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억대 세금 안 내면 유치장 행…"진짜 요건은 따로 있다"

2021.09.28 18:08:46

첫 감치 신청자는 3명…1년 넘게 3건 이상 체납
납부 능력‧재산 은닉‧호화 생활 등 부합해야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가 처음으로 억대체납자에 대해 한 달간 유치장에 가둘 수 있는 감치신청을 하기로 의결했다.

 

첫 대상은 4509명의 고액체납자 중 단 3명. 세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감치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아니다. 4509명 중 체납건수가 3건 이상인 사람을 추려야 한다. 거액의 세금을 내지 않고도 호화생활을 누린 고액체납자들. 감치 대상이 되는 것은 누구인지 파헤쳐 봤다.

 

유흥업소 운영자 A씨. A씨는 가족 등 차명으로 소득을 빼돌리는 등 수십억원을 빼돌렸다.

 

국세청 세무조사가 벌어지자 A씨는 가족 명의로 자신이 보유한 서울 주요 도심지 고가 부동산을 구입하는 것처럼 가등기를 꾸몄다.

 


9월 6일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A씨에 대해 유치장에 가둘 수 있도록 검찰에 감치 신청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 탈세와 체납의 경계선

 

재산을 가족 명의로 빼돌리고, 수억대 외제차를 굴리며 골프 등 여가로 매일을 보내는 등 초호화 체납자.

 

세금을 체납해도 형식적으로 재산이 없음을 소명하면, 국가는 어떠한 제재도 할 수 없다. 체납은 국가에 진 빚인데, 빚을 처벌하는 법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죄를 지었으니 차라리 감방에 보내라구요!”

 

간혹 방송에서 고액체납자가 저렇게 당당하게 고함치는 것은 자신을 절대로 감방에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저런 행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탈세를 처벌하는 조세범처벌법이 있기는 하지만, 거짓 세금공제로 막대한 이익을 보거나 장부를 고의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면 처벌대상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소득은닉 등에 대해 처벌하기 시작하면, 절세에 대해 과도한 국가형벌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악성 고액체납자는 감방에 갈 수도 있게 된다.

 

지난 2019년 6월 5일 국무총리실 주재하에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법무부, 국세청, 관세청 등 세금과 관련된 6개 관계기관들은 ‘호화생활 악의적 체납자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복지혜택 제한, 해외출국 제재, 친인척에 대한 계좌추적권한 강화, 감치명령제도 도입 등 강력한 대응방안이 마련됐고 현재 시행하고 있다.

 

 

◇ 첫 감치 대상은 4509명 중 3명?

 

그렇지만 고액 체납자라고 해서 무조건 유치장에 한 달간 가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감치 요건은 의외로 까다롭다.

 

우선 ‘1‧2‧3 요건’을 따르는데 1년 이상 체납한 액수가 2억 이상, 총 체납건수가 3건 이상이어야 한다. 이중 1‧2 요건은 고액체납으로 이름과 주소지를 공개하는 명단공개 요건과 동일하다. 이 요건에 해당하는 사람은 지난해 4509명.

 

여기에 추가해 3건 이상 체납한 사람을 추리면 대상자는 대폭 줄어든다. 게다가 ‘낼 여력이 있는데도’ 세금 회피를 위해 ‘재산을 은닉’하고, ‘호화생활을 누린다’는 뚜렷한 사실이 포착돼야 한다.

 

A씨의 경우가 그러했다. A씨는 서류상으로만 무일푼이었을 뿐 큰 유흥업소를 운영하고, 실제 본인 명의의 고가 부동산도 있었으며, 고가주택에서 고급차량을 몰며 생활했다.

 

그런데 세무조사에 착수하자 막상 벌이는 가족들이 번 돈으로 뒤바뀌어 있고, 보유하던 고가 부동산은 예약매매 가등기를 걸어두고 가족명의로 빼돌렸다.

 

분명히 재산이 있었는데 없게 된 것이다.

 

국세청에서도 대외적으로 알려진 1‧2‧3 요건보다도 ‘낼 여력’, ‘재산은닉’, ‘뚜렷한 호화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감치대상을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고액체납자 가운데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치르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고액체납자가 체납을 회피하기 위해 재산을 서류상으로 가족명의로 빼돌리는 등 위법적인 꼼수를 쓰는 경우가 있다. 이 꼼수가 위법적인 것이 뚜렷할 경우 국세청은 꼼수를 취소해서 고액체납자 명의로 되돌리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뚜렷한 재산 은닉 정황의 경우도 발견돼야 한다. 계좌에서 거액의 뭉칫돈을 인출됐는데 그 행방이 묘연해지는 등 갑자기 많았던 재산이 싹 사라지는 식이다. 방송에서 고액체납자의 집을 수색한 국세청 요원들이 거액의 수표나 현금, 귀금속들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돈들이 사라진 재산의 일부다.

 

 

세 번째는 호화생활자로 총 체납액이 수십억, 수백억되는데 재산없다며 세금 못 내겠다고 하는데 차는 마세라티에 거주지는 강남 타워팰리스인 경우가 있다.

 

이 ‘1‧2‧3 요건’에 더해 이 ‘찐’ 세 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감치신청 심의대상이 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체납금액이나 횟수 등이 많다고 해서 감치 대상자로 선정되는 것은 결코 아니며, 재산 은닉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엄정히 심의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첫 세금 감치 신청, 수용될까

 

국세청이 검찰청에 감치명령을 신청했다고 해서 무조건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관할 검찰청에서 감치 대상인지 검토를 해 법원에 청구를 해야 하고, 법원에서는 대상자의 소명을 듣고 감치명령을 내릴 것인지 최종 결정을 해야 한다.

 

관건은 ‘감치’의 속성이다.

 

감치는 교도소 ‘수감’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수감은 중범죄에 대한 처벌인 반면 감치는 고의로 행정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한 행정상 조치이다.

 

고액 체납이 감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고의로 거액을 체납하는 것은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찰과 법원에서는 재산 은닉 고의성을 중심으로 검토를 하게 될 것이며, 이 가운데 감치 신청 대상자 역시 변호사를 대동해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본인은 무일푼이지만, 변호사 비용은 가족 명의의 재산에서 얼마든지 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국세청만이 아니라 서울시 등 지자체들 역시 고액체납자 감치 신청이 검찰과 법원을 통과할 지 지켜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감치는 국민기본권과 관련된 엄중한 사안으로 제도 도입의 전제가 납세자에게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라며 “최종 법원 판단 후에 결정되므로 감치 신청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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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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