회장에 대한 경징계 제재는 신한은행뿐 아니라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사태와 연계돼 있다는 금감원의 판단 아래 내려진 조치다. 특히 그룹의 매트릭스 체제인 자산관리(WM) 부문을 통해 라임펀드를 은행과 금투 두 곳 모두에서 판매했다는 점이 해당 징계를 결정한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금감원은 추가 검사인력을 파견해 신한금융의 매트릭스 체제를 재차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 현직 CEO에 직무정지 ‘이례적’
라임사태 관련 은행권 CEO에 대한 중징계는 앞선 증권사 선례와 비교해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하지만 금융업계는 손 회장에게 직무 정지가 통보된 것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이 현직 은행권 CEO의 직무 정지를 결정한 것은 과거 2014년 ‘KB사태’를 일으킨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 이후 7년 만이다.
라임사태에 연루된 윤경은 전 KB증권 대표,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도 직무 정지를 받았으나, 이들 모두 전직이다. 손 회장에게 내린 직무 정지가 더 무겁게 읽히는 이유다.
◇ 3연임 제동 걸릴까…불복 소송 가능성도
최종 징계 수위 결정 여부가 이들 CEO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진 행장은 지난해 3월 임기 2년의 연임에 성공했으나, 이번 제재로 3연임 도전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 만큼 진 행장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중징계 불복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손 회장의 경우 지난해 1월 금감원이 DLF 불완전 판매 관련 문책 경고를 내리자 중징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함께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서울행정법원이 손 회장측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지난해 3월 손 회장은 임기 3년의 연임에 성공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 은행권 CEO를 상대로 중징계를 결정한 금감원 역시 편치만은 않다. 만약 DLF 사태때와 같이 징계 불복 소송이 제기되면 금융 당국은 물론 윤석헌 금감원장의 체면도 구겨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은 “사전 통보 결과에 대한 억울함은 어느 피감기관이나 있기 마련이다. 향후 소명 절차를 통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오는 25일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신한금융지주에 대한 1차 제재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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